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동악이 장가를 든 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한밤중까지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종로 골목의 한 대문 앞에 기대어 있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잠시 후 그 집의 하인이 나와, “에구, 신랑이 취해서 여기 쓰러져 있군 그려.” 동악을 둘러메고는 신방에 뉘었다. 동악은 비몽사몽간에 깨어나서 옆의 신부를 보았다. “아이구, 우리 어여쁜 부인!” 신부를 끌어안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깨어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기가 뉘 집이오? 그대는 누구시오?” 동악이 낯선 여자를 보고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근데, 나으리는 대체 누, 누구시오? 여자도 놀라 말을 제대로 이을 수 없었다. 서로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여자의 신랑이 전날 밤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