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극지 탐사 항해

15.남극 케이프벅스 도착

오선닥 2020. 4. 20. 13:12



 
남극 연구는 생명공학과
자원 활용 연구 목적
유빙항로 개척에 도움

 
 


15. 남극 케이프벅스 도착


  2010년 1월 26일 케이프벅스에 도착했다.
  앞으로 약 10일간 본격적인 쇄빙능력시험과 후보지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정밀조사가 진행된다.
  남극대륙 건설후보지 정밀조사단원 22명은 케이프벅스에 내렸다.
  한편 아라빙호의 연구단 일부는 쇄빙기술을 배우기 위해 페도로프호로 건너갔다.
  후보지 정밀조사단은 물자하역경로, 건설환경, 상수원, 생물상, 지질, 대기환경과 기상, 빙상 조사 등의 분야로 나눠 활동하면서 케이프벅스가 대륙기지 후보로 적합한지를 살펴나갈 것이다.
  쇄빙능력시험은 중요하다.
  얼음 상태가 어떤지, 얼음 위에서 배의 엔진출력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내야 한다.
  쇄빙기술 연구단의 일부는 페도로프호에 승선하여 쇄빙에 관한 정보를 아라빙호에 남아 있는 연구단과 소통 교류한다.
  아라빙호는 걸음마를 배우는 심정으로 페도로프호의 뒤를 따르며 쇄빙작업을 해나갔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기는 어렵다. 충돌 위험 때문이다.
  러시아 극지연구소 쇄빙전문가들이 헬리콥터로 정찰해 쇄빙능력 대상 평탄빙(평탄한 얼음)을 찾아서 드릴로 얼음 샘플을 채취했다. 샘플얼음은 평균 두께 1.2∼1.5미터 정도로 기준보다 다소 두꺼웠지만 강도가 약해 시험대상이 될 수 없다.
  이틀 동안 남극해에서 두 차례에 걸쳐 쇄빙능력테스트를 했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남극 케이프벅스 인근해역에서 1미터 두께의 다년생 평탄빙을 연속 쇄빙하면서 항해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원하는 속도 3노트가 나오지 않았다.
  “연속쇄빙만으로는 안 됩니다. 깨지는 방향이 배의 진행방향과 같아야 합니다.”
  러시아 쇄빙전문가의 진단이었다.
  얼음이 옆으로 갈라져 아쉬움을 남긴 시험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건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페도로프호도 이건 불가능했을 거라면서 아라빙호가 엔진마력과 쇄빙능력 면에서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시험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국 조선소 기술자들과 함께 러시아 전문가들은 평탄빙에서 샘플얼음을 뽑아 올리는 아이스 코어링(Ice Coring)을 실시했다.
  시험에 적합한 얼음해역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년생 평탄빙은 11월께나 볼 수 있다는 것. 여름철이어서 바다 얼음이 많이 녹았기 때문이다.


  조선소 설계팀은 쇄빙 테스트 결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해했다.
  촉박한 일정에 따른 아쉬움도 나타났다.
  “첫 쇄빙운항이라 쇄빙능력 외에 여러 시험을 하려고 했었는데…….”
  쇄빙연구팀장은 엔진의 직후진, 조타각도에 따라 무려 15개나 되는 테스트를 계획했었다.
  다행히 직진 및 후진 연속쇄빙시험, 릿지충격 쇄빙시험 등 핵심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릿지충격 쇄빙은 빙맥이라고 하는 굉장히 두꺼운 얼음을 충격으로 깨는 걸 말한다.
  선박 후진시험을 시도했으나 선장의 반대로 포기했다.
  “많은 승객을 태운 채론 위험해요. 선미 추진기 프로펠러에 충격을 줄 수도 있고요.”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선장의 태도가 삼항사 양외란에겐 든든한 느낌을 줬다.
  “역시 선장은 다르구나.”
  그녀는 대화 내용을 기록에 삽입했다.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여러 연구진과 대화를 나눴다.
  특히 조선소 설계팀의 자부심은 대화에서 드러났다.
  “첫 쇄빙선 건조 후 많은 해외 선사에서 배를 건조해달라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독도함에 이어 국내 최초로 쇄빙연구선 아라빙호까지 성공적으로 건조하는 등 특수선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다.
  양외란은 추진기의 특성이 궁금해서 조선소 설계팀에게 물었다.
  “본선 엔진의 특성에서 어떤 점이 가장 특이한가요?”
  “일반 엔진이 아닌 고압발전기 4기를 이용한 전기추진 방식이라 하겠네요. 적은 소음으로 전·후진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좌우 이동은 물론 360도 회전이 자유롭습니다. 한마디로 저소음과 저진동, 유연한 변속이 특징이죠.”
  이미 예상했던 대로 배는 전기추진의 장점을 이용했다.
  “배 밑바닥에 특이한 장치가 있다죠?”
  취조하듯 꼬치꼬치 묻는 삼항사의 태도가 귀찮을 수도 있지만 설계팀장은 친절하게 대답했다. 인연을 꿀물처럼 달작지근하게 맺어가는 여성 항해사의 태도에 팀장은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다중빔 해저지형 탐사기를 비롯한 멀티빔이 설치돼 있지요. 해저 목표지점을 거의 한치의 오차 없이 탐사할 수 있고, 음파를 이용해 해저 형상을 3차원으로 생생하게 재생할 수 있답니다.”
  이런 최첨단 장치들을 설치한 한국 사람은 대단하다.
  팀장은 자부심으로 포장된 사람같이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갑판의 대형 크레인에는 심해 6,000미터까지 내려갈 수 있는 무인잠수정이 달려 있다. 갑판 아래 1층과 갑판 위 1, 2층에는 채수실(採水室)과 극지 해양생물 실험실, 냉장·냉동실험실 등 10여개의 실험실이 밀집해 있다.
  얼음정보 인식 장비는 결빙해역에서 안전항로를 유도한다.


  남극의 여름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3월부터는 날씨가 급격히 나빠진다. 이곳 날씨는 겨울에 영하 60도 이하로 떨어질 만큼 혹독하지만, 여름에는 한국의 겨울과 비슷한 기온으로 눈이 녹기도 한다. 여름 평균 기온은 영하2도 정도지만 바람이 거세 체감온도는 실제온도보다 10~20도 낮다.
  남극의 얼음은 크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만년빙 〉 빙붕 〉 빙산 〉 유빙
  남극대륙의 만년빙은 매년 내리는 눈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것이다. 평균 두께가 2,500미터이며, 매년 1센티미터 두께의 얼음이 만들어진다면 25만년이 된 셈이다.
  남극 빙하층은 최대 42만 년의 지구환경 변화를 기록한 타임캡슐과 다름없다.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 묻어둔 타임캡슐은 인공이었지만 남극의 것은 천연산인 셈이다. 빙하층에 박힌 기포가 그 비밀을 밝혀줄 것이다.
  영구 동토 남극대륙을 뒤덮은 만년빙은 그중 일부가 해변으로 떠밀려 내려가 육지와 연결되어 해안가에 빙붕을 만든다. 그 빙붕이 남극해로 떨어져나가면 빙산이 된다. 계절적으로 여름철인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남위 74도상의 서남극 대륙 케이프벅스 일대 인근해역에는 다양한 모양의 빙산들이 장관을 이룬다. 떠밀려온 빙산들은 남극대륙의 차가운 바람과 눈부신 햇빛을 받아 조금씩 부서지고 깨지고 녹아내리면서 대자연의 걸작으로 거듭난다. 이것들이 유빙이다.
  유빙은 바닷물이 얼어서 두께가 2미터 정도가 되어 떠다닌다. 남극해(66°S 이상)는 절반 이상이 유빙으로 덮여 있다.
  여름철 남극해에는 무수한 유빙들이 바다를 하얗게 수놓는다.
  추위를 빼고 남극에서 가장 두려운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이는 블리자드(눈폭풍)와 크레바스(얼음이 갈라진 틈)이다.
  남극 날씨는 무척 변덕스럽다. 특히 초속 30~40미터의 눈폭풍이 불어 닥치면 체감온도는 영하 60도까지 떨어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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