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머슴살이를 하다가 새경으로 산등성 밭 하나를 얻어 살림 나온 노총각 강쇠가 산비탈에 초가삼간 하나를 짓고 화전을 일구어 이제 토실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어느 겨울 저녁 군불을 잔뜩 지핀 뜨뜻한 방안에 누워 색시 얻을 생각만 떠올리는데, 바깥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쇠 있는가?” “어, 예?” 귀에 익은 목소리에 문을 여니 윤첨지 안방마님이 보따리 하나를 이고 마당에 들어서는 게 아닌가. 강쇠는 맨발로 펄쩍 뛰어나가 “아이구, 마님 이리 주십쇼.” 하며 보따리를 받아 들었다. “그저께 김장했는데 자네 몫도 조금 챙겼네.” 보따리를 받아든 강쇠는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우두커니 선 채 핑 도는 눈물을 참아야만 했다. “아이구 마님?” “자네 살림은 어떻게 하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