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제 꾀에 넘어가다

제 꾀에 넘어가다

오선닥 2021. 8. 10. 18:12

 

지금부터 2800년 전 오늘의 대한민국처럼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오랜 세월을 서로 싸우고 갈등하며 살았던 민족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민족이었습니다.

당시 북쪽 왕은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운 악한 왕으로 사악하여 악의 화신처럼 보였고, 남쪽 왕은 사람은 착한데 약간 어리숙하고 뭔가 좀 부족한 듯한 왕이었습니다.

두 왕이 한번은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언제까지 서로 갈등하고 싸울 게 아니라 우리도 상생하며 살아보지 않으시렵니까?”

남쪽 왕이 제의했습니다.

의견의 초점은 북방의 아람이라는 나라가 이스라엘 남북 땅을 다 먹어버렸으니 이제 그걸 되찾자는 것이었습니다.

두 왕은 단합된 모습을 보이며 작전계획에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전쟁하기 전 하나님의 뜻을 한번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착한 남쪽 왕은 어쩐지 하나님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 하나님이 이 전쟁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한번 신탁해봄이 좋겠군.”

북쪽 왕도 동의했습니다.

혹시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는 예언자들이 북쪽 땅에 있지 않을까요?”

있고말고. 많지요.”

북쪽 왕은 남쪽 왕의 제안에 동의하고 동원령을 내려, 시쳇말로 영발이 있는 예언자 400명을 불러 모았습니다.

 

축제의 날에 모인 예언자들에게 북쪽 왕이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금부터 그대들은 열심을 다해서 기도하고 하늘의 뜻을 구해 보거라. 이 전쟁이 우리의 것인지, 잃어버린 땅을 되찾을 것인지를 물어 보거라.”

모여든 400 명의 예언자들은 종교적 의식을 치르고 금식하며 하늘의 뜻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차적으로 예언자들이 열심히 기도한 결과는 한결 같았습니다.

이 전쟁은 승리요 잃어버린 땅도 되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남쪽 왕은 미심쩍어 다른 예언자의 말도 들어보는 게 어떠냐고 북쪽 왕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럼 시골에 한 당돌한 예언자가 있다는데 그자를 불러봄세.”

먼저 모여든 400명의 입에서 멋진 예언들이 쏟아지고 있을 때 그 시골 예언자가 사신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북쪽 왕이 다그쳤습니다.

당신, 이번엔 딴지 걸지 말고 한번 제대로 예언을 해봐. 모든 예언자가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는데 너라고 딴 말 하진 않겠지?”

시골 예언자는 대답했습니다.

전하,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말한 것 외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 하나님은 어떻게 이야기하더냐?”

시골 예언자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전하 싸워보십시오, 승리하십시오, 옛 땅 찾아보십시오.”

두 왕 앞에서 그는 아주 비아냥거렸습니다.

북쪽 왕은 울분이 치솟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남쪽 왕, 이것 보시게. 이런 인간이라니까. 아주 초를 치고 있어. 이런 인간의 말은 들어볼 필요도 없으니 이제 축제를 즐깁시다.”

 

이때 시골 예언자는 정색을 하고 엄청난 영적 표정으로 앞에 나왔습니다.

전하 저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눈이 열려 하늘의 보좌를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좌정하고 좌우 천군천사들의 도열 하에 말씀하시길 누가 저 악한 왕을 꾀어서 전쟁터로 끌고 가 그를 죽게 할 것이냐? 거짓말하는 영이 저 400명의 입으로 쑥 들어가서 거짓말하도록 내가 만들겠다고 하십니다. 이제 어찌 하시렵니까?”

예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북쪽 왕은 엄청 분노하였고, 예언자 대표가 나와서 그의 뺨을 때리고 역적, 매국노라며 몰아붙였습니다.

더하여 북쪽 왕이 명령했습니다.

내가 전쟁에 이겨서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 개선왕이 되어서 올 때까지 저 놈을 옥에 가두고 그동안 고난의 떡과 물을 먹여라.”

이에 시골 예언자는 또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이 백성은 목자 없는 양이 되고, 군사는 도망 갈 것이며, 무리는 흩어져서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버릴 거예요.”

 

이런 예언에도 남과 북은 동맹하여 대군을 만들어서 드디어 전쟁터로 나갔습니다.

아람국의 왕은 자기 사령관과 부하들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이제 곧 전투가 벌어지는데 저 오합지졸들과는 싸울 필요가 없다. 북쪽 왕만 죽이면 굳이 다 죽일 필요가 없다.”

북쪽 왕을 집중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북쪽 왕은 교활하고 머리가 좋아 꾀를 내었습니다.

전쟁터에서 왕의 옷은 눈에 잘 띄어 공격 대상이 되므로 자기는 살짝 일반 장수 복장의 갑옷으로 변장하여 전쟁에 나갔습니다.

한편 어리숙한 남쪽 왕은 호화찬란한 왕복을 입고 나갔습니다.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아람 왕의 명령을 받은 사령관과 군사는 멀리서 봐도 왕복 입은 왕이 보여 물밀듯이 밀고 나갔습니다.

남쪽 왕이 볼 때 기가 막혔습니다.

아니 전쟁의 주력은 북쪽 왕인데 왜 나를 향해 몰려오지?”

아람 사령관이 가까이 와서 자세히 보니 자기들이 찾는 북쪽 왕이 아니었습니다.

남쪽 왕을 그냥 두고 그들은 다시 기수를 돌려 북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아람의 군사가 쏜 화살 하나가 사악한 북쪽 왕의 갑옷 사이로 뚫고 들어가 북쪽 왕은 죽고 말았습니다.

악인의 죽음은 하나같이 시시합니다.

북쪽 왕은 죽고 남쪽 왕만 살았습니다.

드디어 나팔이 울리고 각자는 후퇴하여 주인 없는 양처럼 흩어져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

(구약 열왕기상 22장의 내용을 소설로 꾸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