꽁트 18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13) 한 여인이 집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정원 앞에 앉아 있는 하얗고 긴 수염을 가진 세 명의 노인을 보았다. 그녀는 그들을 잘 알지 못했으나 그들은 배가 많이 고파 보였다. “저희 집에 들어오셔서 뭔가를 좀 드시지요.” “집에 남자가 있습니까?” 한 노인이 물었다. “아니요. 외출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들어 갈 수 없습니다.” 저녁이 되어 남편이 집에 돌아왔다. 그녀가 그날 일어난 일을 남편에게 말했다. “그럼 그들에게 가서 내가 집에 돌아 왔으니 안으로 들어오시라고 하시오.” 남편이 말하자 부인은 밖으로 나가 노인들을 안으로 들라 초대했다. 그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함께 집으로 들어가지 않습니..

오십이 넘어 해야 할 일

삼십대에는 자리를 잡기 위해 달렸고 사십대에는 가족을 위해 살았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 쉬며 일했다. 회사가 1순위, 가족은 2순위, 꿈은 3순위가 되어 수십 년을 보냈다. 오십에 서니 답답하기만 하다. 쉼 없이 달리면 먼저 도착해 여유가 생길 줄 알았지만, 결과는 제대로 된 취미생활 하나 없었고, 이제 공허가 찾아왔다. 내가 살아온 건 과연 누구의 삶인가. 오십의 바다에서 홀로 남은 섬이 되었다. 상기는 대부분의 오십대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나이 오십은 달려온 속도를 줄이고 인생 후반 목표와 자신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인생 전반이야 부모나 환경을 탓할 수 있지만 인생 후반은 다르다. 잘해도 내 탓, 못해도 내 탓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제는 다른 방..

내 조끼는

5년 동안 머슴살이를 하다가 새경으로 산등성 밭 하나를 얻어 살림 나온 노총각 강쇠가 산비탈에 초가삼간 하나를 짓고 화전을 일구어 이제 토실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어느 겨울 저녁 군불을 잔뜩 지핀 뜨뜻한 방안에 누워 색시 얻을 생각만 떠올리는데, 바깥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쇠 있는가?” “어, 예?” 귀에 익은 목소리에 문을 여니 윤첨지 안방마님이 보따리 하나를 이고 마당에 들어서는 게 아닌가. 강쇠는 맨발로 펄쩍 뛰어나가 “아이구, 마님 이리 주십쇼.” 하며 보따리를 받아 들었다. “그저께 김장했는데 자네 몫도 조금 챙겼네.” 보따리를 받아든 강쇠는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우두커니 선 채 핑 도는 눈물을 참아야만 했다. “아이구 마님?” “자네 살림은 어떻게 하나 어..

구찌 선물에 감동한 선배

남자 후배가 구찌 선물 박스를 들고 여자 선배를 찾아 갔다. “선배님 요즘 좋은 소식 없어요?” “없어.” 여자는 요즘 정말 재미없다는 듯 핸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선배님 오늘 뭘 좀 드리려고 왔어요.” “뭘 줄 건데?” 전혀 기대할 거 없다는 듯 여자는 여전히 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연락 안 받으시다가 뭐 줄 거 있다니까 연락 받으시는 모습에 서운 한 것도 있고요.” 그때서야 여자는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아서 남자를 바라보았다. “성락씨 왜 그래요. 나 안 그런데…” “저번 생일 선물 못 드리고, 이번에 크리스마스도 있고, 겸사겸사 뭐 하나 준비했어요.” 그러면서 남자는 옆에 놓아둔 구찌 쇼핑백을 꺼내었다. “겹경사 의미로 준비했군.” 여자는 기대를 잃지 않았다. “너무 기대하..

초딩과 유딩의 사랑싸움

8살 초등학교 여학생과 7살 유치원 남학생 간의 사랑싸움이 재미있었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에 들어서서 음료수와 빵을 주문하고는 아이들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먼저 남자아이의 아빠가 말했다. “세준아 이야기해. 그동안 서영이 보고 싶었다면서. 인사해.” “싫어.”세준은 부끄러워했다. 막상 만남을 주선해주었더니 부끄러움을 타는 아이들을 보고 두 아빠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여자아이의 아빠가 나섰다. “서영아 네가 먼저 말해.” “아냐 싫어. 부끄러워.” “아니 싫다고? 막상 만나게 해줬더니 부끄러워하는 거 봐. 귀여워.” 서영 아빠가 말했다. “그럼 아빠들이 나갔다 올 테니까 네들끼리 좀 놀면서 친해지고 있어.” 세준의 아빠가 말했다. “그럼 우리 빠지자.” 하며 서영의 아빠는 세준 아빠를 따..

불쌍한 유부남들

카페에 들어선 한 젊은이가 카페 구석에 잔뜩 풀이 죽어 앉아 있는 다른 동료를 보았다. “장 대리 여기서 뭘 해? 집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송 대리가 들어오면서 묻자 장 대리는 고개를 들었다. “아까 퇴근해서 집에 갔어야 했는데… 슬픈 일이 있어서 집에 천천히 가려고… 기분도 꿀렁하고 해서.” “부모님은 다 살아계시니, 혹시 할아버지 제사야?” “그보다 더 슬픈 날이야.” “더 슬픈 날이라고? 무슨 날인데?”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야.” “결혼기념일에 왜 한숨을 쉬어? 좋은 날인데.” “미안. 너까지 슬프게 해서.” “그럼 말을 해하지. 내가 지금 현금이 없어서… 조의금은 카카오로 보내줄게.” “아, 돼, 됐어. 너도 결혼기념일이 올 거잖아. 나도 못 챙겨줄 거니 서로 퉁 치자. 미안. 마음만 받을게...

스님의 이혼

스님이 변호사를 만났다. “성불하십시오.” 카페에 들어선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인사하자, 노트북을 앞에 두고 타이핑 준비를 하고 있던 변호사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는 기독교여서 다른 쪽으로 가보시지요.” 상대의 무뢰한 행동에 개의치 않고 스님은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 “혹시, 장기독 변호사님 아니십니까?” 변호사는 당황했다. “예? 그럼 방금 통화한 임대불 고객님이신가요?” “예, 예, 그렇습니다.” “아, 고객님이 스님이셨나요?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본격적 상담에 들어갔다. “아니, 저한테 의뢰하신 게 이혼소송인데… 스님이 이혼소송을…?” “제가 이혼이라는 걸 한번 진행해 보려 하는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아, 제가 여러 직종에 계..

뒤바뀐 신랑

청년 동악이 장가를 든 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한밤중까지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종로 골목의 한 대문 앞에 기대어 있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잠시 후 그 집의 하인이 나와, “에구, 신랑이 취해서 여기 쓰러져 있군 그려.” 동악을 둘러메고는 신방에 뉘었다. 동악은 비몽사몽간에 깨어나서 옆의 신부를 보았다. “아이구, 우리 어여쁜 부인!” 신부를 끌어안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깨어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기가 뉘 집이오? 그대는 누구시오?” 동악이 낯선 여자를 보고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근데, 나으리는 대체 누, 누구시오? 여자도 놀라 말을 제대로 이을 수 없었다. 서로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여자의 신랑이 전날 밤 친구들..

배짱 좋은 허생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 허생의 이야기. 집안 곡간에는 곡식 한 톨 없고 식량 구하러 밖에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천하태평 허생은 오로지 방안에서 주역이라는 책만 읽고 며칠 끼니를 걸러도 상관하지 않았다. 책 읽는 일 외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날 마루에 나가니 아내가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앉아서 울고 있었다. 아내가 머리카락을 팔아서 식량을 구해온 것을 알아채고 허생은 탄식하며 말했다. “조금만 더 고생해 주오. 그 사이 머리도 자랄 테고.” 그러고는 갓을 챙겨 쓰고 집을 나가버렸다. 밖에 나가서 돈을 구해올 모양인가? 허생은 그 길로 개성의 갑부 백가(白哥) 어른을 찾아갔다. 그는 백 부자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백가 어르신, 돈 천 냥만 빌려주시오.” 이에 백 부자(富者..

제 꾀에 넘어가다

지금부터 2800년 전 오늘의 대한민국처럼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오랜 세월을 서로 싸우고 갈등하며 살았던 민족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민족이었습니다. 당시 북쪽 왕은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운 악한 왕으로 사악하여 악의 화신처럼 보였고, 남쪽 왕은 사람은 착한데 약간 어리숙하고 뭔가 좀 부족한 듯한 왕이었습니다. 두 왕이 한번은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언제까지 서로 갈등하고 싸울 게 아니라 우리도 상생하며 살아보지 않으시렵니까?” 남쪽 왕이 제의했습니다. 의견의 초점은 북방의 아람이라는 나라가 이스라엘 남북 땅을 다 먹어버렸으니 이제 그걸 되찾자는 것이었습니다. 두 왕은 단합된 모습을 보이며 작전계획에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전쟁하기 전 하나님의 뜻을 한번 물어보는 게 좋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