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16

27.중간기지 출항

시료의 채취는 연구에 중요한 부분 연구의 결과는 기득권 확보 미래에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27. 중간기지 출항 2010년 7월 17일(토) 오전 배는 장비와 선식, 탑승자를 싣고 알래스카 놈 항을 출항했다. 본격적인 임무를 기다리고 있는 북극으로 향했다. 배가 갑자기 엉덩이를 들썩였다. 인천을 떠난 후 이렇게 건방지게 흔들리는 것은 처음이다. 북극으로 가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시위하는 것 같다. 북극의 해신이 파도를 충동질해서 겁을 먹이는 건지도 모른다. 점심때 식당에 갔더니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았다. 5명이 하선하고 34명이 새로 승선했다. 결국 배의 식구는 선원 25명과 탑승원 46명, 도합 71명이 되었다. 사람 사는 맛을 느꼈다. 식당 벽에는 탑승자들의 사진이 붙였다. 모두 어제 찍은 사진들이다..

26.알래스카 항구 놈

알래스카 서쪽 비교적 큰 항구에 기항해 보급품과 인원을 승선시키는데… 26. 알래스카 항구 놈 알래스카 놈(Nome)에 가까워졌다. 육지가 가까워질수록 바닷물은 조금씩 싱거워지면서 염분은 31.0‰로 내려갔다. 아마도 유콘 강 등에서 흘러나온 강물이 해빙을 녹였기 때문일 것이다. 7월 13일 저녁시간의 기온은 6℃, 풍속 17m/s. 북풍이 불고 파도는 2미터까지 치솟았고, 몸이 가늘게 떨릴 정도의 한기가 스며들었다. 흔들리는 수평선 위로 세인트로렌스 섬이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베링해협 앞을 턱 막고 서 있는 큰 섬이었다. 갑판원이 육지가 보인다고 소리쳤다. 알래스카 대륙에 가까워짐을 알 수 있다. 북위 62° 서경 170°의 하늘은 황혼에 젖었다. 뭉치 구름을 비집고 나온 태양은 붉고 눈부셨다..

25.베링해로 들어서다

알류산열도로 둘러싸인 베링해로 들어가면 포근한 엄마의 품안에 안긴 기분 25. 베링해로 들어서다 부산을 출항한 지 일주일. 배는 많이 흔들리지 않았지만 가끔씩 크게 출렁였다. 해무가 끼기 시작하면서 시야가 좁아졌고 피칭(전후 상하 흔들림)을 하기 시작했다. 캄차카 반도 남동 200해리 바다를 지나가고 있다. 알래스카 놈(Nome)까지는 1,500해리 남았으므로 5일 더 항해해야 한다. 이틀 후면 베링해(Bering Sea)로 들어간다. 춥고,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은 바다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에 그렇다는 얘기이고 지금 여름은 호수처럼 조용하다. 주위 바다는 안개로 이불을 덮은 듯 시야가 절망이다. 지팡이로 더듬어서 가야 할 지경이다. 레이더의 도움이 없다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오후 들어 안..

24. 쓰가루해협 통과

태평양에서 다른 배 친구와 통화가 가능하다고? 친구 그녀들은 행복했다 수다를 떨 수 있어서… 24. 쓰가루해협 통과 선위(船位)를 체크해보니 배는 42N 142E를 통과하고 있었다. 일본의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쓰가루해협을 통과했음을 알 수 있다. 드넓은 바다에 진입하니 너울이 커지고 배가 좌우로 흔들렸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자 여름의 태평양은 이름 그대로 태평했다. 태평한 바다에서 험난한 남극기지에 관한 특강이 있었던 것은 특이하다. 북극 항해를 위해 남극에 갔다 온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요청 때문이었다. 현실감이 떨어질 것 같은 데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얼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냉각효과 덕분이다. 멀리 대형 컨테이너선 두 척이 지나갔다. 한 척은 한진 소속 컨테이너선, 다른 한 척은 에버그린..

23.북극으로 향해 출항

▲한국해양대학교 전경 지난겨울 남극 탐사 항해를 마친 양외란 삼항사는 이번엔 북극 탐사에 참여하는데 북극 탐사 과정을 지켜보자 23. 북극으로 향해 출항 “방선 중인 분들은 하선하십시오. 곧 출항하겠습니다.” 양외란 삼항사는 선장을 대신해서 선내방송을 내보냈다. 배는 떠났다. 2010년 7월 1일 오후 5시 ‘쌍고동이 울어대는 이별의 인천항’을 출항한 것이다. 아라빙호는 북극 척치(Chukchi)해를 향해 나아간다. 가는 도중 부산과 알래스카 놈(Nome)에 기항하여 필요한 장비, 선식, 인원 등을 탑재할 예정이다.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이 몇 배나 더 외로워진다는 말이 있다. 떠나는 사람은 목적이 있지만 남는 사람은 뭔가 상실감에 빠진다. 딸을 배 태워 보내는 전계린 박사는 쓸쓸하기 짝이 없다. 이..

22.이탈리아 기지 탐방

▲지진계 설치 남극 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이웃 기지의 상황을 교훈 삼는 것이 좋지요 22. 이탈리아 기지 탐방 마리오쥬켈리 기지의 부두시설을 주의 깊게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차가운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유빙, 폭풍에 잘 견딜 수 있는 부두의 설치가 남극 공사에 가장 어려운 점이면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리오기지의 부두도 1985년 기지 신축 이래 설치와 파손이 반복되어 세 번째로 2008년 다시 건설된 부두라고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다시 건설했지만 마지막 것도 일 년 후 점검 결과 바다 속 부두안벽 바닥에 큰 호박돌만한 구멍이 나 있었다. 다시 무너질 염려가 있지만 아직은 손을 못 대고 방법을 강구중이다. 이태리 기지의 부두 위치는 반구형으로 들어간 해안 지형을 막아 건설한 것..

21.기지 예정지 탐사

▲장보고기지 건설을 위한 지질조사 남극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을 호기심으로 들여다보면 남극을 더욱 친근하게 알 수 있죠 21. 기지 예정지 탐사 2011년 2월 7일, 입항 5일째 전일 짙은 안개와 눈보라는 지금 활짝 개어 쾌청하다. 바다는 잔잔하고 바람도 적어 남극의 날씨가 갑자기 얌전해졌다. 아침에 지질조사팀이 먼저 현장으로 출발했다. 오후부터 바람이 초속 13미터로 불고 날씨가 며칠 동안 심한 저기압으로 들어간다는 예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쾌청하다. 대륙에는 어제의 눈보라로 현장에는 50센티미터의 눈이 쌓였다. 온통 순백의 세상이 됐다. 본관동 중심점의 시험굴착 결과 예상과 달리 지표 아래 4미터에서 암반이 나왔다. 작년 1차 조사 시 2미터 정도에서 암반이 나온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가설화장..

20.건물동 배치

▲장보고남극기지 조감도 장보고과학기지 건설 본관과 부속건물의 배치가 중요 건설지 정밀조사에 들어가는데… 20. 건물동 배치 2011년 2월 3일(목) 설날 아침. 남극에 도착해 첫 밤을 보낸 후 이튿날 아침을 맞이했다. 날씨는 맑고 쾌청하며 바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밤사이 배는 조류에 의해 해안 800미터까지 접근했다. 더 접근하면 위험하다. 아침 7시30분까지 설날 떡국을 먹고 출정을 준비해야만 하는데 날씨가 허락할지 조바심이 앞선다. 남극대륙에 상륙하여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지('74°37S, 164°12E)에 대한 정밀조사를 착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비용 총 1,067억 원으로 2014년 3월 완공 예정이다. 테라노바베이 연안 대지 2만2,000㎡, 시설면적 3,826㎡. 지상 4층짜리 본관에 ..

19.선상 업무협의

▲미국의 맥머도 남극기지는 남극 최대 연구기지 아라빙호의 2번째 남극기지 방문 장보고과학기지의 기초조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19. 선상 업무협의 2011년 1월 26일 오후 3시 항만의 낭만적 분위기에 깊이 젖어들기 전에 배는 70명의 탑승객을 태운 채 리틀턴항을 출항했다. 출항하자마자 선상훈련. 선원법에 하루가 지나기 전에 훈련을 해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출항 상태에서 훈련하는 게 수월하다. 비상대피, 구명조끼 입기, 구명정 타기 등이 훈련에 포함된다. 위급상황을 만날 확률은 적지만 당하면 치명적이다. 적은 확률에 대비하는 것이 훈련이다. 남극에 도착하면 어떤 업무를 할 건가? 참여기관이 18개나 되다보니 업무조정이 쉽지 않다. 작업일정을 조정하고, 업무범위와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오전 ..

18.제2차 남극항해

▲여성 항해사 남극 탐사 두 번째 항해의 목적은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을 위한 준비 2011년 2월 3일에서15일까지 장보고기지 각종 탐사 이야기 18. 제2차 남극항해 우리의 여성항해사 양외란은 2010년 겨울엔 남극을, 여름엔 북극을 다녀와서, 2011년 겨울을 맞이하여 다시 남극으로 항해할 채비에 들어갔다. 딸을 염려하는 전계린 박사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딸과 단둘이 저녁상 자리에서 어머니는 근심의 속내를 드러냈다. “외란아, 남극과 북극을 다 항해해 봤으니 이제 다른 배를 타든지 육상 근무를 하든지 그 배에서 내리면 안 되겠니?” “엄만 제가 걱정되세요? 전 항해사예요.” 애지중지하는 딸이 또 남극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릴 때 이젠 바짓가랑이 혹은 스커트 자락이라도 잡아 말리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