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극지 탐사 항해

20.건물동 배치

오선닥 2020. 7. 5. 11:09

▲장보고남극기지 조감도

 

장보고과학기지 건설
본관과 부속건물의 배치가 중요
건설지 정밀조사에 들어가는데…

 



20. 건물동 배치

  2011년 2월 3일(목) 설날 아침.
  남극에 도착해 첫 밤을 보낸 후 이튿날 아침을 맞이했다.
  날씨는 맑고 쾌청하며 바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밤사이 배는 조류에 의해 해안 800미터까지 접근했다.
  더 접근하면 위험하다.
  아침 7시30분까지 설날 떡국을 먹고 출정을 준비해야만 하는데 날씨가 허락할지 조바심이 앞선다. 남극대륙에 상륙하여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지('74°37S, 164°12E)에 대한 정밀조사를 착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비용 총 1,067억 원으로 2014년 3월 완공 예정이다.
  테라노바베이 연안 대지 2만2,000㎡, 시설면적 3,826㎡.
  지상 4층짜리 본관에 부속건물 우주기상관측동, 지자기관측동, 발전소, 비상대피동 등 10여 건물이 건설되어야 한다. 이들은 영하 40도와 초속 60미터의 강풍을 지탱하고, 최대 60명 상당의 연구원이 상주 가능해야 한다.
  장보고기지는 계획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기 위해 이번 탐사에서 정밀조사를 순조롭게 수행해야 한다.
  백야 덕분에 밤에도 현장 가설 캠프 및 장비 등을 대륙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 애인을 두고 떠나온 사람은 베개를 안고 한두 바퀴 뒤척이기 쉬운 밝음이다.

  뉴지 출항 후 일주일 이상 망망대해만 보며 배를 타고 오던 터라 처음 남극에 온 사람들은 날짜와 요일의 개념이 잘 와닿지 않는다.
  제일 먼저 움직인 요원은 해양조사팀이다. 배에서 조디악(Zodiac: 고무보트)을 내려 건설지 주변 해역 탐사를 위해 출발했다.
  오전 9시부터 2번 갑판의 헬기 격납고에서 AS-350을 꺼내어 날개를 조립, 점검한 후 뉴질랜드 기장이 탑승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날씨가 좋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현장에 상륙하여 조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환경조사팀이 먼저 나서는 게 좋겠네요.”
  책임연구원의 제안에 따라 1진으로 환경조사(CEE)팀 4명이 건설지로 출발했다. 헬기에서 전체 부지의 환경변화와 남극생물(펭귄, 스쿠아, 물개 등)의 서식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펭귄이 단합하여 스쿠아를 어떻게 쫒는지 잘 배우고 오세요.”
  양외란은 여성 환경연구원에게 농담을 건넸다.
  “그것보다 펭귄의 금슬이 얼마나 좋은지 배워올게요.”
  스쿠아(도둑갈매기)가 펭귄 알을 잘 훔치지만 펭귄이 여럿이 뭉쳐서 도둑을 쫓아내는 걸 보면 마치 사람처럼 단합한다. 평생 짝지어 다니는 것은 금슬 좋은 부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펭귄은 남극의 철새다. 겨울에 남극해 북쪽으로 이동했다가 여름이 시작된 11월 중순 돌아온다. 험난한 남극해를 헤엄쳐 이동하는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음 2진은 건설팀 3명과 안전요원이 먼저 건설지에 도착하여 가설캠프 설치에 적정한 위치를 탐색하기로 했다.
  "호두, 땅콩 좀 챙기세요.“
  어느 건설팀원은 견과류를 유난히 챙겼다. 추운 지방에선 통상보다 하루 1,500킬로칼로리 더 보충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양이 적으면서 열량이 많은 견과류가 가장 효과적임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배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런 중에 카모프헬기는 대륙기지 예정지로 날아갔다.
  금번 탐사에서는 헬기 2대를 배에 싣고 왔다. AS-350헬기는 정원이 5명으로 인원수송용이고, KAMOV헬기는 최대 17명까지 탑승이 가능하고 최대 3.5톤까지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장비수송용이다.
  카모프 헬기를 운용할 때는 조심할 부분이 있다. 2층으로 된 날개의 바람이 워낙 강해 화물 포장이 날아가는가 하면, 근처 바닥의 작은 돌이나 모래가 날리어 눈에 부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지에 설치해둔 기상관측장비부터 확인해주세요.”
  건설팀장은 작년 2010년 1차 탐사 시 설치한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걱정되었다. 본관동 예정지에서 북쪽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리고 건설팀은 작년에 설치한 측량기준점 표식 3군데를 찾아 현장조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장보고과학기지의 건물이 들어설 부지는 경사가 별로 없는 넓은 개활지다. 전체적인 건설지 지반은 크고작은 바위로 덮여 있어 마치 바위밭 같아 보인다. 바위는 빙하와 함께 흘러내려온 빙퇴석이다.
  “바위를 치워버리고 편편하게 지반을 정리하면 되겠네요.”
  건설팀원이 무심코 말했다.
  “바위나 돌을 아무렇게나 치울 순 없습니다. 남극 환경보호 기준에도 맞지 않고요.”
  제주도 출신의 환경연구원은 바로 반박해왔다.
  제주도의 돌을 육지로 가져갈 수 없는 것을 상기한 것이다.
  건설부지 전체의 바위를 치울 수는 없더라도 건물 자리와 도로 부분은 치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걷어낸 바위를 어디다 치워놓을 지는 역시 걱정이다.
  부두 예정지로 가보았다. 내려가는 길은 바위가 적고 접근하기에는 양호한 편이나 추후 보급선의 하역편의를 위해 부두는 정박지와 가까워야 한다.
  건설팀장은 취수구와 발전소와의 거리가 마음에 걸렸다.
  “해수 취수구의 위치가 너무 멀어서…….”
  음용 및 생활용수를 위해 오로지 해수를 끌어올려 담수화해야 하므로 치수가 원활하고 취수라인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동결이나 누수 등 고장시 점검과 보수가 용이한 지점으로 담수화설비가 있는 발전소와의 거리가 짧아야 한다.
  그러나 기본설계의 취수 및 배수구의 위치를 학인해 보니 모두 약 7m 높이의 빙벽이어서 취, 배수 배관의 구성이 어려워 위치의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풍력발전기(200kw x 3기)의 예정위치는 본관동에서 800m 떨어진 위치에 해안 빙설지 위에 배치되어 거리와 위치의 조종이 요구된다. 본관동과 너무 떨어져 있어 전력의 손실이 크고 점검이 어려워 본관동에서 300m 정도 떨어진 바로 위 언덕 능선에 설치하기로 변경했다.
  지질, 측량, 지형 조사를 위한 대륙기지 현장조사 인원의 현장숙소 용으로 20피트 컨테이너 가설캠프 세 동을 특수 제작하여 가지고 갔으나 외벽 보온판넬의 현장취부의 어려움이 있어 현장설치 예정 공기는 이틀간에서 나흘간으로 늘어났다.

 

  초속 13m의 바람은 헬기 운항을 어렵게 했다.
  시추기가 배에서 들어올려 운반하는 과정에서 갑판에 떨어졌다. 포장박스가 파손되고 일부 시추기 밸브 파손으로 현장에서 조립 시운전 테스트를 시행해야만 했다.
  노련한 러시아 기장도 기상변동이 심한 극지에서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카모프헬기 운용이 정말 어려운가봅니다.”
  “고정된 기중기로도 인양이 어려운데 공중에 떠 있으면서 조종하려니…….”
  “선창 모서리 찢어진 것은 용접하면 되지만, 하마터면 사람이 다칠 뻔 했지요.”
  대원들은 한마디씩 의견을 교환했다.
  가설캠프를 조속히 설치하기 위해 백야 자정까지 작업을 하나 외벽자재의 무게와 취부의 어려움으로 작업 종료가 예정보다 많이 지체됐다.
  굴토한 결과 지표면 아래 약 50cm부터 동토층이 나타났다.
  밤낮없이 작업해왔지만 남극 상륙 나흘째는 쉬었다. 전날 밤부터 눈이 내리고, 짙은 안개가 끼고 바람이 불어 헬기의 운항이 불가능해 각자 방에서 기상 호전까지 대기하기로 했다.
  창세기 이후 안식일을 만든 이유를 알 만하다.
  육상 건설팀은 가설캠프에 남아 기상호전을 기다리고, 나머지 연구조사팀은 프랭클린 섬(Franklin Island) 해역의 연구조사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급변하는 기상에 장사가 없으니 겸손히 호전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의 위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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