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그리스도 키로

그리스도 키로

오선닥 2021. 7. 20. 16:28

▲키로

 

기원 무렵 세계는 로마가 지배하고 있었다.

로마황제의 근위병 장군이 어느 마을에 진을 치고는 여관에 들어가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

젊은 장군은 여관주인에게 말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정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데려 오느라.”

이 말은 사실 명령과 다름없었다.

여관주인은 첫눈에 젊은 장군의 눈빛과 풍채가 남달라 보였다. 사람을 많이 겪어본 주인은 단번에 젊은이의 기상을 알아보고 다른 여인을 불러올 필요 없이 16살 된 자기 딸을 장군의 동침으로 넣어주었다.

이래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 것이 세계역사를 바꾸어놓을 줄이야.

 

하룻밤을 보낸 장군은 여인에게 증표로 입고 있던 망토를 벗어주고 떠났다.

그에게 미련이 있을 수 없고 여관에서 간단한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가 떠난 지 열 달 후 여인은 장군의 아기를 낳았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장군은 연락이 안 되었고 여인은 혼자서 아기를 키웠다.

아빠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넒은 대륙에서 찾을 수도 없었다.

 

이제 33살이 된 장군은 이 지역 총독으로 부임해 왔다.

총독으로 와도 그는 그날 밤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 날 부관이 이 지역을 순찰하다가 그 여관에 투숙하게 되는데 매어 놓은 말이 갑자기이히히 히마구 뛰쳐나갈 듯 소리 지르고 있었다.

부관이 쫓아나가 보니까 10살짜리 아이가 말과 함께 장난을 치고 있었다.

부관은 아이를 말도둑이라고 생각하고 칼로 아이의 손목을 자르려 했다.

당시 말도둑에겐 손목을 끊든지 죽이든지 하는 규율이 적용되었다.

부관이 칼로 손목을 내리치려는 순간 어머니가 뛰쳐나왔다.

멈춰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그 아이는 로마 장군의 아들입니다.”

여인은 보관하고 있던 장군의 망토를 보여주었다,

이건 장군의 망토입니다.”

부관은 망토를 보는 순간 놀랐다.

망토에 새겨진 이름과 문양을 보니 직속상관인 총독의 것이 확실했다.

부관은 즉시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총독이 모자를 불러 들였다. 첫눈에 자기 아들이요, 여인은 10년 전 하룻밤을 같이했던 사람이었다. 10년 만에 상봉했는데 총독은 아직도 미혼이었다. 자연스럽게 한 가정이 이뤄졌다.

 

운명은 그렇게 순탄하지 않았던지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황제가 총독에게 부황제 직을 맡기자 그는 영국의 총독으로 부임했다. 이때 조건으로, 부임하는 총독은 황제의 사위가 되어야 했다. 황제와 인척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총독은 황제의 딸과 결혼했고, 그의 아들은 인질로 잡혀 나중에 장교가 되었다.

남편과 아들을 잃게 된 여인은 박해와 죽음을 무릅쓰고 기독교인이 되었다. 당시 기독교인은 국법에 의해 죽임을 당하곤 했다.

10년 세월 동안 황제는 아들을 보내주지 않았다. 총독이 황제에게 충성하겠다고 명세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들은 부대를 탈출해 영국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났다. 그리고 전략가 장군이 되었다.

만난 지 2년 후 총독은 죽게 되고 아들이 부황제 직을 승계 받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로마의 진정한 황제를 가르는 전쟁이 일어났다. 동서 로마를 총괄하는 황제를 판가름하는 싸움이었다.

양쪽에서 아폴로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아들 부황제는 제사를 지내는 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선명한 소리를 들었다.

이 표식으로 싸워서 승리해라.”

아들이 머리를 들어 쳐다보니 하늘에 큰 글씨로 PX가 위아래로 새겨졌다.

이건 그리스어로 그리스도(X=CHI, P=RHO)의 준말이었다. 키로로 발음된다.

하늘에 새겨진 글자를 보고 그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는 아폴로에게 제사지내지 않는다. 그리스도 예수 앞에 기도하고 나아간다.”

그들은 옷과 방패, 그리고 깃발에 키로를 새겼다.

치열한 전쟁 끝에 대승을 거두고 그는 명실상부한 로마의 황제가 되었다.

서기 313년 온 제국에 칙령을 내렸다.

제국 내 모든 기독교인은 자유를 누린다.”

이것이 소위 밀라노 칙령이다.

한 여관에서 뿌려진 작은 씨앗이 세계를 지배하는 황제가 되었다.

아버지 이름은 콘스탄티우스

아들의 이름은 콘스탄티누스

만 다를 뿐이다.

어머니의 이름은 헬레나로 선한 영향력을 끼친 여인으로 추앙받는다.

(퍼온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