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구찌 선물에 감동한 선배

구찌 선물에 감동한 선배

오선닥 2022. 1. 20. 08:22

 

남자 후배가 구찌 선물 박스를 들고 여자 선배를 찾아 갔다.

선배님 요즘 좋은 소식 없어요?”

없어.”

여자는 요즘 정말 재미없다는 듯 핸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선배님 오늘 뭘 좀 드리려고 왔어요.”

뭘 줄 건데?

전혀 기대할 거 없다는 듯 여자는 여전히 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연락 안 받으시다가 뭐 줄 거 있다니까 연락 받으시는 모습에 서운 한 것도 있고요.”

그때서야 여자는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아서 남자를 바라보았다.

성락씨 왜 그래요. 나 안 그런데

저번 생일 선물 못 드리고, 이번에 크리스마스도 있고, 겸사겸사 뭐 하나 준비했어요.”

그러면서 남자는 옆에 놓아둔 구찌 쇼핑백을 꺼내었다.

겹경사 의미로 준비했군.”

여자는 기대를 잃지 않았다.

너무 기대하실 건 없고, 예지 누나를 위해 간단한 구찌 선물을 준비했어요.”

구찌를 준비했다고?”

구찌 쇼핑백을 받아든 여자는 감동의 웃음을 지었다.

선배님 비싼 건 아니고요. 바로 오픈해 보세요.”

그럼 바로 봐야지.”

여자는 구찌 상자를 열었다.

화끈하시네. 바로 오픈해버리시니. 제가 이번에 몇 분한테 감사의 선물을 돌리고 있는데

그럼 한번에 구찌로 가는 거야?”

남자는 입을 여자의 귀에 가까이 대고 살짝 말했다.

선배님만.”

그럼 그렇지. 역시.”

감동에 격한 여자는 짝짝 손뼉 치기에 바빴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우리 비밀로 해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구찌면 다 좋지. 일단 구찌잖아. 고마워.”

 

상자 속의 예쁜 목걸이를 집어든 여자는 감동에 겨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 목거리네. 개이뻐. 너무 예쁜데.”

마음에 드세요?”

이런 구찌 목걸이는 실버가 예뻐. 품격이 있어. 너무 부담스럽지 않아. 이 정도면 50 내지 60만원은 할 걸?”

선배님은 잘 아시네요. 말씀 드리기가 좀 그렇고 해서 가격표를 일부러 뗐어요.”

근데 조금 부담스러운 거 아냐?”

아뇨. 그럼 가져갈까요?”

남자가 상자를 도로 가져갈 제스처를 취하자 여자는 놀라 아냐. 괜찮아.” 상자를 꼭 잡아 끌었다.

디자인은 맘에 드시죠?”

그럼. 당연히 맘에 들지. 깔끔하고.”

목걸이를 들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제가 걸어 드릴게요.” 하며 남자는 여자의 목 뒤에서 목걸이를 걸어줬다.

진주 펄 목걸이 느낌이네.”

목걸이를 건 여자는 감탄했다.

이 정도면 만족하시죠?”

, 구찐데 당연히 만족이지.”

거울을 보며 고급 진 구찌라고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실버인데도 반짝반짝 빛이 나고. 근데 가격이 50이상이면 부담감이 있거든. 곗돈을 빨리 탄 느낌이라서.”

그러면선배님, 가격표가 여기 있어요.”

얼만데?”

보고나서 괜히 받니 안 받니 그러지 마세요.”

얼만데 그래?”

약속하면 보여드리고.”

알았어. 생색내려고 가격표를 가져왔어?”

그런 건 아니고.

 

남자가 수첩에서 꺼내는 가격표를 기다리며 여자는 호기심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 받으세요.”

남자가 가격표를 살짝 보여줬는데 숫자 2를 본 여자는 “200?” 하며 놀랐다.

할인을 좀 받았어요.”

그럼 백만 원? 실버가 아니고 백금이란 말이야?”

그러곤 잠깐만하며 여자는 목걸이를 풀어 물건을 다시 보았다.

너 나 좋아해? 여자 친구한테도 이렇게는 안 해.”

남자는 ㅋㅋ 그저 웃고 말았다.

부담 되면 안 받아도 돼요. 아니 가격표를 드릴 테니까 너무 부담스러우면 바꾸셔도 돼요.”

가격표를 받아든 여자는 숫자 읽기가 힘드는지 요리조리 돌려보곤 했다.

뭐야, 2천원이야? 구찌가 2천원?”

여자는 이제 알아챈 것 같았다.

구찌가 아닌데

구찌가 아니라고? 굿즈야?”

다이소. ㅎㅎ

미안한데, 너 이거 몰카 한 거지? 어디 가서 또 쓸 거야?”

세 번째예요.”

C, 깜쪽 했잖아. 너 이거 나 주는 거 아니야? 이천원짜리도?”

다이소 목걸이는 드려야죠.”

그럼 구찌 박스도 날 줄 거야?”

그건 안 될 것 같은데요. 재활용해야 하니까요.”

이런 깍쟁이. 근데 멋있다. 진짜 내 선물 사러 가자.”

저 바빠요.”

진짜 구찌 사러 가자. 구찌라고 다 비싼 건 아냐.”

잽싸게 현장을 빠져나가는 후배 남자는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나갔다.

여자는 한바탕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