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초딩과 유딩의 사랑싸움

초딩과 유딩의 사랑싸움

오선닥 2021. 12. 29. 08:03

 

8살 초등학교 여학생과 7살 유치원 남학생 간의 사랑싸움이 재미있었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에 들어서서 음료수와 빵을 주문하고는 아이들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먼저 남자아이의 아빠가 말했다.

“세준아 이야기해. 그동안 서영이 보고 싶었다면서. 인사해.”

싫어.”세준은 부끄러워했다.

막상 만남을 주선해주었더니 부끄러움을 타는 아이들을 보고 두 아빠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여자아이의 아빠가 나섰다.

“서영아 네가 먼저 말해.”

아냐 싫어. 부끄러워.”

아니 싫다고? 막상 만나게 해줬더니 부끄러워하는 거 봐. 귀여워.”

서영 아빠가 말했다.

“그럼 아빠들이 나갔다 올 테니까 네들끼리 좀 놀면서 친해지고 있어.”

세준의 아빠가 말했다.

그럼 우리 빠지자.” 하며 서영의 아빠는 세준 아빠를 따라 나갔다.

 

카페에 남은 두 아이는 계속 침묵을 지킬까? 예상은 빗나갔다.

아빠들이 왜 이리 눈치가 없냐.”

바깥으로 나가는 두 아빠의 등을 향해 서영이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 집에서 눈칫밥 드시는 불쌍한 양반들이야.”

세준이 동정심을 보였다.

우리 만난 지 얼마나 됐지?”

서영이 질문하자 세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보자. 나 두 살 때 산부인과에서 처음 만났으니까, 6년째?”

진짜 우리 너무 오래 사귀었다.”

너무 오래? 어감이 좀 그렇다. 요즘 내 전화도 안 받고.”

누나가 요즘 바쁜 거 몰라? 나 의무교육중이잖아.”

그게 뭔데?”

난 초딩이고 넌 유딩이잖아.”

뭔 소리야. 알아듣게 얘기해.”

우리 그만 만나자고.”

? 어떻게 사랑이 갑자기 변하니?”

환경이 변하면 사랑도 변하는 거야. 너 아직도 해바라기반이지? 1학년 3반이야.”

나도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가.”

그때 난 2학년인데. 1층이고 난 2층이야.”

사랑하는데 층이 뭐가 중요해?”

살아보니까 중요하더라.”

 

누나 우리 첫 만남 기억 않나? 내가 핑크퐁 쪽쪽이로 프로포즈했을 때 누나 감동해서 울었잖아.”

세준은 서영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썼다.

미취학 아동일 때 일이었지.”

, 누나 기억 않나? 우리 작년에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으면 안 울기로 약속했던 거?”

사실 산타는 없거든.”

거짓말이야. 거짓말하지 마.”

그래 믿고 싶지 않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역시 나이 차이는 어쩔 수 없구나. 헤어지자.”

마지막 단어에 세준은 으으응흥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누나 미워. 아빠한테 다 이를꺼야.” 세준은 크게 울었다.

카페 안의 손님들이 시선을 이쪽으로 쏟아서 서영은 부끄럽기만 한데 세준은 막무가내로 울어댔다.

헤어지기 싫단 말야.”

세준아 울지 마. 알았어, 알았어. 누나가 잘못했어. 우리 다시 만나자.”

화색이 돌아온 세준이 고개를 들었다.

진짜야? 거짓말 아니지?”

그렇다니까. 진짜지.”

세준은 테이블 밑을 내려다보며 주섬주섬 뭔가를 찾았다.

거짓말탐지기를 서영 앞에 올려놓았다.

자 말해 봐.”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거짓말이었어?”

아니, 할게.”

거짓말탐지기 위에 서영은 손을 올려놓았고 세준은 선창했다.

나는 세준이를 계속 만날 의향이 있다.”

예스.”

갑자기 빨간 불이 오더니 탐지기가 굉음을 뽑았다.

세준이 화난 얼굴로 따졌다.

거짓말 했어? 아 거짓말 치네. 아 끝까지 거짓말을 해?”

 

그때 밖에 나갔던 두 아빠가 돌아왔다.

잘 놀았어?” 서영의 아빠가 물었다.

안 울었어?” 세준의 아빠가 물었다.

이때 세준 아빠가 테이블 위의 탐지기를 보았다.

이건 왜 갖고 왔어? 세준아 가방에 넣어.”

가자.” 서영의 아빠가 서영의 손을 잡았다.

 

참고로 아이들은 앞으로 사랑할 기회가 많으니 거짓말탐지기를 원망하면 안 됩니다.

(퍼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