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뱃길마저 바꾸어
북극에 배가 다니기 시작하고
무역 항로의 획기적 변화가…
33. 북극항로
북극항로가 열리는 것은 확실하나 언제, 어느 정도냐가 문제다.
빙하 때문에 막혔던 바다가 열린다는 것은 신천지가 등장하는 것과 같다.
러시아와 알래스카, 캐나다는 북극해 연안에 여객선이 마음대로 왕래하는 날을 상상하며 마치 환상을 보듯 감탄할지 모른다.
“얼음 땅이 이렇게 될 줄이야!”
2012년 9월 최초로 북극항로 전 구간이 해빙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엔 연간 6개월, 2030년엔 연중 항해가 가능하다는 대담한 전망을 내놓았다.
“어쩜 이런 현상이?”
북극항로의 나라들이 고맙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놀라는 표정을 지을 만하다.
“그럼, 지구상 바다에 배가 못 다니는 구간은 없어진다는 뜻인가?”
이런 생각까지 드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탐험가들의 초능력을 테스트하던 신비의 극지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극해 항로 탐험이 시작된 이후 많은 탐험가들이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으로 귀중한 목숨을 잃었는데 북극 바다가 이렇게 되리라곤 상상 못했다.
양외란은 북극해에 상선이 쉴 새 없이 왕래한다는 것은 상상해보지 않았다.
“북극항로란 어떤 겁니까?”
러시아 유빙항해사가 제일 잘 알 것이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동쪽 해협을 지나 북쪽 북극해를 지나가는 항로를 말한다.
부산항을 출발해 유럽까지 가는 북극항로는 동남아시아와 수에즈운하를 거쳐서 가는 경우보다 거리와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북극항로는 극동지역과 서유럽 국가를 연결하는 가장 짧은 항로다. 전세계 공업 생산의 80퍼센트가 북위 30도 이북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북극항로로 인해 뱃길의 40퍼센트가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원주의 반에 해당하는 수에즈운하 통과보다 항해일수는 10일 단축되고 거리는 6,000킬로미터 이상 단축된다. 지난 세월 한 톨의 화물도 통과하지 않았던 북극항로가 2020년엔 3,500만 톤가량 통과했다.
기후변화의 재앙 뒤에는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다. 부산항은 북극항로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빙으로 인해 북극항로는 7월에서 10월까지 4개월밖에 개방되지 않는다. 그것도 쇄빙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재 북극항로에 다니는 쇄빙유조선은 전 세계 3척인데 모두 삼성중공업이 만들었다지요.”
유빙항해사는 최근 추세를 아는 것 같다.
당시는 그러했으나 2020년이 지난 지금은 쇄빙유조선, 쇄빙컨테이너선이 운항하거나 건조되고 있다. 쇄빙유조선은 스스로 얼음을 깨면서 전진할 수 있어 일반 유조선보다 선가가 3배 이상 비싸다. 쇄빙LNG선의 가격은 3억 달러정도로 선박건조에서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거리 개념으로만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까요?”
선장의 꼼꼼한 반문이었는데, 역시 선장이란 직업은 운항비와 안전성을 고려해 현실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실제 북극 항해를 위해서는 악천후에 필요한 특수선박(耐氷船)의 도입 비용, 유빙(流氷)으로 인해 느려지는 속도, 연료비의 증가를 따져보면 그리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선박건조 비용이 비싸고, 극한지역 투입 인력 비용까지 산출해야 한다.
상선으로서는 2009년 여름 독일 선박 두 척이 북동항로 전구간을 항해하는데 성공했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다고 해서 바로 북극해 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에서는 1991년 북극해 항로 사용허가절차 및 기타 제규정을 제정했다.
- 사전 통행허가
- 내빙구조 설비
- 승무원 빙해역 교육과 운항경험
- 빙해역에서 러시아 쇄빙선 이용
등이 큰 골자였다.
북극개발과 북극항로 개방에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 무한한 자원과 물류 수송 혁명
- 해양플랜트와 쇄빙선 수요 기대
- 새 시장 선점과 개발 참여
- 허브항 육성과 신공항 수요
국제법의 테두리 안에서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겠지?”
미지 지역의 개발을 위해 피 터지는 싸움이 전개되고, 이 전장에 여성 전사 양외란의 참여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녀는 극지에서 치열한 동물 세계를 보았다.
스쿠아가 새끼 펭귄을 낚아채려 하자 모든 펭귄들이 달려드는 모습이나 바다표범이 펭귄을 잡아 물에 후려치는 장면은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실로 처절함을 깨닫게 한다.
북극에는 현재 세계 원유 매장량의 25퍼센트, 천연가스 45퍼센트라고 한다.
북극해 연안에는 엄청난 에너지 자원과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극해의 무한한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환경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될 수 있는 무서운 천연자원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한국은 2013년 북극이사회에 가입하여 북극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남극과는 달리 북극에는 대륙이 없으므로 북극해 연안국인 러시아,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그린란드가 한 치의 바다라도 더 차지하려고 총력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연안국들뿐만 아니라 북극해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을 비롯하여 북극이사회의 핀란드와 스웨덴, 일본, 독일,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아이슬란드 등 여러 나라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북극항로의 최대 수혜자가 될 한국은 북극개발의 수혜자도 될 것이 뻔하다.
2010년 8월 10일(화)
마지막 탐사지점의 탐사가 끝났다.
북극탐사의 첫 항해는 이렇게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갑판원들은 장비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사소한 것들을 정리하면서 청소했다.
마지막을 인상적으로 장식하려는 듯 초속 13미터의 북동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얼음마저 적은 바다는 흰 파도를 세웠다. 배가 좌우로 많이 흔들리나 사람들은 귀국을 앞둔 길이라 그다지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이제는 극지를 떠나 문명세계로 돌아가는 길이다.
인터넷이 열리고 배의 게시판에는 게시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존 장비와 무전기 반납을 강조하고, 놈 도착시간과 선적물품 목록 작성도 게재되었다.
각 팀마다 계획했던 탐사 및 연구가 미흡한 점이 다소 있지만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
시간은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탐사 결과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두루마리 휴지는 왜 식탁 위에 있나?”
식탁에 화장지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귀국할 날이 다가오니 물자가 떨어져가나 봅니다.”
누군가 그럴듯한 이유를 들었다.
선장은 일인당 화장지 사용을 1미터 이하로 할 것을 권유한 바 있다. 자신이 초자 선원일 때 당시 선장이 그렇게 말했는데 효과가 있더라는 것이다.
연구재료인 진흙과 모래를 상자에 넣어 짐을 싸는 연구원도 보인다.
상자는 항공기편으로 보내질 거란다.
이번 탐사는 북극항로에 관한 조사가 많지만, 북극 빙하 테스트, 기상 및 해양 연구용 염분과 수온, 화학적 및 생리적 해양환경 특성연구, 일차생산자의 종다양성, 원생동물(Protozoa)의 종다양성, 빙해역 오염물질 농도 등 다양한 조사가 이뤄졌다.
국제협력 연구로 영국 스코틀랜드 해양연구소(SAMS), 미국해양대기청(NOAA), 중국해양연구소(CAA) 등의 해빙 및 해양물리변화 추적용 부이 투하와, 해수 및 퇴적물의 오염물질 연구와, 북극해 미생물 다양성 연구 등의 작업도 수행됐다.
선내는 그야말로 유엔의 산하기관처럼 국제적인 분위기라 해야 한다.
각국에서 온 연구원들이 갑판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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