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더 세월

더 세월(제 10회)

오선닥 2014. 10. 8. 17:10

시신을 찾으면 찾는 대로

못 찾으면 못 찾는 대로

가족들은 울게 돼 있다

 

 

 

 

  더 세월

(The Sewol)

 

제 10회

 

 

민간잠수사 불만

 

“다이빙벨은 산소통 잠수와 머구리 잠수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지요.”

 

알파잠수의 대표는 기자들을 향해 열을 올리며 설명했다. 그는 천안함사건 때 폭침이라는 정부발표와 정반대로 좌초설을 주장했다가 정부로부터 미움을 샀다. 좀 섣부른 행동이었다.

 

산소통 잠수는 30분 정도의 잠수시간으로 제한돼 실제 수색작업은 5분~10분에 그친다. 단지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대신 오르내리기를 되풀이하다 보면 잠수사 신체에 무리가 간다.

 

머구리 잠수는 공기호스를 끌고 가므로 오랜 시간 잠수할 수 있는 대신 긴 호스가 꺾이거나 문제가 생기면 잠수사의 생명이 위험하다. 선체 내부나 선실을 돌아다니면서 수색하거나 구조작업을 하기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다이빙벨은 잠수 정거장이라 할 수 있다. 여러 명이 대기할 수 있고 잠수압력의 가감을 조절할 수 있다. 장비가 무거워 조류에 잘 떠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다이빙벨은 작동미비로 투입에 실패해 알파잠수의 체면이 구겨졌다.

해경은 차라리 잘됐다면서 더 이상 다이빙벨에 장비 사용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다이빙벨은 선체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머물면서 잠수를 돕는 장빕니다.”

 

대표의 설명은 계속됐다.

가령 잠수사 두 명이 선체 안으로 들어가서 에어포켓에서 살아있는 아이를 발견했다면, 산소호흡기 하나는 아이에게 물리고, 나머지 하나는 잠수사 두 명이 사용하며 구조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굳이 수면 위까지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된다.

 

정부에 대한 민간잠수사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민간잠수사들 옆으로 취재진이 모여들자 해경관계자는 겸손모드로 바뀌었다.

 

“오늘은 민간도 구조에 참여케 해드릴 테니 정예요원을 뽑아주세요.”

 

“어제도, 그제도, 지난번에도 그냥 있다가 왔는데, 오늘도 그냥 아닌가요?”

 

민간잠수사 대표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해경이 ‘왜 왔냐’는 식으로 대하니 기분이 뒤틀리는 것이다. 계약된 업체가 들어와 있는데 민간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눈치를 노골적으로 표시한다.

 

해경은 둘러대기 바쁘다.

 

“일부밖엔 안 됩니다. 해군과 해경, 특수부대 등 베테랑 잠수사들이 지금 수백 명이 대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더라도 주도권은 '언딘'이 다 가지고 있지 않아요?”

 

민간잠수사 누군가가 노골적으로 대들었다.

민간잠수사는 물론, 해군의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와 SSU(Ship Savage Unit)요원도 잠수하지 않았다면서.

 

해경도 할 말이 많다.

 

“오는 23일 24일 정조가 길어지는 중요한 시기에 그 많은 잠수 베테랑들이 고민해서 프로그램하여 잠수하는데, 자원봉사 잠수사들은 실제로 물 속 상황을 잘 모르잖아요.”

 

“그 물 속 상황이나 다이빙 시스템은 민간잠수사, 여기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알아요.”

 

“그리 말씀하시면 안 되죠.” 해경이 응수했다.

 

“아니에요. 확실히 자신합니다. 우린 경험자들이에요.”

 

“그럼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일주일 동안 물속에 들어간 사람은 불과 몇 명에 불과했어요. 우리가 협조했는데, 결국은 알아보니까 언딘이라는 회사가…….”

 

민간잠수사는 지지 않았다.

옆에서 또 누군가 한 마디 거드는데.

 

“언딘은 바지도 정부의 것이 아니고 개인업체를 불러왔고, 또 용역 잠수사들을 쓰는 거에요.”

 

민관군에서 민은 사실상 언딘마린일 뿐이라는 것이다. 언딘이 충분한 잠수사들을 확보하지 못해 자원봉사하러 온 민간잠수사들을 고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원래 구난에는 선박구난자격증이 필요했으나 2006년부터 신고제로 바뀌어 누구든지 구난작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긴급구난의 경우에는 신고의무조차 없다. 세월호는 긴급구난상황으로 통보없이 현장에서 구난작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달려온 수백 명의 민간잠수사들은 언딘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구조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정부는 민간잠수사들이 실력과 실적이 없고 학부모들이 원하지 않아 스스로 떠났다는 식으로 폄하 발표했다.

 

드디어 잠수사 사고가 발생했다.

침몰 20일 후 수중수색을 하던 민간잠수사 1명이 사망했다. 언딘마린 소속의 잠수사는 잠수 5분여 만에 통신이 끊겼고, 곧 해군 잠수사가 들어가서 구조했다. 작업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헬기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댐 건설 등 30년 경력의 베테랑 산업잠수사는 외관상 특이사항도 없이 머리에 공기가 차 있는 '기뇌증'이 확인됐다. 잠수병이 아니어서 잠수가 원인인지는 파악하기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이후 잠수사 한 명이 더 희생하여 세월호 관련 희생자에는 잠수사 두 명과 소방헬기 추락으로 희생된 소방관 다섯 명도 포함해야 한다.

 

 

 

이순애의 시신

 

사고 후 일주일째 12시 무렵 시신 5구가 나왔다.

여자 셋, 남자 둘.

 

첫 번째 나온 게 여자였다.

여자는 피부가 너무 깨끗했다. 물에 있었으면 썩었을 건데 피부가 거짓말처럼 깨끗했다. 산 사람 그대로의 피부였다.

 

“내 아들인가 싶어서 확인하러 갔었는데 여자분이었어요.”

 

한 어머니가 말했다.

자기 아들은 아니었으나 시신이 너무 깨끗해 신기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유가족이 찾기 쉽도록 많은 신체 부위가 공개 되었다. 그러나 가족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메가폰 방송이 나왔다.

 

“101번 여성입니다. 키 165센티, 나이 30대중반, 코가 높고요. 귀밑에 점이 있고요.”

 

팽목항 바다에 시선을 주고 있던 서정민은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이순애는 분명 귀밑에 점이 있었다. 남편도 아닌 그가 이 정도까지 알고 있다는 것은 이런 때를 위한 것인가 고맙게 생각하면서 급히 다가갔다.

 

그녀였다.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입을 맞출 뻔했다. 사람이 이렇게 깨끗하게 죽을 수도 있구나. 독약이라도 가지고 있었더라면 로미오처럼 탁 털어 넣었을 것이다.

 

서정민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에 번호를 눌렀다.

진도체육관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팔봉 회장은 서정민의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순애 씨가 돌아왔습니다.”

 

“……으응! 물론 눈은 감았겠지. 그래도 고맙다.”

 

회장의 목소리가 너무 침착하여 서정민은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뻔했다. 딸의 죽음에 대하여 준비가 돼 있었다는 건가.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기적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팽목항으로 와서 딸의 시신을 직접 확인하자 이 회장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시신이 깨끗하다는 것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그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슬픔을 삼키고 서정민을 바라보았다.

 

“지금 파리는 아침이겠지. 순정이한테 이제 알려야겠구나.”

 

이때를 차분히 기다렸다는 듯 그는 휴대폰의 단축번호를 눌렀다. 작은딸은 막 집을 나서려는 참이었다.

 

언니 이야기와 세월호 이야기를 듣자 그녀는 모든 걸 알았다는 듯 흐느끼기 시작했다. 파리가 아니라 전 지구가 다 알고 있는 배를 비극이 동반하지 않는다고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루 이틀 더 걸리더라도 모든 걸 정리하고 귀국하도록 아버지는 딸에게 말했다.

 

이 회장에게는 고민 하나가 더 남아 있다. 외손녀 홍소라에게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알리나. 초등학교 5학년이면 생사를 구분하고 혼자가 무슨 뜻인지도 알만한 나이이기도 하다. 내일 회사직원을 통해 손녀를 데려오도록 할 참이다.

 

시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두 번째는 남자가 나왔다.

어른인데 다 썩어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같은 시간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가. 죽은 지 오래됐다는 뜻이다.

 

세 번째 나온 게 남학생이다.

입에 거품이 나와 있었다. 어머니는 얼굴 형태를 다 알아봤다. 여드름이고 뭐고 피부가 그대로였다. 거품이 있다는 것은 죽은 지 얼마 안됐다는 거다.

 

깊이 35미터에서 건져 올린 시신은 여러 형태로 가족들 앞에 나타났다.

시신을 건물 바닥에 방치하고, 엘리베이터 바닥에 놓고 간 것도 있었다. 관계자가 와서 대피소로 옮겼다.

 

한 유가족이 기자 앞으로 다가갔다.

 

“시신은 제일 첨에 봐야하는 게 가족 아닌가요. 손상되거나 훼손이 될 수 있잖아요. 근데 대피소로 다 옮겨 놓더라구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건 이해를 했어요. 국과수에서 먼저 시신을 받아서 소지품 같은 거 확인을 해야 하니까요.”

 

목이 메었던지 목줄을 잡아당기고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그럼 두 번째로 우리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은가요. 그게 아니고, 지들이 차려놓은 영안실에다가 시신을 꽁꽁 싸매서 막 닦더라구요.”

 

그녀는 가족이 먼저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혹시 이송해오면서 살아있는 사람이 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 죽여서 왔는지,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국과수 직원들이 1차, 2차 확인하고 가족들은 3차로 들어와서 얼굴을 봤어요.”

 

그녀는 한숨을 내뿜었다.

 

단원고 여학생의 아버지는 딸의 유품을 받았는데 핸드폰만 없었다. 해경이 메모리칩을 빼고 돌려주었다. 칩은 ‘수사상 분석이 필요하다’며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래저래 가족들의 불만은 쌓여간다.

 

 

<계속>

'소설 > 더 세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세월(제 13회)  (0) 2014.11.17
더 세월(제 12회)  (0) 2014.11.01
더 세월(제 9회)  (0) 2014.10.01
더 세월(제 8회)  (0) 2014.09.25
더 세월(제 7회)  (0) 201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