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4년 만에 폐쇄
추모 방법은 추후 다시 검토
선박의 직립 5월 10일 진행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안산 화랑유원지)
더 세월
(The Sewol)
제 39회
합동 영결 추도식
여전히 힘든 세월을 살아내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
참사 4주기를 맞은 2018년 4월 16일 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열린 추모행사에서 가족들은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을 쏟았다.
이날 오후 3시,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합동분향소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렸다.
무대를 향해서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세 사람이 앉았다.
그들은 서정민 사장, 이순정 상무, 이팔봉 회장이다.
이 회장은 광장을 꽉 메운 7천여 명의 추도객에 놀란 나머지,
“봄볕 더위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왔구먼.”
말하며 옆에 앉은 딸을 바라보았다.
이순정은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사에 마음을 더 주고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바쁜 대통령은 직접 참석하는 대신 메시지로 대신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감동이었지요, 아빠?”
그녀는 아버지에게 말하면서도 시선은 서정민에게 향했다.
이런 때는 서정민도 장단을 맞춰 줘야 한다.
“직접 참석한 국무총리의 조사도 느낌이 깊었지.”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된 추모행사는 참사 경위 보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이낙연 총리의 조사,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추도사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대통령은 완전한 진실 규명과 아직 미진한 선내 구역의 수색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304명 희생자를 떠나보낸 후 참으로 모질고 서러운 1,462일.
함께 흘린 눈물이 강물이 되어 온갖 더러운 것들을 끌어안고 흐른다.
이웃의 희생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피해자들의 곁을 지켜준 안산시민들이 있다.
참사 희생자 추모사업을 두고 말이 많은 것은 안타깝다.
선거를 앞두고 ‘생명안전공원’을 ‘납골당’으로 비하하는 것 등이다.
유가족의 가슴에 송곳을 꽂는 거와 다름없다.
희생자의 영정과 위패는 합동분향소에서 행사의 본 무대로 옮겨졌다.
4.16가족협의회는 추도사에서 강조한 말이 있다.
"오늘 합동 영결·추도식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전개할 추모사업도 많지만, 우선 세월호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위패 앞에서 세 사람은 헌화 분향하며 눈물을 흘렸다. 딸이요, 언니요, 애인이었던 이순애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같은 날 인천가족공원에서는 2014년 영결식을 하지 못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11명에 대한 영결식이 엄수됐다. 일찍이 다른 32명은 2014년 영결식을 마쳤는데 이순애도 거기에 포함됐다.
진도체육관에서는 일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찾아온 네 번째 봄'을 주제로 추모식이 열렸고, 팽목항에서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씻김굿’이 있었다.
의정부 행복로에서는 여중학생과 교사 100여 명은 직접 만든 피켓과 풍선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팀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검찰 특별수사팀>, <감사원 특별감사팀>에게는 침몰원인과 구조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추모영상, 추모시, 추모곡……
울림이 울음으로 변했다.
회생된 동생에게 쓴 언니의 편지가 낭독되는 순간 잠잠하던 참석자의 마음이 울컥거려졌다.
‘다시 봄, 기억을 품다’
주제의 한 추모식에서 희생된 오빠에게 쓴 동생의 편지 내용이 장내에 울려 퍼지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노란리본의 날’ 추모행사가 경기도교육청에서 진행됐다.
교육을 교육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라는 다짐도 있었다.
오후 1시부터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안산시민연대 등의 주최로 안산 고잔역을 출발해 합동분향소까지 총 3㎞여에 달하는 구간을 걷는 ‘국민추모행진’이 1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펼쳐졌다.
화랑유원지 일대에서는 참사와 관련된 내용을 전시한 ‘곁’ 전시관 및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의 꿈을 모은 ‘꿈’ 전시관이 마련돼 추모객을 맞았다.
▲세월호 4주년 안산 거리행진
그날 저녁 세 사람은 서울로 돌아와서 모처럼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관에 자주 가지 않는 이팔봉 회장이지만 이날은 세월호 침몰에 관한 영화라면서 딸이 적극적으로 권하여 호기심을 안고 기꺼이 따라갔다.
나란히 앉은 서정민과 이순정을 본 이팔봉 회장은 “그래, 내가 너희들 결혼을 승낙했었지. 즐거운 시간을 가져라”라고 마음속으로 격려해주었다.
영화 제목은 <그날, 바다>
침몰 원인에 대해 다각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보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일반 시민 2만 명의 크라우드 펀딩에서 20억원으로 만든 영화이다.
서정민은 선박 전문가로서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으나 유가족으로서는 이정도 의문을 가질 권리는 있다고 생각했다.
“국정원에서 고의 침몰시키고 항적을 조작했다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 회장이 서정민에게 분노를 쏟았다.
그 음성에서 딸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기도 했다.
“아버님,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랍니다. 진실은 차츰 규명될 것입니다.”
회장님 대신 아버님이라고 부른 것은 처음이다.
새로운 호칭에도 회장은 개의치 않았다.
오직 영화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으려는 고집덩어리가 회장에게 강력본드처럼 붙어버린 것이다.
합리적인 사고로는 외부 충격이나 앵커 침몰 가능성이 적으나, 급변침과 AIS(자동선박식별장치)항적은 더 검토가 필요하다. 레이더 영상은 이동하는 선박보다는 고정된 육상 레이더가 더 정확하다. 이런 점을 외면하고 이동하는 해군함정 레이더 영상에 더 신빙성을 두는 것은 객관적으로 불합리하다. 선박에 전기가 나가고 비상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AIS 기록에 혼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것은 진도 관제소(VTS)의 AIS를 활용하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있다.
혹시 누가 관제소 항적 기록을 조작했다면?
물론 그랬을 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앵커 침몰설은 앵커가 해저에 내려진 상태로 항해했다는 뜻인데, 이 경우 선박은 큰 진동을 하며 정지하고 만다.
이 모두가 조사팀이 과학적으로 증명해 내야 할 과제이다.
“국정원의 고의침몰설이 있었다는데?”
회장의 질문이 자꾸 나오자 서정민은 영화 관람을 후회했다.
영화에서 진실을 본 것처럼 확신에 찬 회장의 목소리 때문이다.
“아버님과 저는 희생잡니다. 국정원이 400명을 수장하여 얻을 게 뭐가 있습니까? 차라리 고의 침몰시키고 전원 구조하는 게 정권에 도움이 되죠. 음모설은 맨 나중에 거론할 문제일 것 같습니다.”
영화는 거짓말도 섞어야 재미있다.
심해에서 앵커를 급히 내리면 체인파이프가 심하게 긁히는데 그런 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대화가 이 정도로 끝나자 서정민은 홀가분하게 숨을 내쉬었다.
회장을 집으로 모셔 놓고 나오면서 그는 이순정에게 말했다.
“회장님을 오히려 걱정시킨 게 아닌가?”
“그러게요. 모처럼 본 영환데.”
영화평에서 진상 규명을 밝히는 데 오히려 방해만 되는 작품이라는 혹평을 남겨 놓은 사람도 있다. 완전 사기이고 사실조차 은폐한 영화라고도 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서정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선배 선조위원이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
침몰 원인은 팩트로 말하는 것인데
유가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우리의 전문지식을 왜곡해서야 되나?“
메시지만으로는 이해가 잘되지 않아 뉴스난을 보았더니 세월호 유가족이 특이한 사항 하나를 제기했다. 침몰 원인 조사 방해 및 실험 결과 은폐 의혹이 제기된 위원들에 대한 불신임이었다.
불신을 받고 있는 위원은 대부분 선박 전문가였다.
골든타임 동안 박근혜의 행적을 감추고자 조사단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황전원 특조위원.
검찰 의뢰로 침몰 원인 실험을 100여 차례 했던 한국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이동곤. 그는 실험 결과에서 검찰이 발표한 침몰 원인인 '증·개축, 과적, 고박 불량, 조타미숙'과 다른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4년 전 실험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있어 보고서 작성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김영모, 김철승, 공길영 선조위원 등이다.
유가족은 이들을 조사단에서 탈퇴하라고 주장한다.
내일 선배에게 전화하기로 하고 선박 침몰에 대한 의문을 안은 채 베개 밑으로 고개를 밀어넣은 서정민, 그는 잠을 자둬야 한다.
▲영화 ‘그날, 바다’ 홍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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