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남극탐사 항해

남극 탐사 항해(하)

오선닥 2013. 4. 25. 18:13

남극 탐사 두 번째 항해의 목적은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을 위한 정밀조사.

 

남극 테라노바베이로 가는 항해 이야기와

 

2011년 2월 3일에서15일까지 13일간

장보고기지 예정지에서 이뤄진 각종 탐사 이야기

 

그리고

인근 이탈리아 과학기지 방문 이야기

등을 수록합니다.

 

마지막 연재입니다

 

 

 

 

남극 탐사 항해(하)

 

 

우리의 여성항해사 양외란은 2010년 겨울엔 남극을, 여름엔 북극을 다녀와서 2011년 겨울을 맞이하여 다시 남극으로 항해할 채비를 하고 있다.

 

딸을 염려하는 전계린 박사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외란아, 남극과 북극을 다 항해해봤으니 이제 다른 배를 타든 육상근무를 하든 그 배에서 내리지 않으렴?”

 

“엄만 제가 걱정되세요? 전 항해사예요.”

 

애지중지하는 딸이 또 남극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릴 때 이젠 바짓가랑이 혹은 스커트 자락이라도 잡아 말리고 싶은 것이다.

 

“남극에 어디 귀신이라도 두고 왔니? 왜 그리 고집을 부려.”

 

딸의 고집은 전혀 타협의 대상이 안 되는 줄 안다. 이혼한 아빠의 고집도 대단했었다. 엄마 고집도 만만찮은데 아빠의 고집을 포개 놓았으니 그 고집은 시멘트 콩굴이다.

 

“극지 전문가가 되려는 딸의 진로를 지원해주세요. 이번엔 장보고기지 건설 답사이므로 아주 중요한 항해예요. 엄마 아시겠어요?”

 

결국 엄마는 출항하는 오후 부두까지 딸의 가방 하나를 들어주고 말았다.

 

양외란의 사촌 오빠도 전송 나왔다.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늦깎이 대학원생인데 주제를 태평양만큼이나 넓게 잡아 서론만 쓰고 본론의 소제목조차 분류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두 살 위의 오빠다. 불쌍하기 그지없다.

 

“논문을 쓰는 거야 마는 거야?”

 

양외란은 자신이 누나라도 되는 것처럼 호되게 몰아붙였다.

 

“다 외란 니 때문에 주눅이 들었어.”

 

“그게 무슨 뜻이야?”

 

“어릴 때 기억 안 나? 소꿉장난할 때 니 치맛자락 들췄다고 할아버지한테 얼마나 혼났니. 그때부터 난 자신감이 꺾여버렸어.”

 

“장난은?”

 

고교까지 둘은 연인처럼 친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외란이 부산에서 대학기숙사 생활할 때 사촌 여동생을 위로해주기 위해 주말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오곤 했던 카즌(cousin)이다. 고마웠다.

 

어제 신문에서는 색다른 뉴스가 나왔다. 중국에서 대학3년 남학생과 대학초년 여학생이 2년간 사귄 후 연인관계로 발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23년 전에 입양으로 헤어진 여동생이었다는 것. 어떻게 알았을까. 조카의 여자친구를 보러 온 고모가 여학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조카의 엄마와 너무 닮아서. 결국 DNA 검사를 한 결과 친남매라는 것이 확인됐다.

 

이것에 비하면 사촌간의 연인은 부담 없는 데이트 상대다.

 

“남자친구 하나 물색해놓을 테니 몸 건강히 잘 지내다 와.”

 

사촌오빠는 그렇게 배웅해줬다.

‘남자친구 물색은 사양할 테니 논문이나 빨리 끝내.’ 말해주고 싶었으나 또 주눅 들까봐 생략했다.

 

배는 미끄러져 인천항을 빠져나왔고, 엄마와 사촌오빠는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외로운 남극항해가 시작됐다.

 

친구처럼 의지가 됐던 장세빈 언니는 북극항해를 끝으로 하선하여 연구소로 돌아갔다.

새로 승선한 삼기사 맹수식이 친구하자고 가까이 다가오는데 밥맛이 별로다.

 

탁구를 좋아하는 삼기사는 탁구 스파링 상대로 양외란을 지목하고는 자꾸 시합을 하자고 한다. 물론 당직 시간대가 같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양외란의 스매싱을 받아내지 못해 콜라를 몇 번 샀는지 모른다. 여자가 왜 그리 힘이 좋으냐고 묻는 대신 ‘힘 남으면 기관실 실린더 뺄 때 도와줘’ 하면서 엉뚱하게 양외란을 남자 취급하는 것은 경기에 진 분풀이도 섞여있다. 그러나 실은 그녀의 구릿빛 살결에 매혹돼버렸다는 것은 맹수식만이 숨기고 있는 사실이다.

 

여자의 선박지식에 남자는 또 한 번 놀랐다.

언젠가 양외란이 당직중인 삼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타기실 솔레노이드밸브 접촉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점검 좀 해줄래?”

 

출신학교는 다르지만 나이가 같으니 서로 말을 놓는다.

 

삼항사 양외란의 말에 삼기사 맹수식은 조타기실로 가서 유압 크기와 방향을 조절하는 솔레노이드밸브를 점검했다. 양외란의 예상대로 접촉이 불량했다. 족집게처럼 상태를 알아내는 여자의 선박지식에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여자의 매력에 가산점이 붙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다보면 땀이 흐르고, 땀이 흐르다보면 옷이 흘러내릴 수도 있다. 탁구공이 빠르게 네트를 넘나드는 중에 양외란의 윗옷이 어깨에서 약간 흘러내렸다. 젖무덤이 반쯤 드러나자 맹수식은 시선을 갖다 댈 만한 곳을 찾지 못해 그만 큰 점수차로 지고 말았다. 이번엔 시원한 맥주를 사서 여자에게 바쳤다.

 

남자가 여성에 대해 충동을 느낄 때는 여성이 섹시한 옷을 입을 때, 홈이 파인 옷을 입고 있을 때, 여성이 다이어트 성공할 때, 샤워한 후 등이라고 한다.

땀에 젖은 여성의 건강미를 봤을 때 느낌은 어땠을까.

 

그들은 땀을 식힐 만큼 맥주를 마셨다.

양외란은 다음 당직이 신경 쓰였다.

 

“이 정도는 음주당직이 되지 않겠지?”

 

“저녁당직까진 다섯 시간이나 남았어. 그전에 다 깬다구. 저녁당직 후 한 번 더 할까?”

 

“엉뚱한 생각 마. 야밤중에 운동하는 사람이 어딨어. 니 맥주는 하루에 한 번으로 족해.”

 

양외란이 딱 잘라 말했다.

 

면세가격의 맥주에 부담은 없다. 맹수식은 다만 알코올 기운에 젖어있는 여성의 매력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는 여성을 사랑하는 갈등에 빠진다. 그러나 양외란은 그를 직업 동료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배안에서 이성을 대하는 것은 불편하다. 도망갈 데도 없다. 시선 피하기도 쉽지 않다. 선내의사는 상사병에 효험이 있는 약을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사랑의 문제는 해결할 공구가 없다. 드라이버, 스패너, 펜치, 드릴 어느 것도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맹수식의 사랑 열병은 남극의 얼음으로 식힐 도리밖에 없는 것인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시티 의 리틀턴항에 도착하자 탐사대원이 탑승하기 시작했다.

양외란에겐 리틀턴항 입항이 두 번째다. 낯익은 곳이다.

 

 

 

 

뉴질랜드를 출항하기 전 라디오에서 뉴질랜드 민요 연가가 흘러나왔다. 대학 MT 가서 많이 부르던 노래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그대 오늘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바다 단어가 나오면 가슴이 울렁대는 것 어쩔 수 없다. 직업상 감성화돼버렸지. 마도로스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연인의 심정이 잘 드러난 민요.

 

낭만의 분위기에 깊이 젖어들기 전 배는 70명의 탑승객을 태운 채 리틀턴항을 출항했다.

2011년 1월 26일 오후 3시.

 

출항하자마자 선상훈련.

선원법에 하루가 지나기 전에 훈련을 해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출항 상태에서 훈련하는 게 수월하다.

 

비상대피

구명조끼 입기

구명정 타기

 

위급상황을 만날 확률은 적지만 당하면 치명적이다. 적은 확률에 대비하는 것이 훈련이다.

 

남극에 도착하면 어떤 업무를 할 건가?

참여기관 18개나 되다보니 업무조정이 쉽지 않다. 작업일정을 조정하고, 업무범위와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전체회의에 들어갔다.

오후에는 분야별 소회의를 가졌다.

저녁식사 후엔 각 기관 책임자들만 모여 최종 업무조정에 들어가고.

 

협의 내용은 일반 국민들도 알 의무가 있다.

왜?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니까.

 

여러 기관이 모여 각 기관의 업무를 상호 조정해야 한다. 특히 AS-350헬기(인력 운송용) 및 KAMOV헬기(장비 운송용) 운용은 사용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 현장조사 및 장비하역을 위한 헬기 운용계획 협의

- 건설지 정밀조사 세부계획 협의

 

세미나를 자주 가지는 것이 특색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이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한다.

 

- 건설지 주변해역 해빙현황 및 거동 관련 세미나

- 건설지 주변해역 수심조사 관련 세미나

- 건설지 측량 관련 세미나

- 건설지 지반조사 관련 세미나

- 가설캠프 설치 관련 세미나

 

한편 모든 탑승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로서 최소한 안전지식과 기본 장비 사용에 관한 상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 극지 안전교육

- 통신교육

- GPS 사용교육

 

양외란의 임무는 무엇일까?

남극탐사 단원 모두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배를 안전하게 운항하는 것이다.

 

 

 

남위 50~60도에 걸쳐 있는 남극환류대는 강한 한류로 남극을 둘러싸고 있다. 이 때문에 남극의 거대한 얼음을 유지하고, 따뜻한 바닷물이 남극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생태계와 기후에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양외란과 맹수식 사이에도 남극환류대가 흐르고 있나?”

 

눈치 빠른 사람들은 둘 사이엔 애정을 막는 남극환류대 같은 것이 흐르고 있음을 감지했을 것이다. 탁구대를 구분해 놓은 네트처럼 영역이 따로 있다.

 

남위 60도를 통과할 무렵엔 배 밑으로 거대한 해류가 흐르는 느낌을 갖는다. 매초 1억톤의 유량이 0.5노트 속도로 흐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배의 울렁거림이 괜히 느껴진다.

 

머리 위 하늘은 파랗다. 아침 햇살조차 쨍쨍해서 기온은 영상 6도를 가리켰다. 긴 파랑이 너울져 첫 항해 경험자는 멀미를 하기도 했다.

 

하루에 남위 5도(300해리)를 내려오던 배는 출항 5일째가 되자 어느덧 남극권(66°33'S)에 들어섰다. 백야현상의 밤은 삼겹살과 소주 파티를 재촉했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훤한 밤.

 

이런 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잠을 미루고 자연스럽게 파티 분위기에 빠진다.

당직에 들어갈 사람들은 술 대신 음료수를 마셔도 남극의 분위기에 젖어들고 만다.

 

양외란의 테이블엔 네 명이 앉았다. 일항사와 일기사, 그리고 삼기사가 동석했다. 삼기사가 양외란의 대각선에 앉았다.

 

“양외란은 약간 옆으로 보는 것이 매력적이야.”

 

일항사는 삼항사 호칭 대신 양외란으로 불렀다. 간혹 부하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좌석배치를 삼기사와 대각선으로 한 것은 삼기사가 삼항사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챘기 때문.

 

남극환류대를 통과하자 파도와 너울이 전보다 약해졌다. 파도는 남에서 북으로 일렁인다. 바다는 짙은 안개를 덮어쓰고, 외부 기온은 영상 2도까지 내려갔다. 대원들의 옷이 대부분 겨울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목적지 테라노바베이(Terra Nova Bay)의 브라우닝(Mt. Browning)으로 가려면 두꺼운 해빙과 연두색의 유빙띠 사이로 통과해야 한다. 점점 선속이 감소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남위 70도 통과해 남동 방향으로 변침했을 때 진눈깨비를 동반한 강한 남풍으로 배가 크게 흔들렸다. 흔들림이 거세어 3층 방에 있던 사람들은 1층 갑판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몸 가누기가 힘들어 헬스를 중지했습니다.”

 

헬스장에서 젊은 연구원이 나오면서 말했다.

저녁에 배가 너무 흔들려 러닝머신 사용이 힘들었다. 밤새 파도소리와 배의 진동, 좌우 20도의 롤링으로 걸음 떼기가 쉽지 않았다.

 

한 여자 대원이 복도에서 넘어졌다. 남자 대원이 겨드랑이를 잡았는데 옆에서 볼 땐 손의 위치가 어딘지 어색했다. 어색한 것도 양해되는 게 배라는 곳이다.

 

잠을 설치는 중에 어느덧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목적지까진 60해리밖에 남지 않았으나 유빙 때문에 160해리나 돌아가야 했다.

 

뉴지 출항 일주일 만에 남위 73°34'를 통과해서는 기수를 남동으로 변침해 로스해(Ross Sea)에 진입했다. 낮 기온이 영상 1도를 가리켰다.

 

 

 

로스해는 육지 사이 깊숙이 들어간 남극해로 1841년 영국 제임스 로스에 의해 발견됐다. 남쪽으로 거대한 빙붕(Ice Shelf)이 형성되어 있다. 아문센이 1911년 남극점을 향해 출발한 웨일즈만이 있다. 하계기간 해빙되어 바다가 열리는 남극 최대 기지인 미국의 맥머도(McMurdo) 기지도 여기에 위치하고 있다.

 

우측에 검은 섬이 보이자 육지를 처음 본 대원들은 카메라 샷을 눌러대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안도감. 남극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환희가 뒤섞이는 순간이다.

 

건설예정지에서 약 30km 떨어져 있는 멜본화산과 그 앞의 해빙 절벽.

안개 속으로 펼쳐진 눈 덮인 순백의 대지.

 

“삼항사, 이리 와서 난간 앞에 서 봐요. 한 컷 찍게. 웨딩드레스가 따로 없어.”

 

배경이 너무 아깝다고 하면서 일항사가 양외란을 모델로 세웠다.

미래 신부의 아름다운 자태가 순백의 대지를 배경으로 나타났다.

 

“남극에서 결혼식 올려라. 너무 아름다워.”

 

책임 연구원도 한 마디 했다.

 

신들이 사는 별천지가 배경이 된 셈이다. 인간이 접근하여 자국을 남기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양외란은 아이폰4로 찍은 사진을 서울 엄마에게 보내고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웨딩 사진 같지 않아. 엄마 딸 예쁘지?”

 

남극대륙의 끝에서 영상통화가 되는 것에 엄마는 감동을 먹었다.

 

“거기가 어디라구? 우리 딸 넘 예뻐. 결혼사진 같아. 사랑스러워.”

 

어머니 전계린 박사는 딸이 예뻐 죽을 지경이다.

 

 

선내방송이 나왔다.

 

“오늘 오후 10시경 건설예정지 도착입니다. 내일은 설날입니다. 아침 7시 반까지 떡국을 먹은 후 9시경 헬기로 건설현장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대원 모두 참조해주십시오.”

 

무엇보다 내일 2월 3일이 설날이라는 사실이 대원들을 기쁘게 했다.

 

저녁 10시가 되었는데도 해는 비스듬하게 중천에서 강렬한 빛을 비추고 있다.

아라빙호는 건설예정지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 도착하여 닻을 내렸다.

 

 

 

2011년 2월 3일(목) 설날 아침.

남극에 도착해 첫 밤을 보낸 후 이튿날 아침을 맞이했다. 날씨는 맑고 쾌청하며 바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밤사이 배는 조류에 의해 해안 800m까지 접근했다. 더 접근하면 위험하다.

 

아침 7시30분까지 설날 떡국을 먹고 출정을 준비해야만 한다. 이윽고 남극대륙에 상륙하여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지('74°37S, 164°12E)에 대한 정밀조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건설비용 총 1067억원

테라노바베이 연안 2만 2000㎡ 대지, 시설면적 3826㎡

지상 4층짜리 본관

기타 부속건물 우주기상관측동, 지자기관측동, 발전소, 비상대피동 등 10여 개 건물

영하 40도와 초속 60m의 강풍 지탱

최대 60명 상주 연구수행

2014년 3월 완공예정

 

장보고기지는 상기 계획대로 모든 것이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탐사에서 정밀조사가 순조롭게 수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백야이므로 밤에라도 현장 가설 캠프 및 장비 등을 대륙으로 이동할 수 있다.

 

뉴지 출항 후 일주일 이상 망망대해만 보며 배를 타고 오던 터라 처음 남극에 온 사람들은 날짜와 요일의 개념이 잘 와닿지 않는다.

 

제일 먼저 움직인 요원은 해양조사팀이다. 배에서 조디악(Zodiac: 고무보트)을 내려 건설지 주변 해역 탐사를 위해 출발했다.

 

오전 9시부터 2번 갑판의 헬기 격납고에서 AS-350을 꺼내어 날개를 조립, 점검한 후 뉴질랜드 기장이 탑승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날씨가 좋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현장에 상륙하여 조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환경조사팀이 먼저 나서는 게 좋겠네요.”

 

책임연구원의 제안에 따라 1진으로 환경조사(CEE)팀 4명이 건설지로 출발했다. 헬기에서 전체 부지의 환경변화와 남극생물(펭귄, 스쿠아, 물개 등)의 서식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펭귄이 단합하여 스쿠아를 어떻게 쫒는지 잘 배우고 오세요.”

 

양외란은 여성 환경연구원에게 농담을 건넸다.

 

“펭귄이 얼마나 단합을 잘하며 금슬이 좋은지 배워올게요.”

 

스쿠아(도둑갈매기)가 펭귄 알을 잘 훔치지만 펭귄이 여럿이 뭉쳐서 도둑을 쫓아내는 걸 보면 마치 사람 같다. 평생 짝지어 다니는 것은 금슬 좋은 부부 같기도.

 

펭귄은 남극의 철새다. 겨울에 남극해 북쪽으로 이동했다가 여름이 시작된 11월 중순 땅으로 돌아온다. 험난한 남극해를 헤엄쳐 이동하는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음 2진은 건설팀 3명과 안전요원이 먼저 건설지에 도착하여 가설캠프 설치에 적정한 위치를 탐색하기로 했다.

 

"호두, 땅콩 좀 챙기세요.“

 

어느 건설팀원은 견과류를 유난히 챙겼다. 추운 지방에선 통상보다 하루 1500킬로칼로리 더 보충해줘야 한다는 것. 양이 적으면서 열량이 많은 견과류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배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런 중에 카모프헬기는 대륙기지 예정지로 날아갔다.

 

금번 탐사에서는 헬기 2대를 배에 싣고 왔다. AS-350헬기는 정원이 5명으로 인원수송용이고, KAMOV헬기는 최대 17명까지 탑승이 가능하고 최대 3.5톤까지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장비수송용이다.

 

카모프 헬기를 운용할 때는 조심할 부분이 있다. 2층으로 된 날개의 바람이 워낙 강해 화물 포장이 날아가는가 하면, 근처 바닥의 작은 돌이나 모래가 날리어 눈에 부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지에 설치해둔 기상관측장비부터 확인해주세요.”

 

건설팀장은 작년 2010년 1차 탐사 시 설치한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걱정되었다. 본관동 예정지에서 북쪽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리고 건설팀은 작년에 설치한 측량기준점 표식 3군데를 찾아 현장조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장보고과학기지의 건물이 들어설 부지는 경사가 별로 없는 넓은 개활지다. 전체적인 건설지 지반은 크고작은 바위로 덮여 있어 마치 바위밭 같아 보인다. 바위는 빙하와 함께 흘러내려온 빙퇴석이다.

 

“바위를 치워버리고 편편하게 지반을 정리하면 되겠네요.”

 

건설팀원이 무심코 말했을 때,

 

“바위나 돌을 아무렇게나 치울 순 없습니다. 남극 환경보호 기준에도 맞지 않고요.”

 

제주도 출신의 환경연구원은 바로 반박해왔다.

제주도의 돌을 육지로 가져갈 수 없는 것을 상기한 것이다.

건설부지 전체의 바위를 치울 수는 없더라도 건물 자리와 도로 부분은 치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걷어낸 바위를 어디다 치워놓을 지는 역시 걱정이다.

 

부두 예정지로 가보았다. 내려가는 길은 바위가 적고 접근하기에는 양호한 편이나 추후 보급선의 하역편의를 위해 부두는 정박지와 가까워야 한다.

 

건설팀장은 취수구와 발전소와의 거리가 마음에 걸렸다.

 

“해수 취수구의 위치가 너무 멀어서…….”

 

음용 및 생활용수를 위해 오로지 해수를 끌어올려 담수화해야 하므로 치수가 원활하고 취수라인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동결이나 누수 등 고장시 점검과 보수가 용이한 지점으로 담수화설비가 있는 발전소와의 거리가 짧아야 한다.

 

그러나 기본설계의 취수 및 배수구의 위치를 학인해 보니 모두 약 7m 높이의 빙벽이어서 취, 배수 배관의 구성이 어려워 위치의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풍력발전기(200kw x 3기)의 예정위치는 본관동에서 800m 떨어진 위치에 해안 빙설지 위에 배치되어 거리와 위치의 조종이 요구된다. 본관동과 너무 떨어져 있어 전력의 손실이 크고 점검이 어려워 본관동에서 300m 정도 떨어진 바로 위 언덕 능선에 설치하기로 변경했다.

 

지질, 측량, 지형 조사를 위한 대륙기지 현장조사 인원의 현장숙소 용으로 20피트 컨테이너 가설캠프 세 동을 특수 제작하여 가지고 갔으나 외벽 보온판넬의 현장취부의 어려움이 있어 현장설치 예정 공기는 이틀간에서 나흘간으로 늘어났다.

 

초속 13m의 바람은 헬기 운항을 어렵게 했다.

시추기가 배에서 들어올려 운반하는 과정에서 갑판에 떨어졌다. 포장박스가 파손되고 일부 시추기 밸브 파손으로 현장에서 조립 시운전 테스트를 시행해야만 했다.

 

노련한 러시아 기장도 기상변동이 심한 극지에서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카모프헬기 운용이 정말 어려운가봅니다.”

 

“고정된 기중기로도 인양이 어려운데 공중에 떠 있으면서 조종하려니…….”

 

“선창 모서리 찢어진 것은 용접하면 되지만, 하마터면 사람이 다칠 뻔 했지요.”

 

대원들은 한마디씩 의견을 교환했다.

 

가설캠프를 조속히 설치하기 위해 백야 자정까지 작업을 하나 외벽자재의 무게와 취부의 어려움으로 작업 종료가 예정보다 많이 지체됐다.

 

굴토 결과 지표면 아래 약 50cm부터 동토층이 나타났다.

밤낮없이 작업해왔지만 남극 상륙 나흘째는 쉬었다. 전날 밤부터 눈이 내리고, 짙은 안개가 끼고 바람이 불어 헬기의 운항이 불가능해 각자 방에서 기상 호전까지 대기하기로 했다.

창세기 이후 안식일을 만든 이유를 알 만하다.

 

육상 건설팀은 가설캠프에 남아 기상호전을 기다리고, 나머지 연구조사팀은 프랭클린 섬(Franklin Island) 해역의 연구조사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입항 5일째(2월 7일)

전일 짙은 안개와 눈보라가 활짝 개어 쾌청하다. 바다는 잔잔하고 바람도 적어 남극의 날씨가 갑자기 얌전해졌다.

 

아침에 지질조사팀부터 현장으로 출발했다. 오후부터 바람이 초속 13m로 불고 날씨가 며칠 동안 심한 저기압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쾌청하다. 대륙에는 어제의 눈보라로 현장에는 50cm의 눈이 쌓였다. 온통 순백의 세상이 됐다.

 

본관동 중심점의 시험굴착 결과 예상과 달리 지표 아래 4m에서 암반이 나왔다. 작년 1차 조사시 2m 정도에서 암반이 나온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가설화장실을 설치해야겠네요.”

 

컨테이너 안에 텐트 3개를 설치하고 각각에 특수 제작한 좌식 화장실을 설치했다. 추후 오물은 밀폐 플라스틱 드럼에 넣어 국내로 반입하여 폐기처리해야 한다.

 

쌓인 눈을 헤쳐가며 측량작업은 계속됐다. 측량작업은 3차원 지상레이저스캐너 장비로 지도 작성을 마무리하는 단계이다.

 

지질조사, 측량, 건설팀 등 16명과 안전요원 2명은 대륙기지 현장에 남아 육상에서 기상여건을 보아가며 작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나머지 전체 인원은 배로 철수했다.

 

남극은 얼면 어는 대로, 얼지 않으면 얼지 않은 대로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언 바다에는 하얀 빙판, 얼지 않은 바다에는 출렁이는 물이 아름답다. 빙벽 위쪽의 하늘이 여명으로 벌겋게 불타오르는 모습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주위에 펭귄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펭귄이 있는 지역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기지 설치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입항 열흘째(2월 12일)

앞으로 작업 가능한 일수는 이틀 정도뿐이다. 오늘 무조건 부두예정지의 지질조사를 마치고 다음으로 풍력발전기 위치를 조사하고 마무리해야 한다.

 

현장의 지질조사 굴착장비는 정비동 위치에서 정리한 후 부두예정지의 조사를 위해 이동했다. 굴토 결과 지표 아래 3.4m까지는 빙하퇴적층이고 그 아래부터는 연암층이다. 시추하여 토사가 밀린 정도를 알아내야 한다.

 

주변해안 수심탐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수심측량 결과를 바탕으로 건설지 연안 200m까지 접근하여 선저에 장착된 멀티빔 해저지형탐사기(음파 이용)를 이용해 해저의 모습을 3차원으로 재상하여 해저 지도를 완성한다.

 

해양조사팀은 건설지 부근 암초부분 정밀탐사와 해안빙벽 높이 탐사 후, 조디악으로 생물팀의 해양탐사를 지원했다.

 

특수연구시설로 지자기관측동, 지진계, 중력계, 풍력발전기, 대기구성물질관측동, GPS 타워, 지구물리장비시험동을 위한 위치를 설정해야 한다.

 

남극 현지조사 작업일정 13일 중 4일은 기상 불량으로 이미 까먹어버렸다. 풍력 초속 10m강풍에다가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끼고 눈보라까지 쳐 오늘 작업 일정이 취소됐다.

 

“남극에는 왜 남풍이 강한가요?”

 

양외란은 극지연구소 기상연구원에게 질문했다.

 

“남극 대륙 안쪽 고지대의 찬 공기가 저지대로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 하강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럼, 왜 해안가 날씨가 특별히 나쁜가요?”

 

“하강한 공기가 바다의 덜 차가운 공기를 만나면 대륙을 감싸는 좁은 폭풍대를 만든답니다. 이 폭풍대에는 세찬 바람이 불고 심한 안개가 끼며 극심한 눈보라가 치지요.”

 

지구자전이니, 마찰력이니, 전선이동이니 하는 일반적 기상 이론은 별로 적용이 안 되는 곳이다.

 

입항 12일째(2월 14일)

배는 건설지 아래의 만 안쪽까지 최대한 들어갔다.

정박위치는 74°38S, 164°14E.

카모프 헬기를 이용하여 육지의 컨테이너 철수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히자 헬기는 건설지 북쪽 23km 지점에서 눈시료 채취를 위해 이틀간 야외생활을 한 극지연 빙하팀원 3명을 데려왔다.

 

전체 지질조사를 위한 시추작업을 마친 뒤 각각의 측량점을 확인한 측량팀도 데려왔다.

 

이후 순차적으로 건설지로 향해 철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건설지에 남은 팀은 컨테이너 4개를 선상으로 옮기기 위해 짐을 싣는 작업을 하였고, 다음배가 이태리기지 앞으로 이동해 카모프헬기로 이태리기지의 철수 컨테이너 3개를 배로 이송 선적했다.

 

철수 컨테이너를 헬기로 선수 화물창에 내리는 것은 많은 위험이 따른다. 선수창이 너무 협소하여 경험이 많고 노련한 헬기 기장으로서도 난간에 부딪히고 얹히는 등 위험하고도 어려운 작업이다. 20m의 줄에 매달린 컨테이너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아찔한 느낌을 줬다.

 

건설지에 있는 컨테이너 2개와 시추장비 및 연구장비, 개인물품 등을 일찍 정리하여 계속 헬기로 아라빙호로 이송, 선적하여 전체 현장조사 작업은 마무리됐다.

 

“건설지 주변 청소를 완료했으니 이제 전체 사진이 한 번 찍읍시다.”

 

멋진 사진이 나왔다. 눈에 잘 띄는 주황색의 작업복이 돋보였다.

 

이제 이탈리아 기지 마리오쥬켈리를 방문하는 것으로 이곳 남극에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될 것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마리오쥬켈리(Mario Zucchelli) 기지가 참고대상으로 지정된 것은 우선 장보고기지와 가깝기 때문이다. 배우겠다는 자세는 상기의 사자성어가 잘 말해준다. 먼저 것을 배움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건설팀은 까모프 헬기를 이용하여 마리오기지를 방문했다. 이 기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장보고기지 건설에 많은 참고가 되기 때문이다.

 

장보고기지 예정지에서 서쪽연안을 따라 8km 떨어진 마리오쥬켈리 기지는 해수면 위 15m의 풍화암층에 건설돼 있다. 1985년의 하계에 시작한 공사는 2000년에 완공되었으며 매년 증축을 하였다. 최대 수용인원 90명 사용의 하계기지이다.

 

생활지원시설 2000제곱미터를 포함한 전체 연면적이 8000제곱미터이다. 본동은 컨테이너(20ft)를 이어 붙인 형태로 건설되었으며, 창고동 및 정비동은 샌드위치 판넬로 건축되었다. 상당히 실용적이며 잘 다듬어진 기지로서 풍광이 아주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본동 건물이 땅에서 떠 있군요.”

 

처음 남극에 온 건설대원이 보는 숙소 건물은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다. 바닥에서 1.5미터 정도 높이 지은 것은 땅바닥의 냉기가 건물에 스며들지 않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세차게 휘날리는 눈이 건물 아래로 지나가는 효과가 있다.

 

온통 얼음으로 덮인 남극 내륙에서 건물을 어떻게 짓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얼음 위에 집을 지을 수밖에 없을 테지요?”

 

“그렇지. 해안가를 제외한 대부분 남극지역은 얼음으로 덮여있어 특수공법이 필요하지.”

 

설명하는 건설팀장은 남극기지 건설 베테랑이다. 세종기지를 건설한 경험이 있다.

 

이탈리아 기지 건물의 형태는 복도 양편으로 컨테이너를 연결하여 조립한 것으로, 기초 PC콘크리트 위에 원형 철제 기둥으로 받치고 있는 모양이다. 디자인이나 장식이 거의 없는 실용적인 형태의 고상식(高床式) 건물이며 내부의 배치도 사용에 편리성을 위주로 설계되어 있다.

 

건물 중앙의 복도 모듈의 폭은 1.9m로 넓은 편이며, 각 방은 4인실로 옷장을 중심으로 양 옆에 2층 침대를 배치하고 맞은편 벽으로도 옷장을 중심으로 양 옆에 책상을 배치한 형태이며, 휴게실과 식당은 바닥은 비닐타일, 벽체는 목재 판재, 천정은 사각 흡음판으로 마감했다.

 

식당 뒤로 외부 공간에 통로를 두고 식당관련 창고용 컨테이너를 여러 개 배치하여 활용했다. 외부공간의 천정은 식당과 창고 컨테이너 상부에 작은 스텐레스로 트러스트를 만들어 설치하고 그 위에 투명한 아크릴판을 설치하여 자연채광이 되게 하는 등 매우 실용적이고 경제적으로 배치 설계했다.

 

건물 외부에서 각 건물로 배관 배선을 인입하기 위한 트렌치(바닥 도랑)로 지면에 목재로 된 뚜껑이 설치되도록 콘크리트 트렌치를 설치하고 배관했다. 히팅케이블 관련 시설이 보인다.

 

해수를 취수하여 발전기 폐열을 이용 15도로 온도를 올려 담수화 장비로 보낸다. 일일 담수 생산량 3톤으로 최대 40톤까지 가능하다.

 

해수 취수장을 부두 옆 돌출 암벽 위에 설치하고 암벽을 경사지게 뚫어 해저면으로 배관을 부설한 것은 파도와 해빙에 취수관이 파손되지 않도록 했다. 취수장에서 취수관로를 철골 가대 위에 설치하여 본관동 옆 담수화시설실로 인입한다.

 

발전기실은 350kw x 2대(1대는 대기)를 설치했다.

 

소각장과 오수처리장을 뒀고, 소각기는 일일 약 8톤 소각한다.

 

차량정비실, 목공실

옥외 배관자재 적치장, 옥외 각종 가스 보관소

고무탱크형 유류저장시설, 해상유류이송 Floating 배관 롤

원통형 유류저장탱크 3기(각각 600m3 용량)가 부지 위 언덕에 설치돼 있다.

 

“기름은 일 년에 600킬로리터 사용하는 걸로 생각하면 됩니다.”

 

안내자의 설명이다.

 

 

 

 

 

마리오쥬켈리기지의 부두시설을 주의 깊게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차가운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유빙, 폭풍에 잘 견딜 수 있는 부두의 설치가 남극공사에 가장 어려운 점이면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리오기지의 부두도 1985년 기지 신축 이래 설치와 파손이 반복되어 세 번째로 2008년 다시 건설된 부두라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다시 건설했지만 마지막 것도 일 년 후 점검 결과 바다 속 부두안벽 바닥에 큰 호박돌만한 구멍이 나 있었다. 다시 무너질 염려가 있지만 아직은 손을 못 대고 방법을 강구중이다.

 

이태리기지의 부두 위치는 반구형으로 들어간 해안 지형을 막아 건설한 것으로 파도, 유빙에 직접적으로 부딪히지 않으므로 전면 안벽에 충격이 덜하며, 또한 해저면이 곧 바로 암반으로 구성되어 구조적으로 안정된 시설의 설치가 용이했다.

 

건설 방법은 먼저 해안선 해빙을 제거하고, 부두 전면의 안벽 위치를 굴착해, 육상에서 조립한 안벽 철골을 해저면 암반층 위에 설치한다. 안벽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타설한다,

 

부두 크레인의 기둥에 육지쪽을 향해 아연철판을 반쯤 둘러놓은 것은 잦은 강풍에 자갈과 돌이 날아와 크레인 기둥을 때리기 때문이다.

 

“부두는 그렇게 건설하면 되는데, 비행장은 어떻게 지을까요?”

 

극지연구소 장학 대학원생의 질문이었다.

 

“폭 수십 미터, 길이 일 킬로미터 넘는 평탄한 자갈길이나 얼음길이 있으면 되지. 작은 비행기는 바다 위에도 내리는데 얼음 두께 30센티미터만 되도 이착륙이 가능하지.”

 

건설팀장의 친절한 대답이었다.

남위 90도 남극점에도 얼음길 비행장이 있다는 건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연구원 7명이 이태리기지 방문을 마치고 오후 늦게 배로 귀환했다.

일정은 계획대로 이뤄졌다.

 

이것으로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을 위한 남극 테라노바베이(Terra Nova Bay) 건설현장에서의 모든 현장 정밀조사 13일간(2월 3일~15일)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2011년 2월 15일 밤.

배는 뉴질랜드 크라이트처치의 리틀턴항을 향해 출항했다.

 

양외란의 엉뚱한 생각.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애완견도 키우고 온실에서 꽃과 채소를 재배하는 등 남극의 전원생활은 어떨까?

 

“그런 꿈은 접어. 이젠 남극 밖에서 동식물이나 흙을 가져올 수 없다구.”

 

수석연구원의 태도는 단호했다.

양외란은 옛날의 낭만이 생각났다.

 

“개썰매 여행이 안 됩니까?”

 

“1991년 ‘환경보호를 위한 남극조약 의정서’ 이후 금지됐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동물의 반입은 병균 전염과 남극의 펭귄이나 물개 등에 천적이 될 수 있다. 흙을 들여오는 것은 미생물을 수반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수경재배는 가능하다.

 

“그럼, 가오리를 잘 보호해야겠습니다.”

 

가오리를 닮은 남극대륙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남극대륙을 휘감고 있는, 수온 0도 안팎의 바다가 가오리를 잘 보호하려나.

사람과 선박과 항공기 출입을 절제한다면.

 

 

 

 

 

 

 

 

국내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빙호에 이어 두 번째로 5900톤급 대형 해양과학조사선이 국내 기술로 건조될 예정이다.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

 

조사선은 60명이 승선할 수 있는 규모로 총 36개월의 공정기간을 통해 2015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약 6개월간의 시험운항을 거쳐 2016년 6월 공식 취항할 계획.

 

선체위치와 자세제어를 통해 정밀 해저탐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무인잠수정 등 대형장비의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첨단 연구장비와 더불어 저소음·저진동·저탄소·저폐기물 배출 등 특수분야 기술을 접목해 국내 해양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선진 해양강국들 못지않게 전 지구적 규모의 해양환경, 자원 탐사, 기후변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양외란 같은 젊은이들의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특히 여성의 활약이 돋보일지도.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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