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참지 못하는 손님
시골 출신 아가씨가 상경하여 아는 총각을 만나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설명하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옆에서 들으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남자: 요즘 타투(문신)한 얘들 보면 좀 부럽더라구. 나도 타투 한 번 해볼까?
아가씨: 타투? 나는 집안이 워낙 보수적이고 엄하게 자라서 몸에 타투 새기고 하는 거 진짜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오빠.
남자: 그러면 이니셜 정도 새기는 건 괜찮지 않을까?
아가씨: 아 오빠. 이건 내 친구 얘긴데, 남자 친구랑 사귀었대. 서로의 이니셜을 커플 타투로 엉덩이에 새긴 거야.
남자: 엉덩이?
아가씨: 응. 엉덩이 쪽에 새겼다니까, 이름을.
남자: 이름을? 상대방 이름을?
아가씨: 응. 근데 그걸 새기고 두 달 만에 헤어진 거야.
남자: 대박!
아가씨: 근데 그걸 지우는데 처음보다 두 배로 돈 들고, 엄청 아프고, 지우고 지워도 자국이 안 없어졌어.
남자: 진짜? 어떻게 상대방 이니셜을 엉덩이 쪽에다가 새길 생각을 했지? 아 걔는 생각이 너무 없네.
아가씨: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남자: 그렇잖아. 헤어질 수도 있는 건데 그걸 엉덩이에 새기면 그게 제정신야? 그건 무뇌지.
아가씨: 오빠, 나도 헤어질 줄 몰랐지.
남자: 너 얘기였어? 방금 한 얘기가 너 얘기였어?
아가씨: 응? 내가 뭐라고 했는데?
남자: 너 엉덩이에 다른 남자 이름이 있다는 거야?
아가씨: (당황하여) 아 오빠, 오빠. 그거 필기체로 흘려 써가지고 못 알아봐. 누군지 못 알아본다니까. 내가 봐도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
남자: 필기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남아 있다는 거야.
아가씨: 오빠 괜찮아.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보잖아? 그러면 오빠 이름이라고 할게. 그래도 구분이 안 가.
남자: 거기를 다른 사람이 볼 일이 있어?
아가씨: 나 보수적이니까. 타투 얘기는 그만하자. 불편해.
남자: 그래 뭐, 지나간 얘기니까 그래.
아가씨: (머리를 두 손으로 받치고 한숨만)
남자: 너 근데 왜 계속 한숨만 쉬어? 무슨 고민이 있어?
아가씨: 나 지방에서 서울 올라온 지 얼마 안 됐잖아. 서울에서 취업하기 왜 이렇게 어렵냐?
남자: 그렇긴 하지. 너 서울 올라온 지 얼마나 됐지?
아가씨: 6개월.
남자: 그전엔 고향에 있었다고 했지?
아가씨: 내 고향, 완전 시골이잖아.
남자: 너 서울에서 무슨 일 하면 되겠어? 넌 키도 크고 얼굴도 이쁘니까…. 나레이터, 모델, 이런 거 어때?
아가씨: 나레이터 모델 하면 짧은 거 입고 위에도 다 보이는 거잖아. 사람들 앞에 마이크 잡고 해야 하잖아. 나는 워낙 보수적이고 그런 거 나랑 적성이 안 맞는 것 같아.
남자: 그래? 너 고향에서 무슨 일 했었지?
아가씨: (뜸을 들이고) 음, 서비스 쪽.
남자: 서비스도 여러 분야가 있잖아. 무슨 서비스?
아가씨: 음, 커피 쪽.
남자: 그럼 커피를 타는 거야?
아가씨: 응 커피도 타구 다른 것도 타구….
남자: 다른 거 뭐 탔어?
아가씨: 커피도 타구 오토바이도 타구. 커피를 타가지고 보온병에 담은 다음에 보자기에 싸가지고 오토바이를 타. 그리고 거기 가서 서비스를 하는 거지.
(커피숍 옆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 아가씨 두 분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
남자: 너 다방 레지였어?
아가씨: 응? 오빠, 우리 지방에선 그렇게 안 불러.
남자: 그럼 어떻게 불러?
아가씨: 오봉이.
남자: 너 전 직업이 오봉이었어?
아가씨: 아는 오빠가 도와 달라 해서 잠깐 하고 바로 그만뒀어. 나랑 적성에 안 맞더라구.
남자: 너처럼 순진하고 순박한 애가…. (놀란 표정 멈추고) 깜짝 놀랐잖아. 나쁜 사람 꼬드김에 넘어가서 큰일 날 뻔했구나. 그럼 그렇지, 잠깐 그냥 해본 거로구나.
아가씨: 잠깐하고 그만뒀어.
남자: 잠깐 한 다음에는 또 무슨 일했지?
아가씨: 그담엔 (뜸을 들이고) 설계 쪽.
남자: 설계 쪽? 어쩐 건데?
아가씨: 동양화.
(두 여자 손님의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남자: 동양화와 설계는 매칭이 잘 안 되는데…. 어떤 거야? 자세하게….
아가씨: 오빠, 군용 담요 있지? 군 담요 쪽. 이걸 하려면 조사를 해야 돼.
남자: 무슨 조사?
아가씨: 호구조사.
남자: 설계, 군담요, 동양화, 호구…. 그래도 매칭이 잘 안되는데…. (한참 생각하고) 그럼 사기 도박단이었어?
아가씨: 호구를 잡아야 하는 거야. 그다음에 판을 짜야 해. 요걸 설계라고 하거든?
남자: 너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아니 그거 엄청 나쁜 일이잖아.
아가씨: 아니, 그건 작은 역할이야. 진짜 작은 역할만 했다니까.
남자: 너 역할이 뭐였는데?
아가씨: 팬티를 보여줘라, 이런 거지. (옆 손님은 ‘이거 미친 거 아니야?’ 웃음 폭발) 이것도 내가 아는 삼촌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진짜 잠깐 했다가 발을 싹 뺐지. 발만 들였다가 바로 뺐다는 뜻이야. 근데 오빠 자산이 어느 정도 돼?
남자: 내 자산, 왜? 부모님이 갖고 계셔.
아가씨: 부모님이 갖고 계신 거 처분하고 하면은 현금화할 수 있는 사이즈는 어느 정도 돼?
남자: 너 아직 발 다 안 뺐지? 너 지금 조사하는 거야?
아가씨: 아냐 오빠.
남자: 너 호구 조사하는 거야? 남자친구를 설계하는 거야?
아가씨: 아냐 어차피 오빠는 사이즈가 안 나와.
남자: 너 그동안 무서운 일 많이 했네. 그런 일 잠깐 한 다음 또 다른 일은?
아가씨: 다음 한 일은…. (잠시 멈추고) 아 금감원 쪽,
남자: 금감원 쪽이라면 무슨 일?
아가씨: 이게 여러 기관들이 엮여 있는 직업인데…. 은행, 검찰청, 우체국 등.
남자: 그쪽 일이라면 감이 안 잡히네. 설명 좀 해봐.
아가씨: (머리를 긁적이며) 아 이게 영어가 들어가서…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이게 한국말로 뭐더라? 아 기억난다. 이거다 이거. 그쪽이야.
남자: 그쪽이 뭔데?
아가씨: 아 낚시 쪽.
남자: 낚시? 금감원, 검찰청, 우체국, 낚시… (차례대로 손을 꼽으며) 너 보이스피싱 했었어? (두 손님은 자지러지게 웃는다).
아가씨: 응? 뭐? 오빠 되게 똑똑하다. 오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남자: 그럼 내가 칭찬 받은 거야?
아가씨: 그래. 오빠같이 똑똑한 사람이 보이스피싱에 잘 걸리는 거야.
남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어떤 삶을 살아온 거야?
아가씨: 오빠 과자 좋아해?
남자: 갑자기 과자라니? 어떤 과자?
아가씨: 전과자
언어가 폭포를 만나면 폭소가 되나 보다. 남자가 아가씨의 손을 잡고 커피숍을 나오는데 남아 있는 두 손님 아가씨는 두 남녀의 어이없는 대화에 배꼽을 잡고 웃음을 그칠 줄 모른다. 그들은 자리에서 제대로 일어났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