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항공기를 압류하라

항공기를 압류하라(제 4회)

오선닥 2015. 7. 9. 12:48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역사적 협상

상대방의 전격적 조건 수용

일이 너무 쉽게 풀려

소설의 흥미가 반감됐다고?

 

 

 

 

항공기를 압류하라

 

제 4회

 

 

노보시비르스크

 

“여보, 겉옷 한 벌, 속옷 두 벌만 넣어요.”

 

황지명은 아내에게 작은 가방을 주면서 말했다.

가만히 놔두면 이것저것 자꾸 넣으려는 여자의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보시비르스크 출장을 위해 준비할 물건은 간단명료하다. 자주 외국 출장을 다니는 그는 소지품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필요하면 현지 조달을 하더라도 손에 드는 것은 우선 가벼워야 한다. 짐이 많으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일에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믿는 사람이다.

 

여자는 와이셔츠 두 장을 넣었다. 체크무늬가 있고 원색도 있지만 흰 와이셔츠만 고집한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결혼 3년 후쯤이다. 흰색은 립루즈와 향수에 예민해 포착을 잘한다는 것. 잡지에서 본 러시아 아가씨들이 예쁘다는 것도 그녀의 불안을 추가시킨다. 이런 지혜로운 여자와 살고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4월 29일 수요일

김포공항 오전 10시 출발

 

조은정 차장을 대동하려 했으나 시베르항공 측에서 자체 통역이 가능하다면서 사장 혼자 오란다. 그녀를 동행하지 못함이 아쉽긴 하지만 계약은 어차피 만국공통어인 영어로 하니까 크게 불편할 게 없다. 다만 협상 분위기에 오색의 고명을 뿌려볼까 했었는데 아쉽기는.

 

톨마체보공항 오후 1시 도착

 

시간을 3시간 뒤로 돌려놓았으니 서울에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6시간을 비행한 셈이다. 공항에는 두 사람이 마중 나왔다. 운항책임 부사장 예프게니 루프소프와 통역 이리나 사체카였다.

 

이리나가 황지명의 가방을 낚아채듯 받아들고는 그를 자가용 뒷자리로 안내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 탱탱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녀가 여경호원처럼 절도 있는 자세를 취해 다소 불안함을 준다.

 

부사장은 운전석에 앉아서 간혹 뒤로 몇 번 눈길을 주고는 뒷자리의 두 사람에게 한국말로 재미있게 대화하라는 듯 자신은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공항에서 시가지까지 16킬로미터는 이리나와 황지명이 한국말로 대화하는 구간이다.

 

커다란 강을 건넌다. 이름하여 오브강(江).

 

“노보시비르스크 시는 저 철교 건설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리나가 옆의 대철교를 보면서 말했다. 노보시비르스크 역사를 설명해나갔다.

 

1893년 시베리아철도가 처음 오브강을 횡단하는 지점에 소도시로 탄생한 ‘새로운 시베리아의 도시’ 즉 노보시비르스크는 인구 팔천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에서 급속도로 발전하여 인구 150만의 시베리아 최대 공업도시로 변모했다. 인구 일천만의 모스크바, 오백만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비해 작지만 러시아의 3번째 크기의 도시로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도시가 소련 개혁(페레스트로이카)의 불을 댕겼고 러시아에서 인구 증가가 가장 빠르다는 것은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브강은 어느 바다로 흐르나요?”

 

강은 넓은 들을 자유롭게 굽이쳐 흐른다. 큰 강은 스스로 자유로웠고, 혁명은 한 세월 후 강 앞에 부끄러워해야 했다. 여름철이면 강변 모래사장에는 시내 인구의 반이 몰리는지 헝겊조각으로만 가린 사람들로 지천이다. 토플리스 여성이 자주 보이는 것은 짧은 여름에 여자의 가슴도 햇빛을 즐길 자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지도를 아무리 봐도 강하구를 찾을 수 없어 황지명이 궁금증을 토로했다. 시베리아를 관통하여 3,600킬로미터를 흘러 북해로 들어간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우랄산맥 동쪽에서 극동러시아 서쪽까지 7,000킬로미터를 시베리아로 본다면 시베리아의 넓이는 한반도의 30배.

 

오브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6개로 세 곳은 차량통행, 두 곳은 기차통행, 나머지 한 곳은 지하철통행이다. 지하철은 다리 위 박스 같은 구조물 속을 지나간다. 댐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는 바다처럼 넓어 보인다. 강 서쪽의 넓은 시베리아 평야는 곡창지대. 위도 55도임에도 곡식이 성장할 수 있는 기후환경을 가지고 있다.

 

메리어트호텔에서 가방을 풀었다.

 

이상하게 호텔이 낯이 익다. 마치 안방에 들어온 기분. 그렇다. 삼성TV, LG에어컨, 그리고 비누, 칫솔, 커피, 녹차…… 모두 메이드인 코리아. 서울올림픽 무렵 30억 달러의 차관이 한국제품 수입에 썼던 것은 잘한 일. 구소련이 상환하지 못해 러시아가 떠안은 14억 달러는 러시아가 군수물자나 과학기술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시베리아횡단열차로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2~3일 만에 갈 수 있다. 시내 교통수단으로 1985년 완공된 시베리아 최초의 지하철인 노보시비르스크 지하철은 18개 노선의 노면전차와 조화를 이룬다.

 

“회장님은 내일 회의석상에서 만날 예정입니다.”

 

오늘 저녁식사는 회장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부사장이 알려준다.

통역을 포함하여 세 사람의 식사.

 

레스토랑에 도착하여 잠시 창문을 통해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레닌광장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레닌광장은 시내의 중심지에 있다. 광장의 중심에는 레닌 동상이 있고, 그 옆에는 붉은 군대 병사들의 동상이 있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 중에는 유명한 오페라학회와 국립오페라발레극장이 있다. 러시아 최대 규모의 극장으로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보다 크다. 노보시비리스크의 축제일이 되면 이 광장을 시작으로 레닌거리를 따라 다양한 이벤트와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과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도시.’

 

러시아와 시베리아를 탐구하고 러시아 문화를 이해하려면 노보시비르스크를 방문하라고 한다. 도시의 서부에 있는 과학타운은 50년 전 오래된 숲속 한가운데 지어져 있다. 평화로운 숲속의 나무들을 지켜보며 과학의 꿈을 키우는가. 핵물리 연구소, 유전자 연구소, 역사학 연구소 등 시베리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소와 학회가 있다. 노보시비리스크 주립대학이 러시아에서 3대 명문 대학임에 틀림없다.

 

“이리나가 주립대학 출신입니다. 체육학과를 나왔지만 발레를 했어야 하는데…….”

 

창가 테이블을 자리 잡았을 때 부사장이 말하자 이리나는,

 

“다리가 너무 길어서 안 된답니다.”

 

말하며 미끈한 다리를 쭉 뻗어 보이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길어도 너무 길다. 길이가 아니라 기럭지로 표현해야 할 것 같다. 황지명이 냅킨을 앞쪽에 펼치는 시범을 보이자 그녀가 눈치를 챘는지 드러난 무릎을 슬그머니 냅킨으로 덮었다. 이제 시선이 자유로워서 거북함이 사라졌다.

 

식탁에 오르는 메뉴가 흥미롭다. 호밀로 만든 흑빵과 훈제 연어가 인상적이다. 철갑상어의 알젓은 고급으로 대우해줘야 한다. 고기수프와 꼬치구이가 식욕을 돋운다. 고기와 채소, 비트를 넣어 끓여서 크림을 넣은 빨간 스튜인 볼시치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특이한 맛이다. 보드카로 시베리아를 느껴본다.

 

“황 사장님, 이 보드카는 48도밖에 되지 않아요. 90도짜리도 있는데.”

 

이리나가 잔을 채웠다. 알코올 증기가 피어올라 잔 위에 성냥불을 켜면 금세 폭발할 것 같다. 이리나의 얼굴이 상기돼 가는 것은 증기와 부끄럼을 마셔서 그런가. 러시아 여성의 알코올 사랑은 지극하다. 그는 마시기를 이리나에 맞춰 나갔다. 부사장이 몇 잔을 마셨는지는 이미 관심 밖이다.

 

“이리나 씨, 한국으로 오세요. 한국 소주 대접하리다.”

농담 아니라고 하면서, “단 하이힐은 신지 말고요. 한국 여성들이 키에 주눅 든답니다.” 황지명은 장난기를 붙였다.

 

“내일 협상이 만족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리나도 한국 갈 수 있게.”

 

부사장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그는 협상에 부담감을 느끼는지 좋아하는 보드카에 그다지 손이 가지 않았다. 반면에 이리나는 기분이 서서히 고무풍선을 탔다.

 

“오늘 통역 업무가 적어 저녁값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대신 레닌광장 안내해 드릴게요.”

 

킷값을 못했다는 말로 들렸다. 어쨌든 두 사람이 걸었다.

 

기념하기를 좋아하는 러시아 사람들. 시내 곳곳에 동상이나 조각품을 만들어 놓았다. 레닌 동상은 물론, 황제 알렉산더3세, 노보시비르스크 출신 천재 파일럿 알렉산더 포크리쉬킨, 러시아의 시성 알렉산더 푸쉬킨의 흉상이 있다.

 

혁명의 원동력을 상징하는 노동자와 군인, 농민의 동상이 빠질 수 없다. 횃불을 들고 있는 성인 남자와 소녀상은 ‘혁명이여 지속하라’는 외침일까.,

 

재미있는 것은 신호등을 보고 경례하는 경찰 동상, 애국전쟁 참여 학생의 비문, 정치억압 희생자의 추모비가 보인다. 아, 전기공의 동상은 뭐람. 아코디언을 켜는 시베리아의 이야기꾼의 조각상은 러시아인의 익살스런 구석을 보여준다.

 

“저는 이야기꾼 아저씨가 참 좋아요.”

 

그녀는 아코디언을 만질 것같이 가까이 가서 말했다.

러시아의 광장은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단다. 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눈물의 이야기, 분노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도 있다는 것. 키에 어울리지 않게 감상적이다.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걸려 있다. 한국의 초승달과 다름없군.

또 두 개의 초승달은 이리나의 얼굴에 걸린 두 개의 눈썹. 표현이 그렇다는 것이다.

호텔 방 안에서 냉수 한 컵 부어주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 예정된 회의를 위해서.

 

이튿날 오전 10시 30분

협상을 위해 회장 응접실에 네 사람이 모였다.

 

시베르항공 회장 알렉산더 그리고렌코(57)

운항책임 부사장 예프게니 루프소프(52)

시코여행사 사장 황지명(48)

통역 이리나 사체카(30)

 

통역 이리나를 소개하는 것은 흥미로우나 그녀의 긴 다리만큼 길게 소개할 필요는 없다. 그녀는 4분의 1이 카레이스키(고려인). 아버지는 순수 러시아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 남자와 고려인 여자의 딸이다. 적은 분량의 한국인 피가 섞였지만 서른 살의 매력적인 여자로 보이게 한 것은 미세한 단군 유전자일 것이라고 황지명이 엉뚱하게 착각해 보기도. 언젠가는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비친다.

 

그런데 그녀의 옆모습이 일을 낼 것 같다. 얼굴선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분명한 S라인 몸매가 남자들의 가슴을 일없이 벌렁거리게 할 것 같아서. 웃을 때마다 방싯 열리는 입술 하며.

 

정확한 통역을 위해 그녀가 황 사장 옆에 앉아야 한다고 말하는 회장은 역시 정치적인 냄새를 풍긴다.

 

“어제 저녁식사에 동석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요리가 마음에 드셨는지?”

 

반응을 확인하고 회장은 질문을 이었다.

 

“잠자리가 괜찮으셨나요? 방은 춥지 않았고요?”

 

한꺼번에 인사말을 끝내는 회장. 레닌을 닮아서 머리가 좋은가 보다. 만약 시험을 친다면 시험지를 제일 먼저 제출할 사람일지도.

 

회장 스타일에 맞춰 황지명도 한번에 모아서 대답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메리어트호텔은 시설이 훌륭하고, 종업원의 서비스가 좋으며, 주위의 공기가 맑아 기분이 상쾌했고, 두 번째 방문이라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하마터면 밤중에 걸려온 여자의 전화 이야기를 할 뻔했다. 낭창한 목소리로 ‘혹시 아가씨 필요하시면…….’ 전화였는데 러시아에서는 흔히 묵인되는 로망 전화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회장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보다 먼저 찻잔에 손을 가져갔다.

 

“여행 오셨다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차나 마시면서 의논하시죠.”

 

찻잔을 먼저 들고 함께 마시기를 권했다. 찻잔을 가만히 놔두는 통역을 보고 마시라고 재촉하는 배려심도 보였다. 회장 혼자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므로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장식품같이 보이긴 하나 마음은 편하다.

 

잠시 후 부사장이 본격적 회의 분위기를 만들려 하자 회장은 알았다는 듯 가만히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뭐, 서둘 것 없어요. 황 사장님께서 요구한 내용 다 수용하겠습니다. 그럼 됐지요?”

 

전혀 예상치 못한 회장의 말에 분위기가 쓱 내려앉아 버렸다. 맹렬하게 상대를 향해 달리는 두 맹수가 고개를 비켜 버리듯 싱겁게 끝난 싸움이다. 통역할 일이 없어졌네. 이리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황지명은 이해가 되지 않아 통역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제대로 통역을 한 거냐는 눈빛으로.

 

“모두들 놀라셨나요. 사업은 신뢰로 하는 것이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어요. 어차피 시코여행사는 우리의 동반자입니다.”

 

정치인의 진면목은 이런 데서 나타나는구나. 이후 정리는 실무자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거와 다름없다.

 

“황 사장님께 하나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금액은 20억으로 하시죠. 난 숫자가 복잡한 건 싫어서. 나머지 계약 관계는 부사장과 의논하시고요.”

 

회의는 이렇게 밀당 없이 끝났다. 괜히 비행기삯만 들여 여기까지 왔나, 어딘가 구멍 뚫린 느낌.

 

“그럼 난 주지사와 약속이 있어 나가보겠어요.”

 

음압실같이 착 가라앉았던 회의실 분위기는 회장이 나가자 조금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부사장이 여유를 찾은 듯 황지명을 바라보았다.

 

“회장께서 결론을 내려주셔서 일이 쉽네요. 그럼 계약은 어떤 형태로 할까요?”

 

“안드레이에게 제시한 대로 계약기간은 10년으로 하시죠.”

 

황지명이 바로 대답했다.

부사장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계약기간만큼은 황 사장님께서 양보해주십시오. 5년으로 제안합니다.”

 

계약기간에 대해서는 시베르항공의 주장이 워낙 강하여, 황지명은 계약기간을 5년으로 하되 상호 합의 하에 5년 연장하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부사장은 수용했다.

 

구체적 조건에서 티켓 판매 수수료는 10퍼센트로 합의했다. 일반적 티켓판매 수수료보다 5퍼센트 높게 한 것은 배상의 성격 때문이다. 임대 운항의 경우 시코여행사가 티켓판매를 담당하고 전세기 임대료는 동일 기종의 시장 임대료에 비해 5퍼센트 저렴한 수준으로 규정했다. 한국 기항시 대리점업무 수수료는 보상적 의미로 표준요율에 10퍼센트를 추가하기로 했다.

 

“계약서는 오늘 작성해서 내일 오전 서명하도록 하죠.”

 

부사장이 마무리했다. 시베르항공은 처음엔 코뚜레에 걸린 소였지만 나중엔 스스로 코뚜레를 풀고 앞서가는 모습이다. 원만한 해결은 양쪽에 도움을 준다. 배상금 문제로 한국 취항이 지연되지 앉고, 에어로플로트 같은 경쟁사에 밀릴 위험성도 없으니 서로 좋은 것이다.

 

“기분 좋게 끝냈으니 저녁에는 오페라 관람이나 하시죠.”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발레단의 공연은 가격이 비싸 일반인은 관람이 쉽지 않다. 부사장 부부와 운항부장 부부, 황지명과 통역 모두 여섯 명이 예약되었다.

 

정장을 하고 극장에 나온 부부들의 아름다운 모습. 모두가 ‘백조의 호수’의 예술성에 빠진다. 우아한 디자인의 아름다운 의상과 클래식한 안무가 안구를 정화시켜준다. 문화와 예술은 뿌리가 있어야 함이 새삼 느껴진다. 러시아의 자부심이 녹아 있다.

 

이리나가 향수를 많이 뿌리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윤기가 흐르는 긴 말총머리에서 풍겨나오는 독특한 냄새가 있을 법하지만 2시간의 공연 동안 와이셔츠에 배일 염려는 없을 것 같다. 비록 흰색 옷일지라도.

 

2박3일의 출장은 예상 밖의 수확이다. 호사다마를 염려해야 할 판.

 

가방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렇다. 계약서가 들어 있군. 20억원과 10년 계약의 수수료가 가방 가득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중량감이 느껴진다.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서울 직원에게 전화했다.

 

“협상은 잘됐으니 축배는 너희들끼리 먼저 해라”

 

황지명의 가슴이 통역보다 더 탱탱해지려 한다.

 

 

<계속>