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본을 배우다

일본을 배우다(하)

오선닥 2012. 6. 27. 19:42

 

‘일본을 배우다(상)’에 이어 (하)를 게재합니다.

 

일본 연수 경험을 기초로 해서 쓴 것이므로

해운 종사자들에게

다소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용이 지루하므로 해운에 관심 있으신 분만 읽으시길)

 

 

 

 

일본을 배우다(하)

 

 

(부정기선부)

 

일본 연수의 주목적은 부정기선부의 업무 파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님의 의도를 아는지 부서의 직원들도 어딘지 모르게 친절함을 보였다.

 

부정기선부장은 부서의 개략적 설명, 이를테면 부정기선부는 건화물 사업부로서 광탄, 곡물, 목재, 칩(Chip) 등 화물별로 과(課)를 나누었다는 설명을 한 후, 상세한 부분은 광탄과(鑛炭課)의 오자와 과장의 설명이 유익할 거라면서 자신의 업무로 돌아갔다.

 

광탄과(鑛炭課)는 제철원료인 철광석과 석탄 수송을 취급하며, 한국 현지법인과 협력 체제 강화를 우선시한다. 한국의 코스틸이나 코파워는 그의 대고객인 셈이다. 다같은 석탄이라도 발전용 석탄은 칩과에서 취급하는 것이 특이하다. 칩선이 석탄 수송에 많이 이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화물 따라 쫓아다니는 게 부정기선이므로 국내뿐만 아니라 삼국간 서비스도 중요하다. 기존 고객에 충실한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을 고민해야 한다고 오자와 과장은 설명했다.

 

주로 케이프사이즈(Capesize)급 선박 위주로 세계 주요 제철소, 전력회사, 원료공급사와 협력하여 철광석 및 석탄 운송을 담당하는 것이 광탄과의 업무다.

 

서비스 항로는 철광석 및 석탄 원산지인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남아공, 캐나다, 콜롬비아, 브라질, 페루 등에서 제철소 및 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는 동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수송한다.

 

검은 색 탄이라고 다 석탄은 아니다.

석탄 성분 내에 중량으로 50% 이상, 용적으로는 70% 이상의 탄소분이 함유되어야 석탄으로 정의된다. 탄화도(炭化度)에 따라 탄소분이 60%인 이탄(泥炭), 70%인 아탄(亞炭) 및 갈탄, 80∼90%인 역청탄, 95%인 무연탄으로 나뉜다.

 

“석탄의 탄소분이 100%이면 다이아몬드가 되겠군요.”

 

들은풍월로 송대길이 말해본 것이다.

 

오자와 과장이 취급하는 제철용 석탄은 코크스를 만들어 내는 점결탄과 무연탄이 되겠다.

점결탄(粘結炭: Coking Coal)은 흔히 원료탄이라고도 한다. 연소할 때 석탄입자가 연화, 용융하여 서로 점결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칭한다. 이는 역청탄 중에서 석탄화도(石炭化度)가 높은 부분에 한정되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수분 3% 이하, 휘발분 15∼45%, 순탄발열량(純炭發熱量) 7800∼8700kal/kg 정도이다. 석탄자원 중 가장 중요한 용도를 가지며, 주로 제철 및 주물용 코크스, 또는 도시가스 등의 원료로서 이용된다.

 

점결탄(粘結炭)을 코크스 고로 안에서 고온 가열하여 건류하면 광택 있는 흑회색의 다공질(多孔質) 고체연료가 생기는데 이것이 코크스이다. 점결탄에 무연탄을 혼입하여 제철용 코크스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코크스는 연소할 때 연기가 없게 된다.

 

그리고 원료탄은 수분, 재, 유황, 휘발분, 타르 등의 성분이 요구되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무역거래시 성분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음에 주목한다.

 

부정기선 시장에서 화물이 없어 멍하니 대기하는 것은 일용직 근로자가 일거리를 찾지 못해 남대문 시장 앞에서 담배나 물고 어슬렁거리는 것과 다름없다.

오자와 과장은 알기 쉬운 설명에 들어갔다.

 

“해운중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을 때는 촌음을 다투는 싸움이 벌어지죠. 가능하면 장기운송계약으로 안정을 찾고 싶으나 시장이 좋을 때 기회를 놓치게 되니 조화로운 운항기획을 세우는 게 중요한 거죠. 또한 공선률을 줄이기 위해 회항 화물을 쉽게 주선할 수 있는 항구로 배선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해운시장을 읽는 기법을 개발해야겠군요.”

 

“그렇습니다. 평소 화주들이나 선사들과의 유대를 잘 만들어야 하죠. 때로는 유력한 중개인과의 관계도 유지하고. 하우스 브로커(House Broker)라 하여 화주나 선사의 전권을 갖고 있는 중개인도 있으니까요.”

 

“정치 마당의 유력한 로비스트와 같은 위치군요.”

 

“오늘 저녁 코파워 동경지점장과 저녁식사 약속이 있으니 동행하시죠. 식사 후는 긴자에 있는 바에 들르는데 그의 일본인 애인이 있어요. 남녀가 재미있는 사람들이지요.”

 

“감사합니다. 그분께 폐가 되지 않는다면…….”

 

“한국 거래처에서 왔다고 하면 좋아할 거요.”

 

저녁 긴자 바에 들렀을 때 지점장의 이름이 적힌 양주병이 내려졌다. 일행은 그것을 다 마시고 또 한 병 을 더 마셨다. 그러고도 많이 취하지 않은 것은 그의 애인 외에 두 명의 한국인 여성이 동석을 해서 술병을 비우는데 도와줬기 때문이다.

 

오자와 과장이 마신 술병 대신 새 양주병 하나를 보관 선반에 올려놓았다. 코파워 지점장의 이름을 써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튿날 연수 담당 직원은 곡물과(穀物課)의 여성 대리 아키코였다. 과장은 출장 관계로 부하 여성에게 연수를 의뢰했다. 결혼하여 아이가 둘이라고 소개했지만 허리만큼은 처녀 몸매였다. 눈가에 그린 듯한 작은 주름살이 오히려 자애로운 상으로 보였다.

 

“큰애가 남잔데 이웃의 조선인 딸애를 참 좋아해요. 크면 그 애한테 장가간대요. 히 히.”

 

자식이 기특하다고 생각했는지 업무보다 가족을 먼저 대화 주제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웃음이 너무 유쾌했다. 그도 맞장구치고 싶었다. 그러나 ‘나도 살림밑천 딸이 있는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베네수엘라에는 혼혈들이 국제미인대회에 많이 뽑힌답니다.”

 

로 말머리를 틀었다.

 

“다 같은 동양인인데 혼혈로 보이겠어요?”

 

그녀의 태연한 대답이 어딘가 신기했다. 이십 년 후 한류열풍을 그들이 감지했을 리는 만무할 텐데.

 

산물선(Bulker)은 곡물, 광석, 석탄 등 포장하지 않은 채 선창에 싣고 수송하므로, 화물 특성에 따른 하역장치 등의 설계가 필요하다. 일반화물선에서는 하층의 화물이 짓눌리지 않도록 중갑판으로 사이를 막지만, 산물선에서는 그런 칸막이가 없고 박스 형태를 취한 것이 특징이라 배의 가격도 싸다. 또한 수송 코스트를 낮추기 위해 경제속력으로 항해하며, 선체가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이다.

 

송대길의 견해로는 지금의 해운시황이 정말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시황이 나쁠 때는 다른 화물로 전환해야 하는데 전용선이어서 쉽지 않은 면도 있고요. 금년 같은 경우 더욱 전환의 필요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두 종류 이상의 화물 운반에 이용되는 겸용선이 출현한 거죠. 광석·석유, 광석·곡물, 광석·곡물·석유 등의 겸용선이 복합수송을 함으로써 수송경비를 경감시키고 대상화물의 변경에도 대처할 수 있는 거죠. 그 예로는 쿠웨이트에서 석유를 유럽으로 운반하고, 배를 아프리카로 회항시켜 철광석을 싣고 일본으로 운반하는 경우와 같은 거죠. 철광석은 선체의 중심선 부근의 선창에 싣고, 기타의 화물은 다른 선창에 적재하는 방법도 있겠고요.”

 

배를 타본 적이 없는 여자가 언제 선박에 대해서 공부를 했을까. 그는 은근히 그녀의 선박지식을 깊이 떠보고 싶었다.

 

“선체의 응력이나 트림, 흘수 등을 고려하여 적재해야 할 테고. 그런데 무엇보다도 선박 성능을 감안해서 화물을 확보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화물 수배할 때는 우선 적재 시와 적재 후 전단응력과 벤딩모멘트 차트를 보아가면서 체크를 하죠. 그리고 하역할 때도 예상치를 계산하고요.”

 

그렇구나, 그가 감탄할 새도 없이 그녀의 설명은 계속됐다.

 

“국제 곡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제 곡물메이저라 하면 미국의 카길, 콘티넨털그레인, 프랑스의 루이드레퓌스, 스위스의 앙드레, 아르헨티나의 붕게 등 5개사를 가리키는데 유대계가 많다는 게 흥미롭죠. 실제 용선주는 곡물수입회사들도 많으므로 이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만들어나가야죠.”

 

그녀의 설명에 메모가 따라가지 못했다.

송대길은 말허리를 바꾸고 싶었다.

 

“세계 최대의 벌크선대를 보유하고 있는 산코라인(Sanko Line)이 고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장기운송화물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선복은 많지만 영업력이 약해서 스팟 시장에 주로 의존하다보니 불황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 거죠. 지금 시장에서 소문이 좋지 않아요. 이에 비하면 저희 회사는 정기선이 많고 장기계약 화물이 많아 피해가 적은 편이죠.“

 

그녀의 마켓 진단은 상당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었다.

 

이날 점심은 송대길이 대접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사장은 부정기선부만큼은 한 번 대접하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히비야공원을 바라보는 한국식당에서 불고기로 냄새를 풍겼다. 동석한 여직원들은 유니폼이 연기와 냄새로 찌들어도 상관치 않고 고기 맛에 열중했다.

 

 

연수여정은 계속되었고, 부서 배치 순서대로 목재칩과로 옮겼다. 호주 현지법인에서 장기간 근무하다가 두 달 전에 본사로 돌아온 도조 과장이 설명을 담당했다.

 

칩은 펄프 제조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목재를 잘게 절삭한 목재조각이다. 전에는 원목 상태로 펄프 공장에서 직접 칩을 만들었으나, 근래에는 칩 생산을 전업(專業)으로 하는 공장이 늘어나고, 따라서 칩의 무역량이 늘어나고 있다.

펄프화에 사용하는 황의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우수한 촉매를 사용하는 방법이 시도된다. 오염을 줄이고 목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우수한 기계 펄프를 더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지회사는 5년 내지 10년 동안 연간 수십만 톤의 목재칩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때로는 호주의 번버리(Bunbury)항 같은 외국의 임해 조림지역을 조성하여 장기공급을 꾀한다.

 

“목재칩은 적재용적(Stowage Factor)이 크므로 선창이 커야 할 텐데요.”

 

보유 선박의 크기가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에 도조 과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에 들어갔다.

 

“회사 보유선 10여척 대부분이 용적 10만m3 이상이죠. 헌데 무게는 용적수치의 반밖에 되지 않고요. 선창은 일반적으로 6개 정도이고, 폭과 깊이는 파나마막스형이죠. 주로 일본 제지회사를 위한 전용선들이랍니다.”

 

“칩선은 늙으면 스크랩 운반에 쓰이곤 한다던데…….”

 

“용적이 크기 때문에 스크랩 운송에도 적합하죠. 그렇지만, 스크랩은 선창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잘 싣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송 상도 잘 아시잖아요.”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이라는 뜻인가.

 

“칩선은 주로 제지회사에 장기용선 되는 걸로 압니다만, 부정기선을 효율적으로 운항하려면 선적항에 가까이 있는 배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차터베이스(Charter Base)를 산정하여 타사선을 용선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사선을 다른 용선주에게 빌려주기(Charter Out)도 하는 거죠.”

 

“그룹사 내의 회사간 거래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가 보군요.”

 

여직원이 커피 두 잔을 갖다 준 것은 그들이 너무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야구의 적시타와 같은 커피타임이었다. 고마운 나머지 그녀의 미소를 한 번 더 훔쳐봤다.

 

 

발전용 석탄 운반에 대해서 검토할 단계다.

담당과장은 동남아 사람 피부를 가진 건장한 남성 쿠로카와 과장이었다. 그렇다고 석탄수송으로 인해 피부가 비슷하게 진화되었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석탄의 거래에 있어서 중요시되는 것은 탄질, 발열량, 점결성(粘結性) 등이며, 발열량이 좋은 탄질인 경우 6500kcal/kg이상이고 저질탄은 보통 4500kcal/kg 이하이다. 보통 발전용탄은 3500kcal/kg 이상이고 가정용 연탄은 4500kcal/kg 정도다.

 

“화력발전용 석탄은 유연탄을 쓰고 있는데, 종류는 보통 갈탄이나 역청탄을 쓰고, 대체로 발열량은 6000-8000kcal이죠. 무연탄은 연기는 나지 않지만 발열량이 낮아 발전용으로는 부적합하지요.”

 

“석탄을 수송하는 선박의 입장에서 특히 고려할 점이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수분과 휘발성, 점결성을 살펴야 되겠죠. 화재위험이나 화물이동 등을 감안해야 하니까요.”

 

발전소는 석탄을 때어서 증기를 만들고, 또 증기는 터빈을 움직여서 전기를 만들어낸다.

발전용으로 쓰이는 유연탄의 해상수송이 궁금했다.

 

“유연탄의 물동량은 어떻습니까?”

 

“유연탄 거래의 대부분이 장기계약인 점을 감안해야 하고, 또 소비의 반 이상이 아시아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발전용석탄 수송선은 발전소가 있는 항구의 조건을 고려해 폭은 넓은 대신 흘수가 얕은 것이 특징으로 8~9만DWT 벌크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수출국은 미국, 콜롬비아, 러시아, 남아공, 인도네시아, 호주, 중국 등이고, 인도네시아가 가장 큰 수출국이라고 한다. 일본에는 20여 곳의 발전소에 석탄을 수송하는데 주로 호주를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중국, 캐나다로부터 가져온다는 것.

 

석탄 이야기는 끝이 없으니 다른 과로 넘어가자.

 

 

원목수송은 해운역사와 더불어 많은 해상사고를 만났다. 무게에 비하여 용적을 많이 차지하는 원목은 적재 후 선박의 중심(重心)을 높여 전복사고를 자주 야기했다. 하세카와 과장이 원목을 담당한 이유는 원목선 승선 경험이 많았던 까닭이다.

 

원목수송선은 북미항로, 남양항로, 유럽항로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남양항로의 경우는 원목수송에서 목재수송으로 바뀐 항로이다. 원목생산국인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가 직접 목재를 생산함으로 변화된 상황이다.

 

국제기구에서 항해의 안전상 권장하는 추천항로는 간선항로(幹線航路)와 지선항로(支線航路)가 있지만 원목선의 경우 바람과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선장의 현장 판단에 따른 운항이 중요하다.

 

원목은 갑판상에도 높게 적재하므로 지지대와 훅을 사용하여 악천후에도 이동하거나 붕괴하지 않도록 견고한 고박(Lashing)을 필요로 한다. 원목의 길이는 수요자의 요구에 다라 3.7m 내지 8.2m까지 있다. 그러나 보다 짧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원목수송선은 자체 하역장치가 있으므로 목재나 철재, 잡화를 실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으며, 또한 하역기구의 능력에 다라 중량화물을 적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박스 타입으로 된 선창을 깊게 설계한 1만 내지 2만5000DWT의 각목 등의 목재 전용선도 있다.

 

지구상 삼림이 급속히 파괴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림사업은 점점 강조되고 있다.

솔로몬 군도의 조림사업은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다. 세계적으로 칠레, 뉴질랜드 등 온대지방에서 조림에 성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열대조림은 성공사례가 거의 없다는 데서 더욱 의의가 있는 것이다. 1960년 최대 원목 수출국이었다가 수입국으로 전락한 필리핀의 예에서 보듯 천혜의 열대림을 갖고 있던 나라들 중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 자원이 고갈된 경우가 허다하다.

 

성공적인 조림국가로 평가받는 뉴질랜드의 경우 온대라는 한계 때문에 조림목을 생산하기까지는 25~30년이 걸려 열대조림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시멘트나 석회석을 실어 나르는 소형 원료전용선은 자체 하역장치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 * * *

(자동차선부)

 

K사의 가장 큰 특징은 회사의 규모에 비하여 자동차 운반선이 많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운항 척수가 60척 이상 된다. 따라서 자동차부의 직원 규모도 매머드급이다.

 

자동차를 운반한다는 의미에서 같지만, 카페리는 여객선이고 자동차전용선은 화물선이다.

자동차전용선(PCC: Pure Car Carrier)은 본선 하역장치로 하역하는 방법(Lift on-Off)과 자동차 자체운전으로 선측이나 선미 통로(Ramp way)를 통하여 하역하는 방법(Roll on-Off)이 있다. 카페리는 선박이 지니는 대량수송성과 저렴성, 그리고 자동차가 지니는 신속성과 기동성을 조화시킨 수송 형태를 실현시켰다.

 

전용선의 구조는 여러 층의 갑판으로 되어있고 전체적으로 입체주차장과 같은 구조이다. 대형버스나 건설기계 등을 실을 수 있도록 일부 갑판은 높이의 조절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적재한 자동차 앞뒤거리는 30cm, 좌우간격은 10cm 정도를 유지한다.

 

“베스트 드라이버가 따로 없더군요. 적재 차 간의 거리며, 간격이 정확한 것은 컴퓨터 드라이빙이더라고요.”

 

송대길이 요코하마 부두에서 자동차 선적하는 장면을 기억하며 말하자 자동차선부 미우라 부장은 자연스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신차를 선적할 때 손상이 생기면 안 되죠. 그들에게는 운전이 직업이니까요.”

 

“선원들도 차체에 긁힘을 주지 않기 위해 흰 면 작업복을 입곤 했지요.”

 

흔히 스즈키복이라고 한다.

자동차 수송에서 단연 선두그룹인 K사의 발전 역사는 그의 관심 부분이었다.

 

“자동차전용선은 1970년 당사가 처음으로 투입했는데, 그 후 운항척수가 계속 늘어난 겁니다. 1973년엔 당시 세계최대 4200대 선적의 전용선을 투입한 바 있고, 지금 한국의 현대상선과 협력관계에 있죠. 현대자동차의 포니가 중남미로 소량 수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로부터 40여년.

2012년 K사는 80척의 자동차전용선으로 연간 230만대(전세계 해상수송 1400만대) 가량을 수송해 전세계수송량의 17% 정도를 담당하는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자동차는 1967년 말 설립하여 포드자동차와 기술계약을 맺고 조립생산만 해오다가 1976년 한국 최초의 자동차 고유모델인 포니를 시판했다. 1984년 단일차종으로 5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국내 고급대형차 시장을 휩쓴 그랜저는 1987년, 국내 중형차 시장을 석권한 소나타는 1988년에 처음 등장했다.

 

포니 이후 1985년에 등장한 엑셀은 미국에 최초로 수출된 한국 자동차가 되었다. 1976년 에콰도르에 포니 수출을 시작으로 인도·중국·터키·미국 등지에 해외공장과 연구 시설을 두고 190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1998년 기아와 아시아를 인수했고, 2000년 현대그룹의 다른 계열사 9개사와 함께 그룹에서 분리되어 현대자동차그룹을 형성했다.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1933년에 설립하여 얼마동안 일본에서 1위의 자리를 고수했으나 언젠가 노조의 격렬한 파업으로 도요타 자동차에 순위가 밀렸다. 근년에 경영 위기에 몰린 나머지 1999년에 프랑스 르노와 합작, 회생해서 350만대 정도 생산하는 실정이다. 도요타자동차가 1937년에 설립하여 1957년 처음으로 미국에 승용차를 수출한 것에 비하면 아주 저조한 실적이다. 도요타는 20세기가 넘어가기 전에 이미 1억대의 생산을 초과했고, 2007년에는 850만대 판매했는데, 이중 해외판매가 2/3이고 일본판매가 1/3 정도다.

 

“자동차를 위험화물로 취급하는 것은 연료탱크에 남아있는 휘발유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연료를 보유해야 되기 때문이죠.”

 

2010년대 주류 최대선형은 약 6500대의 승용차를 실을 수 있는 크기로 갑판은 12층 정도 된다. 수송면에서 1980년대 초 세계해상수송자동차는 일본과 유럽이 거의 다 차지했고 그것도 일본이 4/5를 차지했다. 그러나 2007년에는 대체로 일본, 유럽, 한국이 차지했으며, 연간 750만대 중 일본자동차는 유럽과 한국의 합친 것과 비슷하다.

 

최근 선체손상으로 인한 유류오염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전용선의 연료유탱크를 삼중저(三重底) 구조로 한다. 또 공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처음으로 자동차전용선에 전자제어기관을 채택했다. 연료주입 시간과 배기밸브의 개폐시간을 전자신호로 제어함으로써 저부하운전시에 일산화질소와 탄산가스, 그리고 오염소립자의 배출을 줄여준다.

 

 

 

* * * * *

(유조선부)

 

유조선부의 호시노 부장은 기관장 출신이었다. 1년간의 기관장 경력을 쌓고 하선하여 줄곧 육상근무를 해왔다. 그것도 유조선부 한 곳에서 정력을 쏟았다는 게 대단하고, 또 기관장 출신으로 영업부서 근무는 그의 능력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도 저의 재떨이에는 물이 깔려 있어야 안심이 됩니다.”

 

유조선을 취급하는 부서장답게 화기 취급에 대한 조심성이 몸에 배여 있었다.

유조선 선장의 경력이 있는 송대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직업이 때로는 습관을 만들어내는가 봅니다.”

 

위험물질을 해상 운송하는 동안에 인명, 선박 및 화물에 대한 피해,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IMDG Code에서는 위험성질에 따라 위험물을 9가지로 분류하고 있고, 항목별로 특별한 화물포장 및 운송필요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유조선은 경제성과 안전성이 요구된다. 지금은 경제성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안전성이 강조되고 있어 선체는 이중저(Double Bottom)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말라카해협의 흘수제한이 20.5m인데 최대한의 화물적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말라카막스형은 30만 톤급의 VLCC 이다. 이보다 큰 유조선은 ULCC가 되겠다.

 

한편 아프라막스(AFRAMAX)급은 8만 내지 12만톤급 유조선으로 흑해, 북해, 카리브해, 동지나, 지중해 등에서 운항된다. 주로 비OPEC국가에서 VLCC나 ULCC를 수용하기에는 항구나 수로가 너무 작아서 보다 소형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프라(AFRA: Average Freight Rate Assessment)막스선은 운임지수선형(運賃指數船型)이라 하는데 운임산정에 기초가 되기도 한다. 이런 선박은 탱크 내에 원유를 데우는 열선(Heating Coil)이 있어 점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원유수송 등에 적합하다.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유조선 영업을 하시는 데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책임을 맡게 된 겁니다. 펌프나 파이프라인 등 유류하역시설들을 잘 다룰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역후의 잔유나 탱크세척 불량으로 인해 화주로부터 클레임을 받아보신 적은 없습니까?”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선원들의 사전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특히 책임사관들의 교육이 중요하고요. 펌핑시스템이 배마다 다르기도 하니까요.”

 

70년대 중반 자동스트립핑시스템이 처음으로 도입되었을 때 기름펌프 입구에 공기가 유입돼 잔유를 펌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송대길은 잊을 수 없다.

 

“선박 내 잔유가 100톤이나 남을 때가 있었는데 화주로부터 클레임을 당할 뻔 했습니다.”

 

“유가가 낮을 땐 그냥 넘어가겠지만 유가가 높으면 화주가 가만있지 않을 수도 있지요.”

 

유조선의 대종화물은 석유류로서, 중동, 북아프리카, 중남미, 북미, 동남아 등지에서 각국의 정유시설지로 수송되는 원유와, 정유지에서 소비지로 수송되는 정제유가 있다.

 

유조선은 일반화물선과는 달리 보통 만재상태로 수송하고, 양하지에서 선적지로 되돌아갈 때는 공선상태로 항해하면서 화물유 탱크를 씻는 작업(Crude Oil Washing: COW)을 한다.

 

액체의 이동은 배의 복원성을 해치고 또 액체의 증발은 화재의 위험성이 따른다. 따라서 선체의 구조는 화물의 요동을 방지하는 종횡의 유밀격벽으로 구획되어 있는데, 선수부터 선미에 이르는 종통격벽은 좌, 우 및 중앙 세 개로 나누어져 있고, 또 이것을 몇 개의 횡통격벽으로 구획함으로써 수개 내지 수십 개의 유조로 나눈다.

 

유조선의 선체 구조는 탱크 벽이 곧 선체 외판이 되는 단일 구조였으나, 1989년 알래스카 연안에서 발생한 초대형 유조선 엑슨발데즈 호의 좌초사고에 의한 다량의 기름 유출 이후, 미국이 자국 연안을 항해하는 유조선에 대해 이중선체화를 의무화시키는 법안이 제정되자,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신조 유조선의 경우 이중선체구조 방식을 의무화했다. 한국은 2010년 이중선체를 국내 입항선에 의무화시켰다. 과거 시프린스호와 허베이스피리트호의 기름유출사고의 기억이 생생하다.

 

유류수송선은 원유, 석유제품, 화공제품의 수송으로 나눌 수 있고 크기도 다양하다.

선주는 국내외 정유사들과 COA(Contract of Affreightment), CVC(Consecutive Voyage Charter)체결, 그리고 스팟시장(Spot market)에서의 활발한 영업을 통해 영업영역을 넓혀가기도 한다. 200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시황급등으로 인한 호황을 누리며, 특히 스팟시장의 유조선은 큰 수익을 올렸다. 2007년 K사는 10여척의 유조선을 보유했으나 현대상선의 경우는 30여척으로 증가했다.

 

K사의 유조선 선형별 수송 패턴(2012년 현재)

- VLCC: 중동 원유를 일본이나 한국으로 수송

- AFRAMAX: 호주 원유를 싱가포르나 일본으로 수송

- 석유제품선: 중동에서 정제한 나프타를 대만 정유소로 수송

한국에서 정제한 제트연료유를 브라질까지 수송

인도에서 정제한 경유를 유럽까지 수송

- LPG선: 중동에서 정제한 프로판가스를 일본으로 수송

 

그러나 2010년대 전세계 금융재정위기 여파로 전세계 해운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 * * *

(가스선부)

 

가스는 청정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므로 고갈할 때까지 인간은 계속 뽑아갈 것이다. 그래서 가스를 운바하는 배는 점점 늘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LPG선까지 유조선부에서 관리하시므로 업무가 과중하지 않으셔요?”

 

송대길의 질문에 호시노 부장은 덤덤했다.

 

“현재 건조중인 LNG선이 나오면 독립부서로 될 겁니다.”

 

액화가스선은 현재 유조선부에 속해 있지만 내년 LNG선이 나오면 가스선부가 출범할 것이라고 한다.

 

K사는 1983년 일본선사로서는 최초 LNG선을 운항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인도네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다음엔 카타르의 천연가스를 일본으로 수송하는 서비스였다. 그 후 중동에서 한국으로 가져오는 천연가스 수송에도 참가했다. 이후 카타르에서 인도, 노르웨이에서 스페인과 미국, 카타르에서 유럽 등으로 서비스가 확대됐다.

 

LPG선은 유정제시 발생하는 부탄이나 프로판가스 등의 액화석유가스(LPG)를 운반하는 선박을 말한다. 액화가스용기로는 압력탱크를 설치한 압력식과 저온 액화가스 용기를 설치한 냉동식이 있다.

 

세계 최초의 LPG 탱커는 1934년 네덜란드에서 건조된 가압식 탱커였다. 기체 상태로는 부피가 커서 냉각 또는 가압하여 액체상태로 만들어서 수송하게 된다. 프로판가스는 액화시키면 부피는 약 1/260, 부탄가스는 약 1/230로 준다. 한편 LNG의 성분인 메탄가스는 1/600이나 줄어든다.

 

가압식은 선체에 설치된 구형 또는 실린더형의 압력용기에 상온의 가압된 액화석유 가스를 수송하는 것으로 주로 연안수송선, 4000톤 이하의 소형선에 이용된다. 저온식은 대기압상태에서 냉각(프로판은 -42℃, 부탄은 -2℃, 암모니아 -33℃)시켜 수송하는 것으로 대량수송에 경제적이어서 대형선에 이용된다. 오늘날 6만톤 정도의 수송능력을 가진 저온식 LPG 탱커가 많이 취항하고 있다.

 

LNG선은 무공해 에너지원으로서 천연가스(메탄 90% 이상)를 운반하는 선박이며, 고압 및 저온을 유지하도록 차단 구조를 가진 LNG탱크를 설치한 선박이다. 낮은 비등점(-162℃) 때문에 냉각하여 액화한 메탄을 선내에 설비된 탱크 안에 저장함에 있어서 초저온의 유지가 어렵다.

 

하역은 탱크에서 액화된 가스를 육상으로 보내는 동시에 육상에서 천연가스를 LNG선으로 보낸다. 이는 탱크 내 압력이 줄어들어 탱크가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59년 영국에서 유조선을 개장한 LNG선이 최초이나 5년 후에 신조선이 건조됐다. 한국은 1994년 현대중공업에서 처음 LNG선을 건조해 한국가스공사와 20년 장기 계약한 현대상선에 인도했다. 처음에는 모스(Moss)형이 많았으나 차츰 멤브레인(Membrane)형이 인기를 끌었고 2007년 무렵엔 전세계 대부분의 LNG선을 한국에서 건조했다. 현재 한국의 수입처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카타르, 오만, 예멘 등 다양하다.

 

현재 K사는 액화상태에서 수송하기가 쉽지 않은 천연가스를 압축한 상태로 수송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것이 CNG(Compressed Natural Gas)인데, 다양한 수송요구에 따르기 위함이다. CNG선은 장거리 수송보다는 단거리 혹은 국내 수송에 많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호시노 부장의 판단이다.”

 

 

 

* * * * *

(여객선 등 기타 사업 )

 

여객선 하면 미국 드라마 ‘러브보트’가 생각난다. 화려한 선내 장식과 다양한 서비스 시설은 사랑의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재미를 만들어내고픈 충동을 느낀다.

 

‘선박안전법’에는 13인 이상의 여객을 태울 수 있는 선박을 여객선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선내 공간의 70% 이상을 여객설비에 충당한 배를 말한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민 가는 사람들은 여객선을 이용했다. 그래서 정기항로도 발달했다. 그러나 상업항공의 발달로 정기여객선은 쇠퇴하고 대신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유람선(Cruise Ship)이 발달했다.

 

유람선의 주무대인 미국이나 유럽과의 제휴에 의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 고객을 상대로 여객선을 운항하기에는 환경이 성숙되어있지 않다.

 

일본의 N사도 1988년에 미국에 크루즈선사를 설립하여 2척을 운항하고, 1991년에 또 일본에 크루즈선사를 설립하여 1척을 운항하고 있는데 2006년에도 대형선 1척을 더 취항시켰다. 일본에서도 크루즈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다.

 

일본식 ‘러브보트’의 스토리가 출현할 법하다.

 

일본의 M사는 120년 전부터 여객선을 취항했으나 대형 크루즈선은 1989년에 크루즈선 1척을 취항한 후 이듬해 1척 더 취항시켰다.

 

‘꿈의 선박’으로 불리는 크루즈선은 3000명 이상이 승선하는 초대형 유람선으로 바다 위 호텔로 불린다. 2012년 현재 22만GT급 대형 크루즈선 두 척이 크루즈시장에서 크기를 자랑하는 것은 조선소 STX유럽의 자랑이기도 하다. 호텔, 리조트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선박건조 기술을 넘어선 첨단 고부가 가치선으로 인식하고 있다. 호텔급 부대시설을 갖춰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주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높을 수밖에 없다.

 

척당 가격도 5억~10억달러 수준. 한국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대형 컨테이너선(1만 TEU급·1억2000만 달러)과 LNG선(3억 달러) 보다 훨씬 비싸다.

 

한국 빅3 조선사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크루즈선 건조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전 세계 크루즈선 시장은 유럽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한국 선박회사의 진입장벽은 높은 편이다. 한국의 최초 크루즈 해운사인 ‘하모니크루즈(주)가 2012년 설립하여 2만6000GT급을 인수해 한 달간 여수엑스포 임시 객실로 이용했다가 근해에 취항하기도 한다.

 

 

중량물 수송을 위하여 별도 팀을 구성할 정도로 특수분야에 인력투자를 많이 하는 것은 K사의 독특한 전략이다. 해상구조나 중장비, 육상시설물 등 장척이나 중량 혹은 고가장비는 일반 하역방법으로는 적재하기가 어렵다. 중량물 같은 특수화물은 선적의 노하우가 요구된다. 재료역학적인 하중의 크기나 배분을 고려해 정확한 계산이 요구된다. 또 고성능 선박뿐만 아니라 하역취급에서 전문적이고 정확한 기술을 몸에 익힌 사람도 필요하다.

 

2012년 현재 K사는 인양능력 600 내지 2000톤 크레인을 장비한 중량물 운반선 16척을 보유하고 있다.

 

중량물 담당자 모리야마 과장이 책상서랍에 넣어두었던 노트를 필요할 때만 꺼내보는 것이 안타까워 송대길이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노트에 데이터들이 빽빽이 적혀 있는데 책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의 입에선 의외의 대답.

 

“책으로 만들기가 곤란해요.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를 뿐만 아니라, 주로 경험에서 얻은 자료이기 때문에 정형화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것은 일종의 비밀 노하우이므로 공개가 곤란한 점도 있고요.”

 

그렇다. 어렵게 얻은 자료를 누구나 공짜로 이용한다는 것은 세상 법치에도 공평한 일이 아니다. 양심 있는 사람이라면 자료의 복사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10년 이상 중량물 하나에 전심을 기울여온 그의 직업정신을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진짜 쓸 만한 자료들은 그의 서랍에서 나왔다.

 

주도면밀한 모리야마 과장은 그의 비밀노트를 공개하지는 않은 대신에 자기 집을 공개했다.

 

네 번째 주말, 그는 송대길을 도쿄 변두리에 있는 자기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부인은 마치 한국 양반집 규수 같았다. 다다미방에 앉아서 식사하거나 이야기 중에도 그녀는 시종 꿇어앉아서 시중을 들었다. 닭장 같은 작은 집에 살아도 불만이 없는 일본 남자들의 정기는 이런 데서 살아나나.

 

 

K사의 물류사업은 최근 고도화와 다양한 고객의 물류요구에 응하는 해운운송사업과 관련해서 그룹 각사의 노하우와 서비스를 연결하여 물류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룹 내의 항공사, 로직스회사가 합류체제를 구축해 글로벌화 한다 .각 컨테이너의 동정확인과 컨테이너 내의 제품 확인도 가능하다.

 

물류수송 시스템이 도어투도어(Door to Door)체제로 감에 따라 해송(海送), 육송, 통관, 재고관리 등의 문제를 공유하여 내국 및 외국의 파트너와 제휴하여 토털물류 개념에서 해결함이 중요하다. 2000년에 들어서 각 선사마다 터미널 확보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국제물류의 중계기지로 터미널의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규항로에 대형선의 기항이 요구되고 또 육, 해, 공의 물류를 종합 컨트롤하기 위해 필요하다.

 

K사는 전용항만터미널로서 일본에 4개(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고베), 미국에 3개(타코마, 오클랜드, 롱비치)와 철도터미널도 1개 갖고 있다. 동맹선사와의 제휴로 안트워프에 1개의 터미널을 갖고 있다.

 

터미널의 크레인 동력을 올릴 때는 축전발전기로, 내릴 때는 에너지를 축전시킨다. 전기소비가 반으로 줄어든다.

 

 

 

 

* * * * *

(운항지원팀)

 

운항선단이 크다보니 운항지원부서가 필요하다. 선원관리, 선박관리, 선박수리, 조선계획, 안전운항, 현지 대리점의 관리는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유학 온 기분으로 일본 땅을 밟은 지 두 달을 일주일 남겨두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남의 나라 언어로 하는 이야기를 잘 알아들을 수 없다. 긴장한 근육은 부서 회식 때 풀곤 한다. 일주일에 대략 한번 돌아오는 회식이다. 부서마다 가는 장소의 취향도 다르다. 긴자, 신주쿠 정도면 모르지만 요코하마나 가와사키 혹은 지바까지 가는 경우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취향은 멋이다. 마셔서 취한 술을 또 마시기 위해 술집을 돌아다닌다. 한 모금 마시기 위해 발걸음을 세우는 것도 이들의 멋?

 

일본과 한국은 너무 닮았다.

 

오늘은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백 미터나 줄을 섰다. 문제의 식당은 점심때는 선착순 접수밖에 안 받는다나. 그런데도 선박관리과의 타나베 과장이 이 식당을 고집하는 것은, 그의 아버지가 횟집을 40년 동안 해왔는데 회 먹는 법을 꼭 가르쳐주겠다는 의지 때문.

 

줄서서 기다리는 여직원의 다리가 오늘 따라 더 굵어 보인다. 맛있는 회 앞에선 다리미용에 신경 쓸 새가 없다.

 

고추냉이와 무순을 얹은 참치 배꼽살 회를 간장에 꾹 찍어 송대길의 입에 넣어주는 여직원의 이름은 익명으로 한다. 유부남에 오해가 따라다니면 일본 연수에 보탬이 안 되니까.

 

 

해상근무는 어차피 보편적인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이다.

반면에 선박은 점점 대형화되고 고속화되며 장치들은 자동화되고 있다. 그래서 숙련된 선원이 승선을 해야 되고, 육상에서 지구상에 있는 모든 배를 리모트 컨트롤할 수는 없는 한 선원을 양성해서 바다로 보내야 한다.

 

일본의 M사는 민간업체로서는 처음으로 2007년 실습선을 취항했다.

 

“상선도 아닌 실습선을 운항하려면 상응하는 효과가 나타나야 할 텐데요?”

 

실습선을 운항하는 회사의 운항비용이 궁금했다.

타나베 과장도 이 점에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선원에게 첨단장비 조작 기술을 익히고 내실 있는 훈련을 위해 우수한 시설의 실습선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각 선사마다 선대는 확충되고 있으나 숙련선원이 부족하고, 다양한 국적의 선원들을 총체적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종합 교육현장이 필요할지 모른다. 항해 중에는 현장실습, 즉 OJT(On the Job Training)를 통해 교육 및 훈련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선박 사고는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는 물론 회사의 신용을 추락시킨다. 그래서 회사마다 선박운항과 화물취급, 환경보호에 있어서 안전운항관리체제를 충실히 하고 선원교육 및 연수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에 관한 인식은 1980년대부터 확실히 높아져 ISM Code 및 ISO9002의 규격요건을 포함한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안전운항관리, 위험물하역기술 향상, 긴급대응훈련 등이 필요하다. 을 행하고, 사고의 신속처리, 최선의 대처를 실시한다.

 

선내에서 발생하는 폐유, 오수, 발라스트수, 도료, 연료유, 냉매 등의 관리는 IMO나 MARPOL, 제 외국 규칙에 맞게 매뉴얼에 따른 적절한 관리를 한다.

 

신형선, 엔진효율개선, 환경부하를 경감하는 신형엔진 도입, 최적선형의 개발, 운항스케줄 최적화, 기상회사를 이용한 최적항로선정에 따른 경제운항을 위해 노력한다.

 

안전운항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운항과 환경보전의 의식을 가진 노하우 구축이 요구된다. 그래서 인명, 환경, 선박에 주는 위험을 육상과 해상이 전사적으로 대응한다. 선장이나 기관장 등 주요 선원들은 승선하기 전 브리핑식 교육을 실시한다.

 

 

 

* * * * *

(기술개발)

 

대형 선사에는 급변하는 수송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연구개발 부서를 둔다.

K사는 기술그룹을 둬 신조선과 에너지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자문한다. 가변터빈노즐형 과급기를 적용 연료절감과 온실가스배출을 감축시킨 좋은 예가 있다.

 

N사는 수송시스템연구개발을 위해 1997년 수송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정보기술과 선박기술, 수송환경, 물류기술, 지구환경 등에 대한 연구를 추진했다.

 

선박동정감시시스템은 인마사트C(Inmarsat C)를 이용해 본선위치정보를 취득한 후 육상시스템에 전송해서 데이트베이스에 자동 축적하여 LAN환경이 된 고객의 단말기에 영상으로 본선위치를 표시하는 장치이다.

 

선박보안경보장치(Sea Jack Alert)는 해적이나 테러리스트 등의 침입자나 불의의 사태로 생긴 이상상황을 주관청 또는 선박관리회사에 신속히 확실하게 통보하는 것이다.

 

화물의 수송 또는 보관 중에 받는 진동, 충격, 온도, 습도 등의 수송환경의 변화로 미치는 화물손상 방지하기 위한 연구도 추진 중에 있다.

 

수송화물의 환경계측서비스(Cargo Environment Service)로서 컨테이너 내부나 본선 화물의 운송 중 받는 진동, 충격, 온도, 습도 등을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을 행한다. 방진장치는 수송 또는 하역 중의 화물의 진동, 충격을 방지해준다. 유리나 정밀기계 등의 진동 충격에 민감한 화물에 적용한 실적이 있다.

 

결로방지시트(Condesation Terminator Sheet)는 수분함유가 높은 콩, 식료품, 사료, 목재품, 금속제품 등의 수송 중 생기는 이슬을 방지한다.

 

RFID는 무선IC태그를 이용한 수송, 창고 보관의 물류관리 서비스이다. 물류관리시스템은 창고 내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 가능하다. 포크리프트 작업만으로도 작업실적을 자동적으로 알 수 있다.

 

선박풍력발전장치는 수직축 풍차로 풍속 25m/s일 때 항해중 30kw 발전가능하여 선내전원의 일부를 담당한다.

 

박용엔진용 매진제거장치는 각종 필터를 조합한 것으로 디젤발전기용으로 개발하여 현재 자동차전용선에 탑재하고 잇다.

 

수유상(水乳狀)연료연소장치는 물과 중유를 혼합한 연료를 연소시키는 장치로, 중유만을 연소시키는 경우와 비교하여 연소효율이 높고 연료절감이 된다. 배기가스도 청정하여 대기오염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2005년 발표 후 큰 반향을 가져왔다.

 

STX가 2012년 한국 최초로 태양광 발전 기술을 6700대급 자동차전용선에 적용시켰다. 운항에 필요한 에너지의 일부를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하는 국내 최초의 태양광 발전 선박이다. 선박의 에너지 절감효과와 경제성을 검토한 뒤 본격적인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선박통신에서 획기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한국은 금년 1982년 인터넷을 시작했다. 선박 적용에는 다소 시차가 있겠지만 육상과 해상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다.

 

이후 85년 PC통신, 94년 초고속 인터넷, 2006년 와이브로 등 빠른 발전을 보여 왔다. 2010년 한국 인터넷 경제 86조원으로 추산된다.

인터넷 서비스로는 인터넷쇼핑 64.3%, 인터넷뱅킹 42.3%, 주식거래 9.8% 등이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은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신저, 블로그, SNS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타트업, 클라우드, NFC(Near Feild Communication) 등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가 집중 육성될 것이고, 상당한 부분이 선박에도 적용될 것이다.

 

조선(造船) 분야는 80년대까진 일본이 리드했으나 이후 한국이 앞서 나갔다.

70년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주고 유럽 금융을 일으켰다는 일화는 한국 조선의 역사를 돌아볼 때마다 폭소케 한다.

 

60년대 1만톤급 벌크선 건조를 시작으로, 70년대 30만톤급 유조선, 80년대 반잠수식 시추선, 1990년대 LNG선 및 석유시추선, 2005년 1만TEU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면서 세계 시장을 장악해 왔다. 단지 10만톤급 이상의 크루즈선 시장에는 아직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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