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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얼음과 안개

얼음 바다에서 조사할 일이 많은데 다국적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의 역할이 크다 29. 얼음과 안개 2010년 7월 23일(금) 놈을 출항한 지 일주일째다. 간밤에 목적지로 가다가 안개가 심해 배가 멈춰 섰다. 안개는 북극해에서 종종 얼음 다음으로 문제가 된다. 다행히 자욱한 안개는 곧 비로 변했다. 북극에서 눈을 보기 전에 비를 볼 수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그러나 비는 한 시간을 못 채우고 그쳐버렸다. 북극 얼음은 작지만 남극 얼음보다 더 단단하다. 염분이 적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얼음이 많으면 파도가 얼음에 눌려 바다는 덜 사나와진다. 배는 여기저기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꺼운 얼음을 깨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는데, 갑자기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세 시간 동안 배는 겨우 2..

28.시차 적응

시차 적응이 어려울 때는 술자리를 만드는 게 좋은데 한잔하면서 나누는 농담이 재밌고요 28. 시차 적응 고문 중에 가장 고통스런 것이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잠으로 고생해본 적이 없는 양외란은 오늘은 불면으로 고문을 당하고 있다. 배는 진동하고, 밖은 훤하고…. 새벽 4시가 됐는데도 눈이 멀뚱멀뚱하다. 머리맡에 있는 형광등마저 오늘따라 유난히 떨고 있었다. 책상 위에 걸어놓은 엄마의 사진이 자꾸 웃으면서, 오늘은 제발 이야기 좀 하자고 눈꺼풀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너 맘대로 배 탔으니 오늘 내하고 대화 좀 하자.’ 엄마는 그렇게 태클을 거는 자세로 비쳤다. 양외란은 이렇게 오랜 시간을 뒤척이며 잠을 설쳐본 경험이 없다. 정말이지 엄마가 지금쯤 저녁 밥상을 차려놓고 딸과 대화할 준비를 하..

27.중간기지 출항

시료의 채취는 연구에 중요한 부분 연구의 결과는 기득권 확보 미래에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27. 중간기지 출항 2010년 7월 17일(토) 오전 배는 장비와 선식, 탑승자를 싣고 알래스카 놈 항을 출항했다. 본격적인 임무를 기다리고 있는 북극으로 향했다. 배가 갑자기 엉덩이를 들썩였다. 인천을 떠난 후 이렇게 건방지게 흔들리는 것은 처음이다. 북극으로 가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시위하는 것 같다. 북극의 해신이 파도를 충동질해서 겁을 먹이는 건지도 모른다. 점심때 식당에 갔더니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았다. 5명이 하선하고 34명이 새로 승선했다. 결국 배의 식구는 선원 25명과 탑승원 46명, 도합 71명이 되었다. 사람 사는 맛을 느꼈다. 식당 벽에는 탑승자들의 사진이 붙였다. 모두 어제 찍은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