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스님의 이혼

스님의 이혼

오선닥 2021. 11. 5. 09:44

스님이 변호사를 만났다.
“성불하십시오.”
카페에 들어선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인사하자, 노트북을 앞에 두고 타이핑 준비를 하고 있던 변호사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는 기독교여서 다른 쪽으로 가보시지요.”
상대의 무뢰한 행동에 개의치 않고 스님은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
“혹시, 장기독 변호사님 아니십니까?”
변호사는 당황했다.
“예? 그럼 방금 통화한 임대불 고객님이신가요?”
“예, 예, 그렇습니다.”
“아, 고객님이 스님이셨나요?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본격적 상담에 들어갔다.
“아니, 저한테 의뢰하신 게 이혼소송인데… 스님이 이혼소송을…?”
“제가 이혼이라는 걸 한번 진행해 보려 하는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아, 제가 여러 직종에 계신 분들과 이혼상담을 해봤지만, 스님이 이혼소송이라는 것은?”
“스님 되고 이혼은 처음입니다만.”
“아, 그러시겠지요. 스님 되고는 처음이시고요…?”
허리를 뒤로 제쳐보는 변호사는 상담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해 했으나 업무가 업무인지라 일단 상담을 시작했다.
“이거는 너무 신기한데. 이건 정말…”
그러곤 핸드폰을 잡아들었다.
“사진 한번만 찍을게요.”
변호사가 폰을 들자 스님은 당황했다.
“사진은 좀, 잠깐. 고객을 이렇게 사진을 찍으신다고요? 아 저도 비밀리에 이혼을 진행하는 거라… 저희 주지 스님도 모릅니다.”
사진 찍기를 멈춘 변호사는 다시 질문에 들어갔다.
“스님이 어떻게 이혼소송을 하시게 되었나요?”
“제가 이 속세를 떠나기 전에 실수로 결혼이란 걸 해버려 가지고…”
“아, 결혼을 하셨다고요? 스님 되기 전에 하신 거네요?”
“예, 그렇습니다.”
“스님이 되고 나서는 결혼은 안 하신 거죠?”
“예, 스님 되기 전에 한 결혼이었지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대답에 신중해 주십시오.”

 

“부인이랑 합의이혼인가요, 재판이혼인가요?”
“둘이 이미 이야기가 끝난지라 합의이혼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합의이혼이라… 두 분이서 원만하게 대화만 되시면 충분히 이혼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이게 둘 문제뿐만 아니라 양육권 문제까지 있어서…”
“예? 스님에게 애가 있어요?”
“넷을 낳았습니다. 제가 워낙 성공률이 좋아서….”
“스님은 원래 그럴 일이 없지 않나요?”
“속세를 떠나기 전의 일이라…”
“별 걸 다하고 스님이 되신 거네요. 그렇죠?”
“사실, 뭐, 막둥이는 절에 들어오고 나서 낳았습니다. 잠깐 휴가 갔다가…”
“그래도 되나요, 스님이?”
“주지 스님이 모르고 있기 때문에…”
“아, 사진 한번만 찍으면 안 될까요? 단톡방에 올리고 싶은데…”
“큰일 납니다. 부처님이 노하셔요.”
“부처님은 모르시잖아요, 지금.”
“그렇긴 하지만…”
“결혼을 하셨고, 애가 넷이고… 그러면 양육권을 가져가셔서 직접 키우시겠다는 말씀인가요?”
“아니 운이 좋게 마침 이 절에 동자스님 자리가 네 개 나서 내 자식들 다 스님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애기 스님으로 만드신다고요?”
“부전자전이죠.”
“애들 머리는 다 미실 생각이신가요?”
“애들은 이미 다 밀었습니다.”
“딸이 있다고 했죠?”
“예, 삼 스님, 일 비구니. 딸의 머리는 오빠들이 밀어줬습니다.”
“애들한테 다 물어보셨나요?”
“잘 때 밀어버렸죠.”
“그래도 양육권은 애들의 의견도 중요합니다. 꼭 물어보셔야 합니다. 아셨죠?”

 

말을 해 놓고도 변호사는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스님이라는 직업이 가진 게 없잖아요? 무소유잖아요? 부인한테 위자료는 많이 안 줘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서울에 제 명의로 된 아파트 세 채와 외제차 두 대가 있습니다. 다 물려받은 재산입니다. 제 절에도 지분이 좀 있고요.”
“예? 지분까지? 부친한테 물려받으셨어요?”
“예, 아부지도 스님이었어요. 저도 잘 때 머리가 밀렸습니다. 아부지도 이혼을 하셨고요.”
“그야말로 부전자전이시네요.”
“삼 대가 머리를 민 부분도 그렇죠.”
“금수저로군요.”
“금스저라고 하죠.”
“아파트 세 채, 외제차 두 대라고 하셨으니 위자료는 많이 지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와이프한테 돈을 줘야 한다고요?”
“네, 돈을 드려야 합니다.”
“에이 씨, 이 여편네한테 공돈 주게 생겼네.”
스님은 억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혼사유에 대해 좀 물어볼게요.”
“이혼사유라는 게 참… 아내의 잠자리가…”
“아 그런가요? 아내의 잠자리 거부 등…?”
“아니요, 잠자리 요구가 심해서 스님이라 못한다고 했는데 음양합일을 위해
다섯째를 만들자며 지금도 독수리 오형제를 주장하고 있어요.”
“목소리 낮추세요. 카페 손님들이 듣고 있어요.”
“나무아미타불!”
“잠자리 거부는 누가 했죠?”
“제가 했습니다. 부처님이 지켜보고 계셔서.”
“아 그런가요?”
“제가 잠자리를 거부하니 여편네가 외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외도는 충분한 이혼사유가 될 수 있어요.”
“부인이 남자랑 바람을 피웠나요?”
“아뇨. 언제부턴가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예?”
“불경을 읽다가 갑자기 성경으로 갈아탔어요.”
“왜 교회 가는 것을 외도라고 하시나요?”
“이게 바로 환승연애지요. 환승한 여편네를 저승으로 보내고 싶습니다.”
“아이 참 스님… 진정하시고… 부인이 교회에도 갈 수 있잖아요.”
“교회에 제 부랄친구가 있어요. 그 교회 목사가 바람둥이 그 장모 목사예요.”
“정리해 보니 당신 쓰레기 스님이네요. 위자료 많이 드려야겠네요.”
미련 없이 자리를 뜨는 장기독 변호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임대불 스님은 과연 이혼을 했을까요? (퍼온 스토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