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장난치는 자들

공장 폐수(제6회)

오선닥 2017. 1. 30. 16:31

지표면이나 인체의 70%

물을 아끼고

깨끗하게 해야죠

 




제6회

 

 

공장 폐수

 

경기 북부 포천 지역에서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을 피하려다 한 여고생이 하수구에 빠졌다.

다행히 여학생은 지나가는 남자에 의해 구조됐으나 그녀의 교복은 엉망이 돼버렸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므로 더러워진 옷은 빨면 된다.

 

그러나 사건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건이 청소년지킴이 홈페이지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여학생의 상태가 상세하게 기술돼 있었다.

자세히 읽어나가면 민망할 정도다.

 

윗옷의 단추 두 개가 떨어져 나갔고 가슴의 맨살이 드러났으며 치마는 뒷살이 보일 정도로 내려가 있었다. 옷은 흠뻑 젖었고 흰색의 윗옷은 남색으로 범벅이었다. 진흙투성이가 된 학생은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사건이었다.

 

이런 내용과 함께 범인을 철저히 추적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그런데 녹색미래의 김정언 팀장은 사건 기사의 한 부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왜 옷이 남색으로 범벅이 됐지?

 

그의 의문은 사무총장 지태풍에게 전달됐다.

 

“글쎄, 좀 이상하네. 조사가 필요해.”

 

지태풍은 즉시 의정부에 있는 녹색미래 경기북부지부에 전화하여 포천 섬유산업단지를 방문하도록 했다.

 

“필시 공장 폐수를 무단 배출했을 수도 있어.” 하면서.

 

경기 북부에는 염색공장이 많다.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포천과 연천 지역에 한센섬유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단지가 양성화돼 있지만 무허가 염색공장은 오폐수를 무단으로 버려왔다. 환경부가 수차례 강제철거, 고발 등 행정조치를 취했지만 공염불이었다. 생계수단과 폐쇄성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는 형사입건 되어 범법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기도 한다.

 

“포천천 주변에 공장이 많아 수색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지부장의 대답이었다.

어설프게 하여 입주자들이 의심하면 안 된다고 지태풍은 말하면서,

 

“일단 사고 지점에서 역추적을 해봅시다. 윤곽이 나오면 구체적 방법을 모색해볼 테니까요.”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입주업체는 전부 염색‧날염 섬유공장으로서 공업용수를 포천천과 한탄강의 물을 사용한다. 폐수를 포천천이나 한탄강으로 다시 내보내 문제가 된다. 용수 부족에 수질도 불량하다. 3D업종이라 외국인을 주로 고용할 정도로 영세하다.

 

늘 그렇듯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지태풍은 환경부 직원 이단아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번에도 그녀의 의견이 필요했다.

 

“포천에 여고생 성폭행 미수 사건 들어봤지?”

 

“인터넷에서 잠시 봤어요. 환경 사건도 아닌데 오빠가 왜 신경을 쓰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내 말은…….”

 

“오빠는 성년보다 미성년자에 관심이 더 많은가 봐요.” 그녀는 뜸을 들이고, “제발, 쓸데없이 일벌이지 마세요.” 주의하듯 말했다.

 

상대가 말을 중간에 끊으니 지태풍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니 상대도 멈췄다. 숨소리로만 통화중임을 확인한다.

그는 다시 수화기를 가까이했다.

 

“이건 환경문제야. 물 오염 문제.”

 

“하수구에 빠졌다니 깨끗한 물은 아니겠지요.”

 

“하수구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옷에 염색수가 묻었어. 공장 폐수 무단배출이 의심된다니까.”

 

진짜 환경 문제임을 알고 좀 미안했던지 이단아는 진지한 자세로 돌아왔다.

 

“그럼 드론이라도 띄워야 하는 거 아녜요?”

 

“입주자들 모르게 조용히 조사하려고 하는데…….”

 

“어떻게요?”

 

이단아는 방법이 무척 궁금했다.

잠시 후, 지태풍은 생각난 듯 말소리를 가다듬었다.

 

“참, 로봇물고기, 좀 빌릴 수 있을까? 포천천에 띄우고 싶어.”

 

로봇물고기는 환경산업기술원에서 개발한 바 있다.

길이 30센티미터 로봇은 물고기와 아주 흡사해 물 밖에서 보면 실제 물고기와 다름없다. 원격 조종하여 하천을 따라 헤엄쳐 하수구 같은 더러운 곳이라도 물만 있으면 들어간다. 냄새와 색깔을 따라 추적해 가기도 하므로 배출지를 찾아낼 수 있다. BOD(Biochemical Oxygen Demand,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와 COD(Chemical Oxygen Demand, 화학적 산소요구량)가 자동으로 계산된다.

 

“환경기술원에 있는 로봇 말인가요?”

 

“그래. 배출지를 찾아내는 데는 로봇이 젤 좋을 것 같아.”

 

“하천 수심이 충분할까요?”

 

“지부에 조사시켜 봐야지.”

 

그는 곧 녹색미래 경기북부지부에 연락했다.

로봇물고기가 있다는 걸 처음 들은 지부장의 입에선 은연중 “아, 그런 것도 있나요?” 튀어나왔다.




BOD는 어떻게 측정할까?

 

유기물이 분해될 때 소모되는 산소의 양을 BOD라고 한다.

측정은 두 개의 병에 물을 채취한 다음 하나는 즉시 용존 산소를 측정하고, 다른 하나는 밀봉한 후 섭씨 20도의 어두운 곳에서 5일간 방치한 다음 용존 산소를 측정한다. 두 측정량의 차가 BOD값이다. BOD가 높다는 것은 그 물 속에 분해되기 쉬운 유기물이 많으므로 수질이 나쁘다는 뜻이다.

 

이때, 병을 밀폐하는 것은 공기중의 산소가 물속에 녹아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5일간 방치하는 것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얼마만큼의 산소를 소비하는지 알기 위함이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은 광합성에 의한 산소의 공급을 막기 위함이다.

 

그럼 COD는 어떻게 측정?

 

과망간산칼륨이나 중크롬산칼륨 등의 산화제 수용액을 물에 넣으면 유기물질이 산화된다. 이때 쓰인 산화제의 양에 상당하는 산소의 양을 나타낸 것이 COD값이다. 오염 물질이 많이 들어 있으면 값이 커지고 수질이 나쁨을 의미한다.

 

지부장의 하천 조사에 의하면 수심은 10센티 이상으로 밝혀져 로봇물고기가 헤엄치기에 충분했다.

 

로봇물고기는 다음날 보급되었다.

민간단체가 사용할 시에는 임대해야 하므로 이단아가 환경기술원에 가서 환경부 사용을 확인해 주고 가져 왔다. 기술원의 로봇 전문가가 동행했다.

 

“비싼 로봇이라 잘 다뤄야 합니다.”

 

이단아가 지태풍에게 로봇을 보이면서 말했다.

크기와 생김새며 색깔이 실제 물고기 그대로다.

지부장은 여전히 미심쩍은 눈치다.

 

“로봇이 폐수 배출구를 잘 찾아갈까요?”

 

저녁에 조사팀은 여고생이 빠져 구조됐던 하수구로 향했다.

조사팀 구성은 지태풍, 이단아, 지부장, 로봇 전문가 등 4명이다. 주민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숫자로 했다.

 

“지금 방생하겠습니다.”

 

로봇 전문가는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를 다루듯 말하면서 로봇물고기를 하수구로 집어넣었다. 로봇은 이리저리 장애물을 피하면서 헤엄쳐 갔다. 오폐수와 염색수를 뚫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장면이 수신기에 잘 잡혔다.

 

2020년 10월 그믐밤.

구름을 비집고 나온 별빛뿐이어서 주위가 칠흑 같다.

 

“오빠는 제 곁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어둠이 무서웠던지 이단아가 지태풍의 귀에다 살짝 말했다.

지태풍이 쳐다보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이곳 수채구덩이는 여자들에게 치명적예요.“

 

한참을 헤엄치고 가던 로봇은 약간 높은 콘크리트 턱에 닿자 잠시 멈추더니 아랫배에서 네 발을 꺼내며 걸어올라 갔다. 그리고 편편한 하수도에서는 헤엄을 쳤다.

 

이윽고 배출 공장을 찾았다. 보내준 위치정보를 따라가 봤더니 비교적 규모가 큰 날염 공장이었다. 어둔 밤 마음 놓고 비밀 배출구를 통해 염색수를 유출하고 있었다. 자외선 사진을 찍고 오폐수 샘플을 채집했다. 로봇이 측정한 오수의 색깔과 성분, BOD값도 저장했다.

 

이단아는 환경부 직원 신분증을 제시하고 공장으로 들어갔다.

 

“우리만 배출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무장 해제된 공장 책임자는 늘 했을 법한 말로 항변했다.

 

속도위반 차량이 다 단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친절한 설명은 할 필요가 없다. 상수원이라 무마해 줄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조사에서 이 공장은 여러 번 단속에 걸린 내력이 있다. 생산원가의 3분의 1이 폐수처리비용인 점을 감안하면 범법의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로봇과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배출 추적합니다. 규정대로 하셔야 합니다.”

 

이단아가 말을 해도 공장 당직자는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 않았다.

 

업체는 유량계 조작으로 폐수의 양을 줄여 신고하곤 했다. 일일 허용 폐수량 100톤 미만으로 조작해 놓고 실제는 허용치의 7배인 총 700톤의 폐수를 무단 방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조에 일부러 구멍을 뚫어 폐수가 빠져나가게 한 것이다.

 

생태계 파괴와 상수원 오염 범법자는 5년 이하 징역과 3천만 원 이하 벌금,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젊은 여성이 단속반에 참여하는 건 험악한 과업일 텐데…….”

 

이단아를 보며 지부장은 현장에서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서 시민단체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말하고서 지태풍 쪽으로 시선을 주며 눈웃음을 지었다.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같은 말을 듣고 싶은 것처럼.

오염에는 대기, 수질, 해양, 토양 그리고 지구오염이 있다.

오염과의 싸움이 임무라고 말해왔던 그녀다.

 

최근 환경관련 대형 불법행위가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단지의 폐수처리장 불법 수의계약이 대표적이다.

녹새고발 일인미디어에 공개된 사건이기도 하다.

 

폐수처리장 공법선정 과정에서 K시가 편법으로 S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환경신기술과 폐수고도처리공법 특허 두 건을 소유하고 최근 10년 이내 3천 입방미터 이상 처리 실적을 보유했다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 경쟁업체에 비해 무려 3배가 높은 120억으로 계약했다.

 

환경신기술은 독점 유효기간 만료, 특허권은 분쟁 중인데도 수의 계약한 것이다. 공법선정위원(시 공무원 2명, 산단 1명, 교수 4명 등 총 7명) 전원이 기소된 바 있다.

 

일행의 임무는 대체로 끝났다.

 

“야간 단속에 수고하셨으니 편의점에 가서 라면이라도 드실까요?”

 

지태풍의 제안으로 부근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에 허기를 해결해줄 다른 방법은 없다.

 

“환경 업무는 완전 3D 업종이군요.”

 

특히 이단아가 생고생한다고 로봇 전문가는 말했다.

생고생에는 은연중 자신도 포함된다는 뜻 같기도.

 

새벽 2시라 눈을 좀 붙여야 한다. 어디서 자나?

 

일행은 일단 녹색미래 경기 북부지부 사무실이 있는 의정부로 향했다.

 

작은 모텔에서 남은 밤을 보내기로 했다. 지부장은 집으로 돌아가고 지태풍과 이단아, 로봇 전문가는 모텔로 들어갔다. 지태풍과 로봇 전문가는 같은 방, 이단아는 다른 방을 썼다.

 

취침중 방을 나온 지태풍이 한참 후 방으로 돌아왔다.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자는 줄 알았던 로봇 전문가가 물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왔습니다. 라면 먹었던 거 소화도 시킬 겸.”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던 이단아를 재워놓고 온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지태풍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로봇 전문가가 알 리가 없다. 라면이 말끔히 소화됐다는 사실을 말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아슬아슬한 연애 관계는 앞으로도 지속될 텐데.


 

 

사람은 원래 물에서 살았다는 말이 맞다.

지표면의 70퍼센트가 물로 덮여 있듯 모든 생물체는 물론 인체도 70퍼센트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물이 깨끗해야 하는 이유다.

 

물은 영양분을 몸 구석구석까지 운반해 주고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며 체온을 일정하게 해준다. 곧 생명의 원천이요 영원한 자원이다.

 

수질오염의 주원인은 생활하수, 공장폐수, 축산폐수 등이다.

생활하수량이 산업폐수량보다 월등히 많은데, 이는 상수사용량이 가정용수가 53%, 영업용수가 27%, 공업용수가 5%임을 봐서도 알 수 있다.

 

“급경사가 심하고 우기가 제한된 한국 하천은 자정능력과 희석작용이 부족하여 오염이 심할 수밖에 없다.”

 

세미나 때마다 강조되는 부분이다.

 

생활하수는 탁도 저하, 부영양화, 물속 산소량 부족 현상 등을 일으켜 미생물의 혐기성 분해작용에 의한 유해물질까지 발생시킨다. 산업폐수는 고농도의 중금속 등 유해성 물질이 자연환경으로 배출되어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

 

수질오염의 형태

- 부영양화

- 중금속 오염

- 합성세제 오염

- 농약 오염 

- 적조현상

- 지하수 오염

 

생물에 미치는 독성물질의 영향은 농도, 접촉시간, 온도, 생물의 생리적 조건 에 따라 다르다. 체내로 들어와 섭취와 배설의 균형이 깨어져 조직세포에 장애를 일으켜 결국은 죽게 된다.

 

“노벨상을 받은 DDT 살충제도 자연계나 생명체에 해롭다죠.”

 

녹색고발 방송에서 교수와 대담하고 있는 지태풍이 말머리를 잡고 교수가 대답해 나갔다.


“그렇습니다. 분해되기 어려워 먹이연쇄에서 만성중독을 일으켜 생산이 금지된 겁니다.”

 

90년대 초 낙동강 페놀 오염은 유명하다. 페놀탱크 파이프 이음새 파열로 페놀원액 2톤가량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면서 대구지역에 식수공급이 중단되고 피해보상액은 25억 원에 이르렀다. 페놀은 상수도원수에 존재하면 염소와 반응해서 클로로페놀을 형성하여 페놀 자체의 300∼500 배의 불쾌한 냄새를 낸다. 생식이상과 태아에도 영향을 끼친다.

 

썩은 시화호는 국내 최대의 담수호로 수질오염 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다.

공장폐수가 신체에 흡수되어 신경을 마비시키는 미나마타병이나 이타이이타이병은 유명하다. 모두 일본에서 처음 발생한 중금속 중독 사건이다.

 

세계의 강들도 한 번씩 곤욕을 치렀다.

영국의 템즈강은 19세기 중반 '죽음의 강'이라 불리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콜레라가 발생하여 2만명 정도가 사망했다. 독일의 라인강은 2차 대전 후 공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지나면서 수질이 극도로 악화된 적이 있다.

 

“세계 최첨단 오염감시기인 ‘생물경보기’가 이미 2차 대전 직후에 생겼지요.”

 

“감지 방법은 어땠어요?”

 

“독극물이 유입되면 물벼룩 등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경보를 발령하는데, 독극물 유출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폐수의 감시를 유럽 그린피스가 했다지요?”

 

“한국의 녹색미래와 비슷한가 봐요.”

 

“감사합니다. 저희 단체의 활동을 인정해주셔서…….”

 

지태풍과 교수의 주고받는 대화는 계속됐다.

민간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화학 산업 규제 조치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제 변호사회는 환경 피해자의 인권 보호, 국제교수회에서는 유해 화학 물질과 중금속 유출을 엄격한 규제,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에서는 강과 늪지가 수생 생물에 알맞은 서식 환경을 조성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제언들이 정부의 수질 개선 노력에 크게 기여했다.

 

“수질오염의 70퍼센트가 생활하수와 쓰레기인데, 양을 줄이고 제대로 버려야 합니다.”

 

“동시에 합성세제를 줄이고 물도 아껴야죠, 교수님.”

 

“그럼요. 산업장과 병원, 연구기관에서 자체 폐수정화시설을 설치하고 무단 방류를 막아야 하죠.”

 

“폐수처리는 어떻게 하나요?”

 

“물리화학적 혹은 생물학적 처리 중 적합한 걸 택합니다.”

 

“유독성화합물이 다량 존재한다면 생물학적 처리는 미생물의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므로 많은 처리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그런 경우는 물리화학적 처리가 좋겠지요.”

 

“청바지 염색폐수의 경우 락스와 함께 나오므로 물리화학적 처리방법으로 처리 비용이 너무 비싸서 문제가 있습니다.”

 

“폐수처리업체에 문의를 하는 게 좋겠네요.”

 

물리화학적 처리의 경우 설치비용보다 운영비용이 문제가 되므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한강유역환경청과의 합동단속에서 폐수를 무단 배출한 포천천과 한탄강 유역 섬유염색 공장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확인된 것만 하루 3천톤에 달해 상수원 발원지역의 수질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켰다고 밝혔다.

 

폐수 무단방류뿐 아니라 대기방지시설의 비정상 가동, 폐기물 불법소각, 유류유출 등의 위법행위도 문제다. 각 시군 상황실 간 24시간 비상연락체계가 구축됐다.

 

“어제는 폐수처리 대행업체 관계자 3명과 구청 단속담당 공무원도 함께 구속됐네요.”

 

신문 기사를 보며 지태풍이 말했다.


“꼬리가 많은 구미호는 세상이 바뀐 사실을 모르는 거죠. 결국 걸려들었지요.”

 

서울 종로와 중구에 밀집해 있는 염색공장 수십 곳에서 나온 폐수가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공무원 출신의 현장소장이 있는 폐수처리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어 구청의 단속을 모면할 수 있었다. 단속일자를 미리 알고 폐수의 농도를 희석하는 수법으로 검사를 통과했다.

 

“공무원이 바로서야 하겠군요.”

 

“공무원과의 유착이 패착이 된다는 사실을 무시한 결과지요.”

 

“교수님의 표현이 재밌네요. 이번에는 제가 접한 시멘트 오염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서울 도심의 한 대규모 공사현장에서는 사용하고 남은 콘크리트를 정화장치를 거치지 않고 하수도로 이어지는 빗물받이에 밀어 넣었다.

 

이게 다 시멘트 물이잖아요. 여기에 버리면 안 되죠?

 

콘크리트 타설업체 관계자는 지태풍에게 태연하게 말했었다.

 

이미 무단 배출했었잖아요.

 

2년 동안 얼마나 많이 버렸는지 하수관 절반이 콘크리트로 막혀버렸고, 하수관에 쌓인 폐콘크리트를 걷어내니 10톤이 넘었다. 수은 등 중금속이 폐기물에 섞여 한강으로 유입됐다.

 

식수원인 한강으로 흘러나간 폐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뿐만 아니라 심지어 독극물인 청산가리까지 포함돼 있다.

 

“교수님, 이래서 환경청 감시단의 활약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

 

“환경 민간단체의 감시 활동도 기대하겠습니다.”

 

녹색고발 일인미디어의 방송대담은 100분이나 계속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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